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추는 삶을
살고 싶은 이가 누가 있으랴
기꺼이 운명에 맞서는 삶이
고되지 않을 수 있으랴
모진 자리 찾아 굴하지 않고
유연한 잎 서로 의지해
이삭 꽃차례 이뤄내는
담대함이 희고 희더라
지나는 이의 발자취에
눈 흘기지 않는 것
남의 흔적 안고 사는 것도
밟히는 몸보다
밟는 마음이 먼저 다치니
낮은 자리의 삶이
때론 싱겁지 않음을
알기 때문이다
﹡ 질경이 꽃말 : 발자취
■ 손남태 시인 = 경기도 안성 출신으로 대학에서 문학을 공부한 뒤 농민신문사 기자로 일했다. 현재는 농협중앙회 안성시지부장으로 근무하면서 한국문인협회와 한국현대시인협회, 국제PEN클럽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시집으로는 '그 다음은 기다림입니다' 등 6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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