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지난 3일 치러진 제21대 대통령선거에서 49.42%를 득표해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4일 오전 6시 21분 선거 결과를 확정함과 동시에 이재명 대통령의 임기가 시작됐다.
세이프타임즈는 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에서 밝힌 공약을 짚어보며 이재명 정부 출범으로 달라질 대한민국의 모습을 그려본다.
이 대통령의 외교안보 공약은 대체로 문재인 정부 정책을 계승하는 성격이지만 미국발 관세와 공급망 불안 등의 이슈로 경제안보 중요성이 한층 부각되고 있다. 또 이 대통령은 외교 전반에 걸쳐 다변화를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경제외교 공약을 최상단에 배치했다. 주목할 만한 공약은 △경제안보 총괄과 조정기능 강화를 위한 컨트롤 타워 구축 △공급망 조기경보시스템 고도화 △수출시장·품목 다변화 등이다.
컨트롤타워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없지만 지난달 김현종 전 통상교섭본부장이 더불어민주당 선거캠프의 외교안보보좌관 자격으로 미국 백악관을 방문한 점을 미뤄볼 때 김 전 본부장이 이 대통령의 경제안보 보좌역을 맡을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공급망 위기를 사전에 포착해서 대응하려면 관련 첩보를 면밀히 수집할 수 있는 조기경보시스템이 필요하다. 김규현 전 국가정보원장은 2022년 11월 국정원이 주최한 산업보안 국제컨퍼런스에서 경제안보 전담조직을 처음으로 설치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의 지시로 들어설 경제안보 컨트롤타워가 어떤 형태로 세워지고 기존 전담부서와 관계를 어떻게 맺을지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이 대통령은 경제안보뿐만 아니라 외교 전반에서 다변화 공약을 여러 번 제시했다.
통상환경 변화 대응을 위해 무역구조를 바꿔야 한다며 수출시장·품목 다변화 공약을 내놨다. 이어 문재인 정보의 신남방정책과 신북방정책을 계승해 글로벌 사우스와의 협력을 심화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제3세계의 맹주 격인 인도와의 특별동반자관계도 강화하겠다고 했다.
이 대통령의 다변화 공약은 미·중 전략경쟁에서 오는 정치·경제 분야 등의 리스크를 줄이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다만 두 나라 사이 최전선에 있는 중견국가 한국이 인도와 같은 고도의 전략적 자율성을 가지고 독자 외교공간을 확보한다는 구상은 현실성 부족이란 지적 역시 나오고 있다.
이 대통령은 10대 공약집에서 다변화 공약을 북한이나 주요국 외교보다도 위에 배치했다. 그만큼 이 대통령이 다변화를 높은 우선순위로 생각한다는 뜻이다.
이 대통령은 대북정책에서 문재인 정부의 기조를 이어나갈 예정이다. 우선 남북이 서로 효력정지와 파기를 선언한 9·19 군사합의를 복원하는 등의 대화를 통해 한반도 군사적 긴장을 낮춘다.
이를 바탕으로 미국과 북한의 대화까지 추진해 단계적으로 북한의 핵 위협을 줄이는 한반도 평화구조 구축 프로세스를 공약했다.
다만 공약자료에서 구체적인 방안을 확인할 순 없었다. 또 이 대통령이 제시한 비핵화 로드맵은 결과적으로 실패한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답습하는 데 그쳐 앞으로 이 대통령이 차별화된 정책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 대통령이 미국·일본 등을 대상으로 한 주요국 외교공약에선 한미동맹 강화, 전시작전권 환수 추진 등 기존과 크게 다른 공약을 찾기 어려웠다.
지난달 백악관을 방문한 김현종 전 통상교섭본부장이 이 대통령의 한미일 협력 지속 의지를 밝혔다는 점에서 한미일 3자관계에 전향적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은 낮다.
중국 관련 공약도 한중일 3국 협력 정례화와 각급별 소통으로 정세 관리에 나선다는 정도의 애매하고 추상적인 표현이 전부였다.
다만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을 시사하는 공약은 눈길을 끌었다. 이 대통령은 한러관계 악화 방지와 러-북 군사협력에 단호한 반대라는 두 가지 공약을 제시했다. 하지만 두 공약은 상충되는 성격이 강해 동시에 달성하기 어렵다.
이 대통령이 대선 과정에서 여러 차례 밝힌 실리주의 외교, 한러관계 공약과 별도로 지면을 할애해 북극항로 공약을 제시한 점, 주러시아대사를 지낸 위성락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4일 안보실장으로 임명한 점 등을 종합해 보면 이 대통령은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정부는 한반도 내에선 남북대화, 외부로는 그동안의 외교 기조는 유지하되 전방위적 다변화를 추구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미 실패한 대북전략의 전철을 밟지 않을지, 신냉전으로 불리는 미·중의 전지구적 패권경쟁에서 독자적 외교공간을 마련할 수 있을지는 오리무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