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라이저 등 구조물 안전규정 위반 가능성
국제규정 '설치물은 쉽게 부서지도록 설계'

 ▲ 제주항공 여객기 충돌로 파손된 무안공항 로컬라이저. ⓒ 연합뉴스

전남 무안국제공항에 설치된 로컬라이저와 지상으로 돌출된 콘크리트 구조물이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를 키웠다는 지적이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다.

31일 무안국제공항과 국토부에 따르면 여객기의 착륙을 돕는 역할을 하는 안테나인 로컬라이저와 콘크리트 둔덕은 공항 활주로 끝에서 250m 정도 떨어진 비활주로에 설치됐다.

콘크리트 둔덕은 2m 높이 흙더미로 덮여 있다. 로컬라이저 등 모든 구조물은 4m 높이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로컬라이저를 교체하며 이러한 콘크리트 둔덕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공항 측은 "로컬라이저의 내구연한(15년)이 끝나 장비를 교체하며 기초재를 보강했다"고 밝혔다.

또 활주로 끝단 이후 지면이 기울어져 둔덕을 세워 수평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로컬라이저가 활주로의 중앙선과 수직을 이루도록 배치돼야 항공기가 제대로 중앙 정렬을 맞출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고 피해가 크자 둔덕이 지상으로 2m 돌출된 것이 여객기와의 충돌 피해를 키웠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외국 항공 전문가와 전직 비행사들은 유튜브와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여객기가 구조물과 충돌해 인명 피해가 컸다고 주장한다.

로컬라이저 구조물이 금속 형태가 아닌 콘크리트의 돌출 구조로 만들어지는 것은 매우 드물어 사고기 파손을 키웠다는 주장이다.

현직 조종사는 "여러 공항을 다니며 많은 안테나를 봤지만 이런 종류의 구조물은 처음"이라며 "안테나를 더 높게 만들고 싶어도 콘크리트 벽을 건설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항공 전문가인 데이비드 리어마운트는 영국 스카이뉴스에 출연해 "승객들은 활주로 끝을 조금 벗어난 곳에 있던 견고한 구조물에 부딪혀 사망했는데 원래라면 그런 단단한 구조물이 있으면 안 되는 위치였다"고 주장했다.

또 "비행기는 활주로를 미끄러지며 이탈했는데 이때까지도 기체 손상은 거의 없었다"며 "항공기가 둔덕에 부딪혀 불이 나 탑승자들이 목숨을 잃었다"고 덧붙였다.

인천국제공항 등 다른 공항은 돌출된 콘크리트 지지물이 없는 사실도 둔덕의 피해 확대 야기 주장에 힘을 싣고 있다.

 ▲ 제주항공 피해 확대 원인으로 지목된 콘크리트 둔덕. ⓒ 연합뉴스 

국토부는 연이은 브리핑에서 "여수공항과 청주공항 등에도 콘크리트 구조물 형태로 방위각 시설이 있다"며 "또 제주공항은 콘크리트와 H빔을, 포항공항은 성토와 콘크리트를 썼다"고 반박했다.

이어 "해외도 미국 로스앤젤레스 공항과 스페인 테네리페 공항 등이 콘크리트를 쓴 사례가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모든 공항시설 설계와 건설은 국토부가 총괄하는 만큼 사고 조사 결과 둔덕의 피해 야기 사실이 확인되면 국토부의 책임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공항 안전 운영기준 제41조 포장구역의 관리 1항에 따르면 공항 운영자는 활주로와 비활주로 사이 7.5㎝ 이상의 단차가 생기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

국토교통부 항공장애물 관리 세부지침 제25조는 로컬라이저 등 장애물이 될 수 있는 공항장비와 설치물은 항공기가 충돌했을 때 최소한의 손상만을 입히도록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의 비행장 설계 매뉴얼에 설치물은 쉽게 부서지게 설계하라 규정돼 있다. 울타리·조명 등 공항 구조물은 부서지기 쉽게 만드는 게 원칙이다.

콘크리트와 같은 단단한 설비는 지양해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국토부는 "2005년 신공항 건설 추진하며 서울지방항공청에서 설계를 담당했다"며 "안전 규정에 맞춘 시설"이라고 밝혔다.

이어 "무안공항의 로컬라이저와 같이 종단안전구역 외에 설치되는 장비나 장애물에 대해서는 해당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 활주로에 남겨진 동체 착륙 흔적. ⓒ 연합뉴스

활주로 끝에서 로컬라이저가 있는 둔덕까지의 거리(251m)가 짧은 것이 피해 규모에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도 제기된다. 인천과 김포 등 다른 국제공항은 거리가 대부분 300m 이상이다.

하지만 공항·비행장시설·이착륙장 설치기준 제21조에 따르면 종단안전구역은 착륙대의 끝으로부터 최소 90m는 확보하되 240m를 권고하고 있다.

무안공항은 종단안전구역거리가 199m로 설정돼 문제가 없다는 것이 국토부의 입장이다.

로컬라이저는 이 구역에 안전 구역인 착륙대 거리 60m를 더한 250m 거리에 설치돼 있다.

해외에서는 비행기가 활주로를 이탈할 상황을 대비해 이 안전지역을 되도록 넓게 만들어 놔야 한다는 권고 규정을 운영하고 있다.

ICAO는 활주로 종단 이후 안전지역 길이를 300m 이상으로 만들라고 권고한다.

또 미국 연방항공청의 계기착륙시스템 설치 기준에 따르면 활주로 끝에서 305m에 로컬라이저를 설치하라고 권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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