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가 중대재해처벌법상 '중대시민재해'로 인정받을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조류 충돌(버드 스트라이크)이 사고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지만 기체 결함·정비 불량 등 항공사의 관리 문제도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31일 세이프타임즈 취재를 종합하면 제주항공 참사 여객기 7C2216편은 사고 전 48시간 동안 8개 공항을 오가며 13차례 운항했다. 사고 기종인 보잉 737-800은 올해만 3차례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지난 2월부터 전·현직 직원들이 '제주항공 타지 마라'고 경고하는 내용의 폭로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작성자 A씨는 '제주항공 타지 마라'는 제목의 글에서 "요즘 툭하면 엔진 결함"이라며 "언제 떨어질지 모른다"고 경고했다.
또 다른 직원 B씨는 지난해 "하늘에서 엔진 자주 꺼지는 항공사 제주항공"이라며 "정비비용 아끼느라 1년에 공중에서 엔진 4번 꺼짐"이라는 내용의 글을 게시했다.
이어 "제주항공의 안전불감증을 감시하고 멈춰주세요"라며 "국민과 제주항공 직원들의 항공 안전을 경영진으로부터 지켜주세요"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제주항공 직원 C 씨는 "그 와중에 정비 연달아 터지는 중"이라며 "어제랑 오늘 새벽 걸쳐서 벌써 3건인데 현장 직원분들 고생 많으셨다"고 적었다.
이 같은 배경을 바탕으로 전문가들은 제대로 된 책임 규명과 처벌을 위해서라도 엄정한 사고 원인 조사가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중대재해처벌법은 공중이용시설이나 공중교통수단에서 관리상의 결함으로 시민이 사망하거나 중대한 피해를 입는 사고를 중대시민재해로 규정한다.
항공기 역시 법 적용 대상인 공중교통수단으로 이번 참사가 기체 결함이나 정비 불량으로 발생했다면 책임자 처벌이 가능하다.
국토교통부는 사고 원인 조사와 함께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국토부는 2022년 발간한 해설서에서 이번 참사와 흡사한 가상 사건을 중대시민재해 사례로 소개했다.
당시 국토부는 "ㄱ항공이 착륙 도중 기체 결함으로 인해 추락하여 이용자 1명 사망, 5명 부상"한 사건에 대해 중대시민재해 조건을 모두 충족해 경영책임자와 사업주가 책임질 수 있다고 명시했다.
이번 참사와 관련해 실제 처벌을 위해서는 제주항공 경영책임자가 항공 안전관리 시스템을 구축하지 않았거나 정기 점검 등 의무를 소홀히 했다는 정황이 확인돼야 한다.
참사 원인을 예단할 순 없지만 항공기 착륙 당시 랜딩기어가 미작동됐으며, 동체착륙 이후 충돌 전까지 속도가 크게 줄지 않은 것으로 보아 스피드 브레이크(날개 일부분을 접어 공기의 저항으로 속도를 늦추는 역날개) 미작동하지 않은 게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참사 하루 뒤에도 사고 비행기와 동일 기종의 제주항공 비행기가 랜딩기어 이상으로 김포공항으로 회항하면서 제주항공의 기체 결함이나 정비 불량 가능성 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중대시민재해를 판가름할 땐 제주항공뿐만 아니라 무안국제공항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무안공항이 공중이용시설로서 '조류 충돌 예방' 노력을 충분히 했는지 살펴봐야 하기 때문이다.
무안공항의 착륙 항공편 대비 조류 충돌 발생률은 높은 편인데도 불구하고 조류 충돌 예방 인력은 4명뿐이다. 김포국제공항 23명, 제주국제공항 20명 등과 비교하면 현저히 적다.
공항 청사 등 공중이용시설의 경영책임자는 재해 예방에 필요한 인력과 예산을 확보할 의무를 진다. 이를 제때 점검하지 않았다면 중대재해처벌법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다만 중대시민재해로 고발돼 기소된 사례가 아직 한 개도 없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번 참사에 중대재해처벌법 혐의가 적용될 가능성은 작게 전망된다.
지난해 경기 성남 정자교 붕괴 사고는 경찰 수사 결과 무혐의 종결됐으며 오송 지하차도 참사는 청주지검이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수사하고 있지만 아직 결론 나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