▲ 경기 안산 화랑유원지에 설치된 합동분향소 주변에는 여전히 노란 리본이 펄럭이고 있다. ⓒ 세이프타임즈

"참으로 아깝다." 기억하기조차 가슴시린 2014년 4월 16일. 눈으로 보고도 믿기지 않던 일이 현실화 되고 밤새 가슴 졸이며 텔레비전 속보에 빠져들다 탄식처럼 내뱉은 말이다.

모든 죽음이 다 가슴 미어지는 슬픔이지만 내 고장 안산에서 아침마다 만나는 청춘들이, 그들의 무한한 꿈과 가능성이 차디찬 바다 속에 잠겨가는 광경은 '안타까움'과 '아까움'이 교차된 충격으로 남았다.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은 지난 12일 "박근혜 정부당시 대통령에게 보고된 세월호 상황일지가 조작됐다"고 발표했다. 일지에는 당일 오전 10시에 대통령에게 보고된 것으로 기록됐으나 실제 보고시간은 오전 9시30분이라는 것이다.

대통령의 첫 지시가 오전 10시15분에 내려졌으니 45분 동안의 골든타임이 그냥 허비된 것이다. 그 시간은 세월호가 침몰하고 대피여부를 판단해야하는 결정적인 시간이다. 너무나 허탈하고 아까운 시간이다.

재난사고가 있을 때 대통령이 모든 것을 다 처리할 수는 없다. 그러나 대통령 중심제에서 최고 명령권자가 신속하게 대응을 하지 못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오기 마련이다. 그래서 국민들은 지난해 초겨울부터 시작된 '박근혜 대통령 탄핵 촛불집회'의 주요 이슈 가운데 하나로 '세월호 7시간'을 지속적으로 제기한 것이다.

이미 지난 일이지만 단 한번이라도 국민과 소통하고 진실 되게 위로와 책임을 통감했다면, 어쩌면 세월 호는 이 시점에서 치유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청와대의 배신은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국가위기관리기본지침'도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수정하는 행위를 저질렀다.

'국가위기관리기본지침'은 대통령 훈령 등의 규정에 따라 법제처장에게 심의를 요청해 대통령의 재가를 받아야 수정이 가능하다. 그러나 2014년 7월 말, 당시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의 지시로 임의 수정된 것으로 드러났다.

청와대가 컨트롤 타워가 아니라는 자신들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증거로 사용하려는 아주 수 가 낮은 전략으로 보인다.

그 전략적 판단이 국민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해서인지, 아니면 자신들의 치부를 감추기 급급해서인지 모르겠으나 전자라면 참으로 가소로운 일이고, 후자라면 치졸하기 짝이 없는 행위가 아닐 수 없다.

▲ 김춘만 논설위원

재난은 어디서나 발생할 수 있다. 사전예방만큼 좋은 일은 없겠으나 세상일이 모두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니다. 최고 지휘권자의 신속하고 정확한 판단과 잘 훈련된 요원들이 효과적으로 일을 처리하면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다. 만약 대응에 실패했다면 스스로 잘못을 시인하고 책임 있는 자세를 보이면 된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은 없다. 그런데 그 행위의 대상이 대통령과 청와대라면 더 이상 할 말을 잃게 만든다.

링컨은 일찍이 "누구도 본인의 동의 없이 남을 지배할 만큼 훌륭하지는 않다"고 말했다.

더불어 사는 사회에서 '절대자'는 존재할 수 없고 존재할 필요도 없다. 자신에게 솔직하고 최선을 다했으면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하는 마음으로 기다리면 된다.

내가 대통령이기에, 청와대 고위 책임자이기에 모든 면에서 완벽해야된다는 생각은 본인에게는 물론이고 국가적으로도 위험한 사고다.

세월호를 반면교사로 책임지는 사회, 잘못을 깨끗이 인정하는 사회, 서로 기만하고 떠넘기지 않는 사회가 이 땅에 자리잡기를 기대해본다.

■ 김춘만 생활안전에디터 = 대학에서 기계공학과 행정학을 전공했다. (주)로테코 기술이사를 역임하고 (주)현대포스를 창업해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세이프타임즈 제10기 기자스쿨을 수료한 뒤 생활안전에디터에 이어 논설위원으로 재능기부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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