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재정 세이프타임즈 전문위원·공인노무사
▲ 김재정 세이프타임즈 전문위원·공인노무사

지난 6일 엄청난 폭우 속에서 춘천 의암호 수초섬이 떠내려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7명의 춘천시 공무원이 집 밖을 나섰다. 그 중 6명이 목숨을 잃거나 실종됐다.

실종자 수색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경찰과 언론은 누가 작업지시를 내렸는지 찾아내는 것에 혈안이 돼 있다. 찾아낸들 죽은 사람들이 살아 돌아오는가.

또 한 명의 희생자를 찾아내 이 사건을 덮는데 사활을 걸고 있는 듯하다. 결국 이 사건의 유발자는 춘천시청일 뿐이다. 개인이 아니다. 작업지시를 내린 그 공무원도 결국엔 16억원짜리 수초섬이 떠내려가면 징계를 먹을 것이 뻔하기에 하위 공무원들을 사지로 몰아넣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사건은 개인의 범죄가 아니라 조직의 범죄라고 할 수 있다.

왜 개인의 범죄가 아닌 조직의 범죄로 봐야 하는가. 이를 개인적 범죄로만 본다면 춘천 의암호 사건과 같은 불행은 계속 발생할 수 있고, 재발 방지는 요원하다.

선량한 개인은 조직에 속해 있을 때 조직의 힘으로 인해 순식간에 사악한 범죄인으로 돌변할 수 있다. 그 만큼 조직은 특정 목적 달성을 위해서는 굉장히 효율적인 퍼포먼스를 낼 수 있다. 반면에 목적 달성을 위해 물불 가리지 않는 부작용의 폐단도 가지고 있다.

이 사건도 결국 16억원짜리 춘천시청의 수초섬을 지키고자 하는 목적 달성을 위한 조직의 폐해가 발생했다고 볼 수 있다.

조직의 폐해로 봐야만 다음 재발 방지대책이 나올 수 있다. 산업안전보건법은 위험현장에서의 근로자 안전보호 조치를 위해 '작업중지 요청제'를 도입하고 있다. 이 제도는 현장 근로자가 위험 상황을 인지했을 때 원청(여기서는 춘천시청이다)에 작업중지를 요청할 수 있는 제도다.

문제는 조직과 자유의지, 작업중지 요청을 위한 전제조건이 모두 감안되지 않은 탁상공론일 뿐이라는 것이다. 조직은 개인의 자유의지를 박탈할만큼 매우 강한 힘을 가지고 있다. '작업중지 요청제'는 현재 상황을 인지하고 판단할 만큼의 자유의지는 남아 있어야 발동할 수 있다.

일반 개인이라면 어느 누가 지난 6일의 폭우 속에서 배를 띄울 생각을 하겠는가. 조직에 속해 있는 개인이기 때문에 위험한 상황은 감지하지 못하고 수초섬이 떠내려 갔을 때 징계먹을 생각이 더 무서웠던 것이다.

결국 위험 상황을 막을 수 있는 판단을 할 수 있는 자유의지를 조직이 멈춰 버렸기 때문에 발생한 불행이다.

박원순 시장의 '불행', 의암호 사건의 불행 등은 조직의 어두운 면으로 봐야 한다. 조직은 목적 달성을 위해 굉장히 효율적인 힘을 발휘하지만 이같은 폐해도 만만치 않다. 조직의 폐해는 노출된 것보다 언론에서 제대로 공개되지 않는 사건들이 더 많다. 조직의 폐단으로 인한 무고한 죽음은 충분히 방지될 수 있다.

춘천 의암호 사건에서도 작업중지 요청을 했을 때 익명이 보장되고 자신의 신상에 아무런 징계가 없을 것이 확실시 된다면 자유의지는 발동되고 7명의 공무원 중 한 명은 위험을 감지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근로복지공단, 산업안전관리공단, 119 소방서 내지 새로운 예방기구를 구성해 해당 공무원이나 근로자들이 위험 현장에서의 작업을 중단할 수 있는 요구를 하고 정부 기관의 명령으로 즉시 긴급 작업중지권이 발동될 수 있도록 중앙 정부 차원의 법령이 시급하다.

■ 김재정 전문위원 △서울시립대 법정대 졸업 △공인노무사 △국제온누리 노무법인 대표 △노동법률 미디어 사람과 법률 대표 △서울전세버스운송사업조합 고문 노무사 △대한전문건설신문 칼럼 연재 ⓒ 세이프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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