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우스가 보물로 아끼는 것을 프로메테우스가 인간에게 전해 인류문명의 시발점이 되었다는 불. 티탄족 으로 인간을 사랑한 프로메테우스는 불을 두 번씩이나 도둑질해 인간에게 줘 제우스의 노여움을 받게 되고, 결국은 판도라에 의해 온갖 재앙이 봉인된 상자를 열게 되는 벌을 받게 된다.

제우스가 건네준 상자 안에는 질병ㆍ가난ㆍ원한ㆍ복수 등 인간에게 해가 되는 재액들이 담겨있었다. 프로메테우스의 여동생 판도라가 뚜껑을 열자 이런 것들이 세상 밖으로 빠져 나왔다. 판도라가 급히 뚜껑을 닫았을 때는 '희망' 하나만이 상자 안에 오롯이 남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익히 알고 있는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이야기다.

지난 21일 제천 스포츠센터에서 발생한 화재는 인간에게 선물처럼 안겨진 불로 인해 겪은 쓰라린 아픔이다.

언제나 그랬듯이 대형사고가 일어나면 '인재(人災)'라는 말이 꼬리표처럼 따라다닌다.
이번 사고도 예외는 아니었다. 스프링클러와 화재감지기는 아예 작동불능 이었고 피난 유도등 마저 4개 층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기가 막힌 것은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지 않은 이유가 사소한 화재로 작동할 경우 영업에 지장을 줄 수 있어 잠가 놓았기 때문이란다. 이쯤 되면 안전불감증을 넘어 인간의 생명을 담보로 영업하는 범법행위에 다름없다.

더 큰 문제는 위기가 닥쳤을 때 제대로 된 대피훈련과 위기관리 매뉴얼이 전무했다는 것이다.

▲ 김춘만 논설위원
▲ 김춘만 논설위원

2001년 9월 11일 미국 세계무역센터가 붕괴했을 때 모건스탠리는 2500여명의 임직원 가운데 단지 13명만 목숨을 잃었다. 이는 기적에 가까운 수치였다. 평소에도 안보책임자의 지휘아래 꾸준히 재난대책 훈련을 한 결과였다.

이와 반대로 제대로 된 재난훈련이 없었던 세계적 금융회사 캔토피츠제럴드는 본사인력 1000명 가운데 320명이 사상돼 업무가 마비되는 곤경에 처하기도 했다.

이는 평소 '위기관리시스템'을 어떻게 적용하고 얼마나 끊임없이 훈련을 거듭했느냐의 차이다. 다소 지나치고 시간낭비라고 생각했던 재난대비훈련이 유사시에 한 회사의 존망을 결정하는 엄청난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제천사고와 9ㆍ11 사건은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크게 다를 바 없다.

2017년 마지막달을 넘기면서 적지 않은 사고가 사람들의 마음을 우울하게 하고 있다. 지난 3일 영흥도 앞바다에서 낚싯배가 전복해 13명이 사망하고 2명이 실종되는 일이 있었다. 그로부터 불과 20여일 만에 이번에는 육지에서 또 다른 아픔을 겪었다. 소중한 목숨들이 덧없이 스러져가는 사고는 우리 모두에게도 너무나 비통한 일이다.

판도라의 상자는 '희망'을 남기고 봉인됐다. 그것이 비록 허망한 봉인 일지라도 그것을 극복할 책임 또한 인간에게 있는 것이다.
제천 화재사고는 인간이 연 판도라의 상자다. 이제는 그 속에 남겨진 희망도 함께 길어 올려야한다.

오는 25일은 아기 예수가 세상에 구원과 희망의 소식을 전해주기 위해 오신 성탄절이다. 세상은 예년과 다름없이 아기 예수의 탄생을 축하하고 연말연시를 보내는 설렘으로 가득할 것이다.

설렘은 희망을 담고 있다. 그리고 그 희망은 이번 재난으로 아픔을 겪은 이들에게 더욱 절실하다. 서로의 따뜻한 손길과 위로로 함께 해야 할 때다.

더불어 이 땅에 소외되고 고통 받는 이들에게도 그리스도의 복음(福音)과 인간들이 나누는 희망이 함께 전해지길 소망해 본다.

■ 김춘만 논설위원 = 세이프타임즈 10기 기자스쿨을 수료하고 생활안전에디터에 이어 논설위원으로 재능기부 하고 있다. 행정학과 기계공학을 전공하고 현재 (주)현대포스 대표이사로 재직하고 있다.

저작권자 © 누구나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언론 세이프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