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지동물인 새우는 우리나라 연해에 골고루 서식한다. 동해에서는 도화새우, 진흙새우, 북쪽 분홍새우 등 주로 한해성 새우가 올라온다. 9월에서 12월까지 살이 알차고 맛도 좋아 전어와 함께 가을 입맛을 유혹하는 대표적인 먹을거리다.

지난 7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 국빈 만찬에 독도새우가 식재료로 들어간 '송이 돌솥밥 반상'이 차려졌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도 만찬장에 참석했는데 엉뚱하게도 일본은 '독도새우'를 문제삼고 있다. '모종의 의도'를 담고 있는 것이 아닌가하는 눈초리다.

▲ 김춘만 논설위원

지난 8일 베트남 다낭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회의(APEC) 장관급회의에서도 일본의 항의는 계속됐다.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은 한국측 대표에게 또다시 '독도새우' 문제를 거론하며 항의했다고 한다.

이쯤 되면 단순한 불쾌감을 넘어 내정까지 간섭하는 태도로 보인다. 손님을 대접한 먹을거리를 가지고 말이다.

일본은 북한의 핵문제에 대해 한ㆍ미ㆍ일 3국의 협력이 필요한데 일본과 불편한 관계를 만들 수 있는 행위를 굳이 해야 하느냐는 입장이다.

그것은 표면적으로 내세운 이유다. 아직도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 독도 영유권 주장에 추호도 양보할 의사가 없음을 이면에 나타내고 있다.

북한 핵문제에 있어 일본은 별로 손해 볼게 없는 나라다. 북한 미사일이 일본을 사정권에 두고 있다고 하지만 극우 아베정권이 군국주의를 표방하기에 북한은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핑계거리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도 국방예산 증대와 의회 설득에 북한을 아주 요긴하게 활용하고 있다. 이래저래 골치 아픈 건 턱밑에서 위협받고 있는 우리나라와 체면만 구기고 있는 중국뿐이다.

제2차 세계대전 후 패전국 일본이 승전국 미국의 통치를 받고 있을 때 맥아더는 일본을 아예 회생 불가능한 원시국가로 만들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소련과의 냉전체제가 시작되자 동아시아에서 미국을 대신해 소련의 남하를 저지할 국가가 필요했고 쉽게 재무장이 가능한 일본을 주목했다. 물론 여기에는 전 후 미국의 군수산업 재편 계획도 한 몫을 차지했다.

1950년 1월12일 동북아시아에 대한 극동방위선인 이른바 '애치슨 라인'이 발표된다. 예상과 달리 한반도는 '애치슨 라인'에서 빠지게 되고 같은해 6월 일본에게는 천재일우(千載一遇)인 한국전쟁이 발발한다.

군수산업이 발달한 일본은 한국전쟁에 필요한 물자를 공급하고 단숨에 폐허가 된 국가를 재건하게 된다.

결국 일본은 우리나라를 36년간 찬탈하고도 모자라 경제대국으로 재등장하는 결정적 기회까지 우리나라의 희생으로 얻게 된다. 이같은 일련의 역사적 사실은 아직도 한국전쟁의 본질에 대한 의심을 낳는 계기가 되고 있다.

어쨌든 일본은 근현대사에 있어 우리나라에 알게 모르게 빚이 많은 나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자신들만의 생각에 갇혀 터무니없는 말과 행동으로 우리와 갈등을 빚고 있다. 심하게 말하면 '후안무치'한 행위다.

일본이 변화하는 역사의 흐름에 순응하지 않고 자신만의 아집과 주장을 고집할 수 있는 것은 그들이 가지고 있는 힘을 믿기 때문이다. 무시할 수 없는 일본의 힘에 영원한 우방이라는 미국도 한 발 물러서는 것이 세계질서의 냉정한 현실이다.

세계정세는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있다. 동해새우가 주변 강대국에 등 터지지 않도록 우리도 현실을 똑바로 보고 힘을 모아야할 때다. 북한과도 이념적 대결로만 치닫지 말고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를 위해 공존의 지혜를 모색해야 한다.

새우 하나 가지고 다른 나라의 시비거리가 되는 일이 후대에는 더 이상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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