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적 재난된 '극한호우' 현재 재난시스템으로 대응 어려워
자치단체에 선제적 대응할 수 있는 재량권 과감히 부여해야

▲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 폭우와 제방 유실로 물이 쏟아져 들어가고 있다. ⓒ 충북도
▲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 폭우와 제방 유실로 물이 쏟아져 들어가고 있다. ⓒ 충북도

전국적으로 내린 집중호우로 지금까지 수십 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충북 오송의 지하차도에서는 갑자기 불어난 물에 차량 십여 대가 고립돼 14명이 사망하는 안타까운 사고도 일어났다.

지하구조물에 갑작스럽게 물이 차올라 대형인명피해가 발생한 것은 최근 들어 벌써 세 번째다. 3년 전 부산 초량지하차도에 이어 지난해에는 포항 지하주차장 침수사고가 있었다.

지하구조물은 한번 물이 들어차기 시작하면 속도가 대단히 빠르고 구조상 대피할 공간마저 없어 피해가 커질 수밖에 없다. 상황을 '보고' 판단할 수 있는 수준의 재난이 아니라는 의미다.

이번 오송지하차도 사고 역시 여러 차례 위험 신고와 제보가 있었는데도 관할 기관이 어디인지를 따지다가 발생한 인재(人災)로 파악되고 있다. 사고 책임을 가려내겠다며 총리실과 경찰까지 나서 부산하게 움직이고 있다.

하지만 단순히 책임자 처벌만이 이런 재난과 인재를 막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최근 '백 년만의 호우'라고 지칭되는 극한 호우는 이제 일상적인 재난이 돼가고 있다.

오송 지하차도 침수가 충북 청주의 15일 강수량은 265㎜가 넘었다. 기상관측 사상 세 번째 호우라고 했지만, 2017년에도 290㎜의 비가 내렸다.

▲ 윤석열 대통령이 경북 예천군 산사태 현장을 둘러보며 피해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 대통령실
▲ 윤석열 대통령이 경북 예천군 산사태 현장을 둘러보며 피해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 대통령실

극도의 가뭄과 한꺼번에 쏟아지는 극한 호우가 반복되는 현상은 이제 이상기후가 아니라 일상적인 기후현상으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지금까지 만들어진 재난대비 시스템을 근본부터 새로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무엇보다 재난대비 컨트롤타워를 일원화해야 한다. 오송 지하차도 사고는 관할자치단체가 신속하게 '차량통제'를 하지 않은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금강홍수통제소는 사고 발생 두 시간 전에 미호강 범람 가능성을 청주시에 통보했다. 하지만 청주시는 차량통제를 하지 않았다. 지하차도 관할 기관이 충청북도였기 때문이다. 더구나 청주시는 위험 상황을 충청북도에 전파도 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충청북도 역시 CCTV를 통해 지하차도를 모니터링하고 있었지만, 지하차도에 50㎝ 이상 물이 차야 차량통제를 할 수 있다는 매뉴얼에 따라 차량을 막지 않았다. 매뉴얼도 잘못됐고, 관할 구역도 분산돼 있어 총체적으로 사고에 대응할 수 없는 시스템이다.

▲ 충남 공주시 공산성 만하루 누각 일대가 물에 잠겨 누각 지붕만 수면 위로 드러나 있다. ⓒ 문화재청
▲ 충남 공주시 공산성 만하루 누각 일대가 물에 잠겨 누각 지붕만 수면 위로 드러나 있다. ⓒ 문화재청

이제는 이런 시스템 자체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할 시점이다. 복잡한 단계를 거치지 않고 기초자치단체가 선제적으로 재난에 대응할 수 있도록 재량권을 부여해야 한다.

재난 복구에만 집중돼있는 예산도 이젠 예방과 대비를 위해 더 많이 쓰여져야 한다. 현재 자치단체의 재난관리기금의 30%만이 재난 예방에 사용되고 있다.

책임자를 가려내 처벌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제는 재난 대비에 대한 근본적인 시각부터 바꿔야 한다. 정교한 대비책 마련 없이 재난관리 부서의 공무원들만 처벌한다면 결국 재난부서는 기피 부서가 될 것이고 정작 중요한 대비책 마련에는 소흘해질수밖에 없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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