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 남은경 경실련 사회정책팀장, 박호균·이정민 법무법인 히포크라테스 변호사,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 송기민 경실련 보건의료위원장 등이 의료사고 안전망 강화를 위한 시민사회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 세이프타임즈 민지 기자

정부가 준비하는 의료사고 안전망이 환자와 국민 안전을 훼손하는 부족한 법안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회와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5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의료사고를 일으킨 의사에 대한 기소 제한 등은 '부당 특례'"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간담회에는 박호균·이정민 법무법인 히포크라테스 변호사, 안기종 환단연 대표, 송기민 경실련 보건의료위원장(한양대 보건학과 교수) 등이 참석했다.

▲ 박호균 법무법인 히포크라테스 대표변호사. ⓒ 세이프타임즈 민지 기자

박 변호사는 "정부 보도자료를 분석할 때 사망 등 결과와 상관없이 경과실 필수의료사고에 대해 다 봐주겠다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필수의료행위는 굉장히 모호한 개념인데 이를 기준으로 면죄부를 주겠다는 것은 너무나도 파격적이고 이상한 특례"라고 비판했다.

정부는 필수의료 의사들의 의료사고와 관련해 중과실에 한해서만 기소하는 형사처벌 특례 제정을 준비하고 있다.

중과실에 이르지 않는 과실에 대한 필수의료 영역의 사고는 중상해를 비롯한 상해의 경우 합의 유무 불문 불기소하겠다는 것이다.

피해자가 사망한 경우에도 합의가 이뤄지면 불기소하고 합의하지 않더라도 형을 감면한다. 정부는 이와 관련해 6일 토론회를 열고 초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법안 추진 배경으로는 "의사가 민·형사소송에 휘말릴까봐 소신 진료를 못 하고 아예 필수 진료과를 기피하는 현상이 10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는 점 등을 들었다.

▲ 이정민 법무법인 히포크라테스 변호사. ⓒ 세이프타임즈 민지 기자

이 변호사는 이에 대해 "의료인을 과도하게 형사처벌하거나 수사하고 있다는 전제는 근거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대한의사협회가 '우리나라 의사 업무상과실치사상죄 기소 건수가 연평균 754.8건으로 영국의 31.5배'라고 주장한 내용은 피고인이 아닌 피의자를 따진 잘못된 예시라는 것이다.

박 변호사는 "민사사건이 법원에 1년에 750∼800건 정도 접수가 되는데 이를 형사와 혼동하는 경우도 있는 것 같다"며 "민사와 형사는 엄연히 다른 존재"라고 강조했다.

▲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 ⓒ 세이프타임즈 민지 기자

안 대표는 "정부는 중상해까지 불기소 특례를 주기 위해 의료사고심의위원회를 만들어 필수의료·중과실 여부를 판단하려 한다"며 "단순과실로 중상해 의료사고를 낸 의사에게도 형사처벌 특혜를 주는 것에 절대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대형병원에서 발생하는 의료사고는 불법대리수술 등 12개 유형을 빼면 대부분 단순과실로 인한 것"이라며 "무과실의 경우 의료진 소환 조사를 생략, 불기소할 수도 있겠지만 단순과실도 불기소하면 이는 의사만을 위한 특권법"이라고 비판했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의료사고 공적 배상체계에 대한 타당성 의문도 제기됐다.

▲ 송기민 경실련 보건의료위원장. ⓒ 세이프타임즈 민지 기자

송 위원장은 "의료사고에 대한 배상이 타당하려면 정부 주도하에 금전적 보상이 꾸준히 이뤄져야 하는데 이를 민간보험에 맡긴다는 것은 법에 맞지도 않다"며 "더더욱 정부는 이와 관련해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 방안도 제시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는 의료인 특혜가 아닌 의료사고 예방과 피해 구제를 위한 근본적 대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정부에 △의료사고 입증책임 전환 △의료감정의 공정성과 신뢰성 제고 △그레이 존 등 의료사고 공적배상책임 강화 △의료사고의 불합리한 수사절차 개선 등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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