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홍철 정보보안 전문위원
▲ 임홍철 정보보안 전문위원

아파트 월패드가 해킹돼 사생활이 노출돼 온 나라가 시끄럽다. 내밀한 사생활이 해커에 의해 낱낱이 노출되고 있었다는 분노와 당혹감 때문이다.

그 분노와 당혹감은 정부기관의 무대책을 비판하고 개인 사생활 보안에 관심없는 건설회사의 비난에 이르고 있다.

이 사건이 한국에서만 발생한 사고인 듯 과장하는 경향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잘못된 내용이다. 한국뿐 아니라 미국 등 해외 국가들에서도 아파트나 일반 가정집의 전자기기가 해킹돼 정보가 유출된 사고는 오래전부터 이미 발생해왔다. 지금도 계속 발생하고 있다.

이번 사고에서 정작 짚어보아야 할 점은 사고 자체가 아니라 사고발생의 원인이다. 왜 이런 사고가 발생할 수밖에 없었는지를 되새기고 반성할 필요가 있다. 

사고발생 그 자체에만 관심을 둬 비난에만 열중하게 되면 사고의 재발을 방지하기 어렵게 된다. 도리어 단기적 졸속대책 마련에 집중하는 부작용으로 사고의 근본적인 대책마련이 어려워질 수 있다.

아파트 망분리와 같은 실제 현장의 상황을 검토하지 않은 현실성 없는 대책 등이 제시되고 입법화가 추진된다면 건설시장은 오랫동안 그로 인한 심각한 후유증에 시달려야 하기 때문이다.

월패드 해킹사고에 대해 침착하고 냉정하게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그냥 집안의 월패드 한대가 해킹 당했다. 그 한대와 똑같은 방식으로 수많은 월패드가 해킹당했다.

집안에는 월패드 말고도 해킹 대상이 더 많다. 최근의 가전기기 들은 모두 영리함을 의미하는 '스마트'를 표방하고 있고 모두 해커의 표적물이다.

스마트TV, 스마트냉장고, 스마트에어컨, 노트북, 스마트CCTV, 스마트키친, 스마트비서 등등. 많은 스마트 기기 중 하나가 월패드인 것이다. 인터넷으로 접속 가능한 스마트 월패드.

이제 이번 사고의 근본원인으로 돌아가 보자. 월패드가 해킹된 것은 결과이지 원인은 될 수 없다. 따라서 그 대책도 단순히 월패드에만 집중돼서는 안 된다.

대책은 스마트홈 그 자체에 집중돼야 한다. 점점 증가하고 있는 스마트 기기들로 채워지게 될 현재와 미래의 가정집. 그 집을 보호하기 위한 방안이 필요한 것이다.

그 동안은 스마트 기기의 개발과 편의성 강화에만 초점이 맞추어져 각종 스마트 사업들이 진행돼 왔다. 스마트홈 사업 역시 마찬가지다.

첫 시작부터 함께 달려왔어야 할 보안에 대한 투자와 관심은 예산문제와 비용문제를 핑계로 의도적으로 제외돼 왔다. 그 결과가 월패드 해킹 사고다. 

오래전부터 정보보안 분야 전문가들이 보안을 제외한 절름발이 사업 진행에 대해 우려하고 지적했던 상황이 사고로 표출됐다고 보는 것이 합당하다.

이제부터라도 다시 시작해야 한다. 무엇이 문제였는지 되짚어보고 스마트홈 사업을 다시 설계해야 한다.

스마트기기들로 채워지게 될 미래의 집, 즉 스마트홈의 보안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지 근본부터 만들어가야 한다.

사고처리를 위한 단기적 졸속대책에 치중해서는 안 된다. 다시 말하지만 월패드 사고는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수많은 스마트 기기 사고의 하나일 뿐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하나의 사고에 대한 대책이 아닌 근본적인 대책의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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