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부당합병·회계부정' 의혹 항소심 결심 공판에서 1심과 같이 징역 5년과 벌금 5억원을 구형했다.
검찰은 25일 서울고법 형사13부(백강진·김선희·이인수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 회장의 자본시장법 위반, 업무상 배임 등 혐의 결심 공판에서 이같이 구형했다.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실장과 김종중 전 미전실 전략팀장에 대해서도 1심과 동일하게 각각 징역 4년6개월과 벌금 5억원을 선고해 달라고 요청했다.
장충기 전 미전실 차장에겐 징역 3년과 벌금 1억원을 구형했다.
검찰은 "피고인이 훼손한 것은 우리 경제의 정의와 자본시장의 근간을 이루는 헌법적 가치"라며 "합병 당시 주주 반발로 합병 성사가 불투명해지자 찬성이 곧 국익을 위한 것이라며 주주들을 기망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 사건 판결은 앞으로 재벌기업 구조 개편과 회계처리 방향에 기준점이 될 것"이라며 "면죄부가 주어진다면 지배주주들은 아무런 거리낌 없이 위법과 편법을 동원해 이익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합병을 추진할 우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미전실이 합병을 검토할 때 당사자인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은 전혀 검토하지 않았고 합병 시점 또한 이 회장과 미전실이 임의 선택했다"며 "합병은 경영 승계를 목적으로 삼성물산 주주의 이익과 무관하게 추진, 강행을 위해 각종 부정거래 행위가 수반될 수밖에 없었다"고도 주장했다.
또 "합병을 통해 2020년 예상 매출액이 60조원에 이를 것이라며 삼성물산 주주와 투자자에게 허위로 설명했다"며 "이런 부정행위가 없었다면 투자자들은 1:0.35라는 불리한 합병 비율에 찬성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1심 재판부가 검찰이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주요 증거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은 데 대해선 "삼성은 일반 압수수색으로 찾을 수 없는 장소에 증거를 은닉, 목적이 달성되는 아이러니한 결과에 이르렀다"고 비판했다.
앞서 검찰은 2019년 5월 압수수색 과정에서 공장과 회의실 바닥 아래에 숨겨져 있던 18TB(테라바이트) 규모의 백업 서버 등을 확보해 증거로 제출했다. 1심은 선별 작업 없이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라며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 회장은 이날 최후진술에서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음에도 무거운 책임감을 느꼈다"며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고 국민의 사랑을 받는 삼성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기회를 허락해 달라"고 말했다.
이어 "법의 엄격한 잣대로 책임을 물어야 할 잘못이 있다면 제가 감당해야 할 몫"이라며 "다만 평생 회사를 위해 헌신해 온 다른 피고인들에게는 선처를 베풀어 주시길 간곡히 요청드린다"고 덧붙였다.
최 전 실장은 "계열사 현안을 파악하며 건설 부문 위기 상황을 알게됐고, 합병을 통해 추진력을 얻을 수 있겠다 생각해 합병을 추진한 것"이라며 "당시는 투명한 어항 속처럼 감시받아 불법적인 일을 조직적으로 하는 것을 상상하지도 못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이 회장 등에 대한 항소심 선고기일을 내년 2월 3일 오후 2시로 지정했다.
이 회장 등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정에서의 자본시장법 위반과 업무상 배임 혐의로 2020년 9월 기소됐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은 2015년 제일모직 주식 1주당 삼성물산 약 3주를 교환하는 조건으로 이뤄졌다.
당시 제일모직 지분 23.2%를 보유한 대주주였던 이 회장(당시 부회장)은 합병 이후 지주회사 격인 통합 삼성물산 지분을 안정적으로 확보해 그룹 지배력을 강화했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제일모직 주가는 띄우고 삼성물산 주가는 낮추기 위해 그룹 참모 조직인 미전실 주도로 △거짓 정보 유포 △중요 정보 은폐 △허위 호재 공표 △주요 주주 매수 △국민연금 의결권 확보를 위한 불법 로비 △자사주 집중 매입을 통한 시세조종 등 각종 부정행위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이 회장 등은 제일모직 자회사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해 분식회계를 한 혐의도 받는다. 검찰은 삼성바이오가 2015년 합병 이후 회계처리 기준을 자산 4조5천억원 과다 계상했다고 본다.
그러나 지난 2월 1심은 "두 회사 합병이 이 회장의 승계나 지배력 강화가 유일한 목적이 아니라 전체적으로 부당하다고 볼 수 없다"며 "비율이 불공정해 주주에게 손해를 끼쳤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19개 혐의에 대해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