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일리지 개편 '빛 좋은 개살구' 불과 비판
시민단체 "소비자 우롱 행위 개편안 철회"
대한항공이 4개 지역으로 나눠 적용하던 '마일리지 공제 기준'을 오는 4월부터 거리별로 세분화한다. 개편에 따르면 장거리 노선의 경우 기존보다 더 많은 마일리지가 소모돼 소비자들의 불만이 속출하고 있다.
17일 소비자주권시민회의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승객이 마일리지로 보너스 항공권을 구매하거나 좌석 등급을 올릴 때 국내선 1개와 동북아시아, 동남아, 서남아, 미주·유럽·대양주 등 국제선 4개 지역으로 나눠 차등 공제하고 있다.
개편안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오는 4월부터 공제 기준을 운항 거리에 따라 국내선 1개와 국제선 10개로 세분화한다.
프레스티지석 기준으로 인천∼뉴욕 구간을 마일리지로 구매하려면 지금까진 편도 6만2500마일이 필요했지만 개편안이 시행되면 9만마일이 필요하다.
이코노미석 기준으론 기존 3만5000마일에서 4만5000마일로 오른다. 이코노미석에서 프레스티지로 좌석 등급을 높이려면 이전보다 2만2500마일이 증가한 6만2500마일이 필요하다.
소비자의 불만이 폭증하자 대한항공은 개편된 마일리지 적용 시기를 2∼3개월 늦추고 올해만 '마일리지 특별 전세기'를 운항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국토교통부는 대한항공의 대처 방안이 충분치 않다는 입장이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역대급 실적을 내고도 고객은 뒷전"이라는 대한항공에 대한 저격 글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다.
항공사 마일리지 적립은 어렵고 쓰기도 힘들어 대한항공 마일리지 개편안은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원 장관은 페이스북에서 "항공사 마일리지는 고객에게 진 빚"이라며 "마일리지 사용 기준에 대한 합리적 검토와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대한항공의 마일리지 개편안에 반대하는 의견을 내놓은 셈이다.
대한항공은 2019년에 이미 구상된 개편안이고 코로나19로 시행만 미뤄진 것이라는 입장이다. 2019년 기준으로 중·장거리 노선을 이용하는 소비자가 24%에 불과해 마일리지 제도가 개편되면 더 많은 이들이 혜택을 받는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중국, 일본 등 단거리 노선에선 필요한 마일리지가 오히려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개편안에 따르면 칭다오, 후쿠오카 노선은 일반석의 경우 현재 1만5000마일이 필요하지만 개편 후엔 1만마일이면 보너스 항공권을 구매할 수 있다.
미주 지역으로 분류돼 3만5000마일을 공제했던 인천~하와이 항공권도 3만2500마일로 줄어들게 된다.
하지만 마일리지 공제율은 저가항공사의 진입이 어려운 장거리 노선을 중심으로 높아진 것이라 소비자가 체감하는 효용은 그리 크지 않을 전망이다.
단거리 노선의 경우 마일리지 공제가 줄어들지만 저가항공사를 이용하면 더 싸게 항공권을 구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소비자는 "단거리는 저가항공사를 이용하고 장거리와 좌석 승급을 위해 알뜰히 마일리지를 모아왔는데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마일리지 항공권의 구매가 어렵다는 것도 논란거리다. 대한항공의 개편안이 발표되기 전부터 여행 관련 커뮤니티 등에선 "마일리지로 좌석을 구하는 게 하늘의 별 따기보다 어렵다"며 "마일리지로 살 수 있는 좌석을 늘려달라"는 소비자 불만이 속출했다.
이에 대한항공은 마일리지 사용처를 일부 늘리기도 했지만 소비자들은 크게 도움이 안 된다는 반응이다. 다른 용도로 마일리지를 사용하는 소비자가 거의 없을 뿐더러 호텔 숙박, 쇼핑 등에서 사용할 경우 마일리지의 가치가 크게 떨어진다는 분석이다.
대한항공 마일리지몰인 '스카이패스'에서 교보문고의 1만원짜리 책(1400마일)을 살 때 1마일리지의 가치는 7원에 불과하다. 개편 전 인천~뉴욕 구간의 일등석을 마일리지로 구입했을 때 1마일리지 가치가 91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낙폭이 크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 관계자는 "마일리지는 소비자의 재산과도 같다"며 "대한항공은 소비자를 우롱하는 행위를 중단하고 개편안을 철회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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