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이념적 잣대로 독립영웅 폄하 반발 거세

▲ 국방부가 육군사관학교뿐 아니라 국방부 청사 앞에 설치된 고(故) 홍범도 장군 흉상에 대해서도 필요시 이전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 앞에 설치된 고 홍범도 장군 흉상 모습. ⓒ 연합뉴스
▲ 국방부가 육군사관학교뿐 아니라 국방부 청사 앞에 설치된 고(故) 홍범도 장군 흉상에 대해서도 필요시 이전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 앞에 설치된 고 홍범도 장군 흉상 모습. ⓒ 연합뉴스

육군사관학교와 국방부에 설치된 홍범도 장군 흉상을 놓고 뜨거운 논란이 일고 있다. 국방부는 홍범도 장군의 소련군 참여 사실을 '공산세력과 협력한 행위'로 해석해 육군의 장교 양성학교와 국방부에 흉상을 두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육사에 설치된 5명의 동상을 모두 이전하려고 했지만, 반발이 거세자 홍범도 장군의 흉상만 이전하는 것으로 가닥이 잡혀가고 있다. 이런 움직임에 대해 광복회와 야당은 물론 여당 내부에서조차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홍범도 장군에 대한 이념적 문제는 지난해 국민의 힘 신원식 의원이 제기했다. 육사 동창회 등 일부 세력의 입장을 국회에서 대변한 것이다.

하지만 홍범도 장군이 '공산주의자'라는 해석은 지극히 편협하고 잘못된 해석이다. 무엇보다 홍 장군은 우리가 주적으로 삼고 있는 북한과 아무런 연관이 없는 인물이다.

▲ 지난 29일 서울 노원구 육군사관학교 앞에서 홍범도장군기념사업회 이사장인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의원을 비롯한 의원과 참가자들이 국방부의 항일 독립전쟁 영웅들의 흉상 철거 계획 중단을 촉구하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 지난 29일 서울 노원구 육군사관학교 앞에서 홍범도장군기념사업회 이사장인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의원을 비롯한 의원과 참가자들이 국방부의 항일 독립전쟁 영웅들의 흉상 철거 계획 중단을 촉구하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홍 장군은 북한 정권이 탄생하기 전인 1943년 사망했다. 북한 정권 수립에 관여한 적도, 6·25에 참전한 사실도 없다. 혼란스러웠던 우리의 근·현대사를 돌이켜 볼 때 당시 사회주의 이념은 일본이나 독일 같은 전체주의나 봉건주의에 대항하기 위한 이념적 대안이라고 할 수 있다. 해방 후 '공산 정권'을 수립하는 것은 다른 문제였다.

일제 치하에서 목숨을 걸고 싸웠던 독립운동가들은 사회주의 세력과 민족주의 세력이 혼재했고, 서로 이념적 대립 없이 한 마음으로 일제와 맞서 싸웠던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홍범도 장군의 전력은 해방 이후 북한 정권에 가담하거나, 6·25 전쟁에서 북한군으로 참여했던 인물들과는 완전히 다른 차원으로 해석해야 할 문제다.

홍범도 장군의 전력이 문제가 된다면, 간도특설대에 참여한 백선엽 장군이나 남로당에 가담해 사형 선고까지 받았던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어떤 판단을 해야 하는가.

▲ 지난 7월 5일 경북 칠곡 다부동 전적 기념관에서 열린 고 백선엽 장군의 동상 제막식이 열렸다. ⓒ 연합뉴스
▲ 지난 7월 5일 경북 칠곡 다부동 전적 기념관에서 열린 고 백선엽 장군의 동상 제막식이 열렸다. ⓒ 연합뉴스

6·25 전쟁 영웅으로 추앙받고 있는 백선엽씨가 가담했던 간도특설대는 일제 치하 당시 만주에서 항일세력을 토벌하기 위해 만들어진 조선인 부대다. 이같은 친일행위에 대해 백선엽씨도 스스로 인정한 바 있다.

남로당에 가담했다 붙잡혀 사형선고까지 받았던 박정희 전 대통령은 어떤가. 박 전 대통령 역시 일제 치하에서 일본 육사를 졸업하고 일본군으로 근무한 전력까지 더해진다.

두 인물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이후 대한민국의 수호와 발전을 위해 헌신한 사실을 근거로 해 이뤄지고 있다. 전력이 문제가 된다며 어떤 인물이 더 큰 문제를 안고 있는지 굳이 따질 필요는 없을 것이다.

홍범도 장군의 경우처럼 이미 국민적 공감대가 폭넓게 형성된 사안까지 이념논쟁으로 끌어들여 극심한 국론분열을 초래하는 것은 윤석열 대통령의 행보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과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과는 관련이 없다고 '굳이' 해명했다. 하지만 현 정부에서 윤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되지 않은 정책이 추진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점을 감안할 때, 홍 장군 흉상 철거 문제도 윤 대통령의 '색깔'과 무관하지 않다.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5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대강당에서 열린 제78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5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대강당에서 열린 제78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윤 대통령은 취임 초기부터 지금까지 줄곧 '자유'를 천명하고 있다. 또한 최근의 광복절 축사에서도 '공산전체주의 척결'을 강조하면서, '공산주의'와 '자유민주주의'의 대결적 인식을 강도 높게 드러내고 있다.

홍범도 장군의 흉상 이전 역시 공산주의 색채가 조금이라도 드러난 인물에 대한 극단적인 시각이 반영된 결과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하지만, 주도면밀한 검토 없이 극우적 시각만이 반영된 정책추진은 결국 많은 허점을 드러낼 가능성이 높다.

건전한 보수층은 물론 중도층으로의 지지층 확산을 막는 걸림돌이 될 것이 분명하다. 이념이 상식을 뛰어넘을 때 그것은 위험한 극단적 이데올로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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