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일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서문 근처에서 열린 허경영 하늘궁 무료급식소에서 도시락을 받기 위해 사람들이 줄을 서 있다. ⓒ 김주헌 기자
▲ 6일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서문 근처에서 열린 허경영 하늘궁 무료급식소에서 도시락을 받기 위해 사람들이 줄을 서 있다. ⓒ 김주헌 기자

설 연휴를 앞둔 6일. 서울 종로 탑골공원 무료급식소. '노인들의 쉼터'로 불리는 곳이다.

오래된 건물 사이로 술 한잔을 곁들일 수 있는 포장마차. 저렴한 가격에 국수와 국밥을 파는 골목상권이 즐비한 '송해길'. 고층 빌딩과 버스와 지하철이 내달리는 대로변 사이.

탑골공원을 중심으로 한 종로에 어르신이 유독 많이 모이는 이유 가운데 하나가 바로 무료급식이다.

탑골공원은 은퇴후 벌이를 찾기 쉽지 않은 어르신, 몸과 마음이 지친 노숙인까지 배를 채우기 위해 모여드는 '명소'다.

▲ 6일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서문 근처에 도시락 배급을 위한 허경영 하늘궁 무료급식소 차량이 주차돼 있다. ⓒ 김주헌 기자
▲ 6일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서문 근처에 도시락 배급을 위한 허경영 하늘궁 무료급식소 차량이 주차돼 있다. ⓒ 김주헌 기자

무료급식소 가운데 유독 길게 줄이 늘어서 있는 곳이 눈에 들어왔다. '허경영 하늘궁 무료급식소'.

하늘궁 급식소는 유튜브 채널 '허경영TV' 등으로 유명한 허경영 국가혁명당 명예대표가 운영하고 있다.

빨간 앞치마를 두른 자원봉사자들은 대기줄을 통제하면서 바쁘게 움직였다.

허경영 명예대표를 찬양하는 듯한 내용의 노래가 울려 퍼졌다.

식판에 음식을 담아 배급하는 다른 곳과 달리 하늘궁 무료급식소는 도시락을 나눠줬다.

어쩌면 도시락을 받아 원하는 때에 식사를 할 수 있다는 '자유' 때문에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선 것이 아닐까.

▲ 6일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옆에 허경영 하늘궁 무료급식소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 김주헌 기자
▲ 6일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옆에 허경영 하늘궁 무료급식소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 김주헌 기자

한 어르신은 "지하철은 무료로 이용할 수 있어 이동에 문제는 없지만, 배를 채우는 일은 매일매일이 문제"라고 했다.

그는 "정말 배고파서 쓰러질 것 같을 때가 아니면 도시락은 받아서 저녁이나 내일 아침에 따로 먹고 점심은 다른 급식소에 가서 먹는다"고 말했다.

인근의 다른 급식소를 방문해 보니 하늘궁 급식소 도시락 봉지를 들고 또 줄을 서 있는 어르신도 많았다.

하늘궁 급식소 한 자원봉사자는 "여기 모인 분들 모두가 각자 일이 있지만 불우이웃을 위해서 매일 나오고 있다"며 "더운 날, 추운 날 가리지 않고 도시락을 받기 위해 줄을 서 있는 노인분들을 위해 우리가 더 힘을 내야 한다"고 말했다.

▲ 6일 서울 종로 탑골공원 서문 근처에서 열린 허경영 하늘궁 무료급식소에서 실랑이가 벌어지자 경찰들이 중재하고 있다. ⓒ 김주헌 기자
▲ 6일 서울 종로 탑골공원 서문 근처에서 열린 허경영 하늘궁 무료급식소에서 실랑이가 벌어지자 경찰들이 중재하고 있다. ⓒ 김주헌 기자

하늘궁 급식소 도시락 배급이 시작되기 몇 분 전에는 경찰도 도착했다. '불상사'를 막기 위해 대기줄 통제에 나섰다.

일부 노인들이 오랜 기다림을 참지 못해 슬쩍 새치기를 시도하다가 싸움이 났기 때문이다.

하늘궁 급식소 김지연 책임자는 "가끔씩 성미가 급한 분들이 계시기도 하지만 큰일이 난 적도 없고 경찰들도 도와주시기에 별 탈 없이 배급할 수 있다"며 "오히려 급식소를 찾아 주시는 분들을 만족시켜드리지 못할 때가 가끔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급식소는 탑골공원에서 지냈던 시간을 포함해 46년 동안 불우한 이웃에게 식사 배급을 매일 하고 있다"며 "어르신을 위한 봉사에 대해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운 것 없기에 당당하고 깨끗하고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 6일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서문 근처에서 열린 허경영 하늘궁 무료급식소에서 자원봉사자들이 도시락을 나눠주고 있다. ⓒ 김주헌 기자
▲ 6일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서문 근처에서 열린 허경영 하늘궁 무료급식소에서 자원봉사자들이 도시락을 나눠주고 있다. ⓒ 김주헌 기자

그는 인터뷰에 밝게 응하며 세이프타임즈 취재진들에게도 도시락을 나눠줬다.

갓 만든 도시락을 빠르게 가져와 배식한 덕에 생각보다 더 큰 온기를 느낄 수 있었다.

설 연휴를 앞두고 자신에게 부족한 온기를 채우려 급식소에 사람들이 모인 탓에 탑골공원은 이날도 북적였다.

저작권자 © 누구나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언론 세이프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