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가 사람을 물면 뉴스가 안 돼도 사람이 개를 물면 뉴스가 된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사람을 무는 정도가 단순한 찰과상을 넘어 생명까지 위협하게 되면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된다.

최근 반려견으로 인한 사망사고 발생후 언론보도를 보면 견주의 안이한 태도를 질타하는 내용이 대부분이지만, 반려견까지 싸잡아 매도하는 마녀사냥식 보도가 심심치 않게 눈에 띈다.

얼마전 '개 사육농장'이 사회적 이슈로 부각됐을 때 언론의 보도와 비슷한 양상이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식용견 사육농'을 운영하고 있다. 통계를 보면 전국적으로 1만7076곳에 달하며 매년 200만마리의 개가 도살되고 있다.

인간의 무책임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있다. 전국 동물보호소에는 연간 3만2000여마리에 달하는 동물이 안락사 되거나 폐기, 유기되고 있다.

사람이 개에 물려 사망한 것은 물론 안타깝다. 그러나 일부 언론보도를 보면 인간에게 버림받은 반려동물이 기사를 읽을 수 있다면 어떤 기분이들까 생각해 본다.

영장류를 제외한 동물은 입이 손발의 기능을 한다. 영장류 중에서도 유일하게 사람만이 입과 손을 확실하게 구분한다. 사람은 화가 나면 주먹을 쓰지만 동물은 손으로 상대방을 때릴 수 없다. 개과의 동물은 입이 모든 공격과 방어수단을 대신한다.

개는 대부분 자신에 대한 위협이나 주인에 대한 보호본능으로 상대방을 물지만 때로는 본능적으로 공격할 수 도 있다.

반려견과 산책할 때 목줄을 채우고, 맹견 입마개는 필수다. 타인에 대한 배려의 시작이다. "우리 개는 안 물어요"라는 말은 무책임한 말이다. 때로는 주인도 물 수 있는 것이 동물이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도 변명할 여지없이 모든 책임은 가해자인 최시원 측에 있다. 가해자도 처음에는 신속하게 사과하고 책임을 통감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런데 지난 24일 가해자 측은 "자신의 반려 견에 패혈증을 유발하는 녹농균이 없다"는 소견서를 제출했다.

▲ 김춘만 세이프타임즈 논설위원

아마도 사태가 생각이상으로 커지자 책임을 모면할 방안으로 발표한 것 같은데 오히려 상황은 더욱 나빠지고 있다. 책임을 회피하려는 모습은 정당성 여부를 떠나 결코 본인에게 유리하지 않다는 것을 간과한 것이다.

공자는 제자들에게 "삼사일언(三思一言)하라"고 했다. 말하기에 앞서 항상 세번은 생각하고 신중에 신중을 더해 발언하라는 뜻이다.

뱀에 물린 사람은 3일만에 퇴원했지만, 말(言)에 물린 사람은 평생을 입원해야 한다는 말이 있다. 입으로 나오는 말이나 온라인 자판으로 옮기는 글을 조심해야 하는 이유다. 가해자는 백마디 변명보다 침묵이 더 진솔하다는 지혜를 배워야 한다.

사람을 저평가할 때 '개 같은 인간'이라고 한다. 그러나 개를 잠시만이라도 가족처럼 키워봤다면 결코 그런말이 나올 수 없다.

적어도 사람이 개처럼 말없이, 진실되게, 변함없이 상대방을 대할 수 있다면 정녕 그 사람은 인생을 성공적으로 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2015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1911만가구 가운데 457만가구가 반려동물과 살고 있다고 한다. 네가구중 한 가구다. 국민 다섯명 가운데 한명이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여기고 있다.

반려동물이 우리사회에 깊숙이 자리잡고 있지만 내가 좋다고 모든 사람이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반려동물에 대한 안전의식과 더불어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을 지녀야 할 때다.

■ 김춘만 논설위원 = 대학에서 기계공학과 행정학을 전공했다. (주)로테코 기술이사를 역임하고 (주)현대포스를 창업해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세이프타임즈 제10기 기자스쿨을 수료한 뒤 생활안전에디터에 이어 논설위원으로 재능기부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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