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반건설의 공공택지 부정 입찰·내부거래 등 혐의에 대해 경찰이 강제 수사에 착수했다. ⓒ 호반건설 홈페이지

언론보도에 따르면 지난 1일 경찰이 이른바 '벌떼입찰'로 공공택지를 공급받은 호반·우미·대방 등 3개 건설사를 상대로 강제 수사에 착수했다.

벌떼입찰은 건설사가 공공택지 낙찰 가능성을 높이려고 계열사나 협력사 등을 동원해 편법 입찰하는 것을 일컫는다.

부동산 개발에서 가장 많은 비용을 차지하는 택지를 공공택지로 낙찰받을 경우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건설사들이 관행처럼 벌떼입찰을 해 온 것이 사실이다.

근본적인 관점에서 보면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강제 수용을 통해 마련한 공공택지를 민간 건설사에 매각하지 않고 공공개발을 했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일이다.

이제라도 국토교통부가 공공택지의 벌떼입찰 근절 방안을 마련한다고 하고 경찰이 수사에 나선 것은 다행이지만 공공택지 민간 매각을 최소화하고 공공택지의 비축·공공택지 공영개발 체제로 전환하지 않고서는 근본적 개선이 이뤄질지 의문이다.

지난 1월 참여연대는 국민 주거 안정을 위해 조성한 공공택지를 위장계열사나 페이퍼컴퍼니 등을 동원해 편법적으로 낙찰받아 사익을 편취하고 공공주택용지 과점, 내부거래를 이용한 자녀 회사 공동주택 용지 몰아주기 등의 악질적 행위를 한 호반건설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의 총수 검찰고발과 국세청의 조사를 주문했다.

일례로 호반건설은 2008년부터 2018년까지 LH가 진행하는 신도시·택지지구 사업의 공동주택용지 입찰에 페이퍼컴퍼니를 대거 동원해 473개 필지 가운데 44개를 낙찰받고 내부거래로 총수의 장남·차남에게 택지를 몰아줘 각각 7912억원, 4766억원의 분양수익을 올리게 한 혐의를 받았다.

이처럼 벌떼입찰은 공정한 시장 질서를 망가뜨리고 페이퍼컴퍼니 유지를 위한 비용이 분양가에 반영돼 부동산 가격 상승을 일으키며 무자격 업체가 낙찰될 경우 결국 부실 공사로 이어져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참사까지 야기할 수 있다.

공공 입찰과 관련한 부정 입찰 문제가 벌써 수십년 이상 지속돼 왔던 일인 만큼 부정 입찰에 관한 규제 체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벌떼 입찰에 대해서는 입찰 조건 규제를 통해 부정 입찰에 대한 무효화, 입찰방해죄 처벌, 공공택지 낙찰자가 택지·주택 개발 등을 목적대로 하지 않은 채 제3자에게 매각하지 못하도록 법적 제재(낙찰 무효화·소유권 반환 등)를 할 수 있다.

그러나 공공택지를 팔아야 택지개발 사업비가 충당되고 그 수익으로 공공임대주택 사업을 할 수 있는 교차보전을 해야 하는 구조가 형성돼 있었다.

이런 실정이다보니 개발한 택지를 민간에 팔아서 수익을 올려야만 하는 LH나 지방공기업들은 민간 건설사들 상당수가 벌떼 입찰을 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에 대한 법적 조치를 취하지 않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도 이를 눈감고 묵인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벌떼 입찰과 같은 공공택지 부정입찰 행위에 대한 지속적인 문제제기가 이뤄지자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11월 추첨 방식 택지공급제도의 부작용 해소 방안을 발표한 데에 이어 지난 9월에는 페이퍼컴퍼니 등 부정한 방법으로 토지 취득시 계약해지·택지환수 등 엄중 제재하고, 모기업·계열사 포함 1개 업체만 1필지 추첨에 참여하는 등의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또한 2020년 벌떼입찰 근절을 위해 공동주택용지에 대한 전매제한 조건 강화, 영업정지나 과징금 처분 등을 받은 건설사 입찰 금지 등의 내용으로 법 개정이 이뤄졌다.

그러나 이러한 개정만으로 낙찰받기만 하면 엄청난 수익이 보장되는 공공택지의 벌떼입찰을 근본적으로 막을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민간 건설사가 같은 계열사를 이용하지 않고 위장 계열사, 하도급 업체 등을 이용해 법망을 피하려는 시도는 계속될 것이다.

참여연대는 국민들의 주거 안정을 위해 토지 강제 수용을 통해 조성한 3기 신도시 5곳의 공공택지를 민간에 매각할 경우 민간사업자들이 8조원가량의 개발이익을 가져간다고 분석했다.

벌떼 입찰에 대한 강한 법적 규제를 할 경우 얼마간 부정입찰 행위들이 줄어들 가능성은 있지만 위와 같이 공공택지를 낙찰받는 민간 건설사에 천문학적 이익이 발생하는 상태에선 부정입찰 행위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정부는 3기 신도시 공공택지뿐만 아니라 2027년까지 5년간 22조5850억원 규모의 공공 자산을 처분하겠다는 방침을 밝히고 있어 이를 둘러싼 입찰비리, 부정행위 나아가 또다른 대장동 사태가 발생하지 않을지 우려된다.

공공택지를 현재와 같이 민간에 매각할 경우 과도한 수익 발생으로 인해 입찰 비리를 뿌리 뽑는다는 것은 매우 힘들다. 따라서 공공주택 사업 체제를 공영개발 방식으로 전환하는 더 근본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첫째, 장기적 안목에서 공공택지의 공영개발이 가능하도록 토지은행을 LH 외부에 독립 조직으로 설치하고 공공택지 개발용 토지를 토지은행에 비축하고 주택도시기금은 토지은행에 자금을 지원해야 한다.

현재 LH 토지은행은 토지 비축 규모도 너무 적고 공공에 대한 토지 공급자로서의 기능을 하기도 어렵게 설계돼 있다.

둘째, LH와 지방 공기업 등이 택지개발 비용을 택지 민간 매각을 통해 충당하는 방식이 아니라 토지은행으로부터 매수대금으로 받아 충당하고 토지은행은 사들인 토지를 공공의 수요에 맞춰 장기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공공에 공급해야 한다.

셋째, 개발된 공공택지는 공공임대주택 용지(전체 주택 호수의 100분의 50 이상), 공공분양 용지(전체 주택 호수의 100분의 30 이상 50 이하)의 공급을 중심으로 하고 공공분양은 수분양자에게 공공 환매 조건이 붙은 공공분양을 함으로써 지속적으로 수세대에 걸쳐 무주택자가 부담 가능한 가격의 토지 공급, 주택 환매, 재공급이 이뤄져야 한다.

택지의 민간 매각은 위와 같은 공영개발을 전제로 사업 수지, 택지 공급 시장 상황을 고려해 제한적으로 시행하는 것이 타당하다. 이 외에도 공공택지 벌떼입찰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공공택지 개발과 관련한 개발이익 환수를 강화해야 한다. 

즉 개발이익환수를 강화해 택지를 조성 이후 민간이 해당 토지를 매수하고 주택 등을 준공할 때까지 발생하는 토지에 관한 개발이익에 대해서도 개발이익을 환수하는 '개발이익 환수에 관한 법률의 개정(박상혁 의원 발의)'이 필요하다.

현재는 택지개발 단계까지만 개발이익을 환수하고 있지만 그 이후 주택 등 건축물을 준공할 때까지 개발이익 환수를 해야 과도한 개발이익 발생으로 인한 입찰 비리를 일부라도 줄일 수 있다.

공영개발 체제가 돼야 신규 공급되는 주택 분양 가격, 공공임대주택의 임대료도 무주택 서민들이 부담 가능한 가격으로 하향 안정화될 수 있고 택지 개발과 관련한 입찰 비리도 근본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

이를 위해 국민들의 주거 안정을 위해 조성한 공공택지를 민간에 매각하는 대신 공공주택을 건설하도록 하는 심상정·박상혁 의원이 각각 발의한 공공주택특벌법 개정안에 대한 국회의 조속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

저작권자 © 누구나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언론 세이프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