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도·다리 공사·하천 관리 책임 제각각

▲ 충북 청주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서 해양경찰청 중앙해양특수구조단 대원들이 현장 확인 작업을 하고 있다. ⓒ 해양경찰청
▲ 충북 청주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서 해양경찰청 중앙해양특수구조단 대원들이 현장 확인 작업을 하고 있다. ⓒ 해양경찰청

지난 15일 발생한 충북 청주 오송 지하차도 침수 사고의 사망자가 14명으로 늘어났다. 도로 진입 통제 책임과 미호대교 임시 제방 문제 등을 둘러싸고 환경부·행정안전부 등 정부 부처와 충북도·청주시 등 지방자치단체는 서로 '네 탓'을 주장하고 있다.

17일 정부와 지자체에 따르면 침수 발생 전 교통 통제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 관해 환경부 소속 금강홍수통제소와 흥덕구·청주시의 입장이 대립하고 있다. 이들 기관은 진상을 규명하는 과정에서 숱한 '말바꾸기'로 책임을 떠넘기는 데 급급하다.

◆ 사건 당시 컨트롤타워 부재

▲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수색구조현장에서 진흙 제거 작업을 위해 장비가 지하차도로 진입하고 있다. ⓒ 연합뉴스
▲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수색구조현장에서 진흙 제거 작업을 위해 장비가 지하차도로 진입하고 있다. ⓒ 연합뉴스

침수 위험이 높은 시설물이었음에도 관리·통제의 책임이 분산돼 있었다.

지하차도를 통과하는 지방도 508호선의 관리 책임은 충북도에 있지만 침수 사고의 원인이 된 다리 공사는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 소관이었다. 범람한 하천의 관리 책임은 금강유역환경청(금강청)과 관할 지방자치단체인 청주시에 있었다.

금강홍수통제소는 침수 발생 4시간 30분 전이었던 지난 15일 오전 4시 10분 지하차도 인근 미호강 미호천교 지점에 '홍수경보'를 내렸다. 2시간여 뒤인 오전 6시 30분엔 하천 수위가 경보 수준보다 높은 '심각' 수위까지 높아졌다. 금강홍수통제소는 청주 흥덕구청에 전화해 인근 도로의 교통을 통제하는 등 안전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흥덕구는 지하차도 등 위험 도로에 대한 차량 통제를 하지 않았다. 충북도와 청주시 또한 손을 놓고 있었던 건 마찬가지다.

흥덕구 관계자는 "금강홍수통제소에서 위험 통보를 받지 못했다"고 했다가 "통보는 받았지만 교통 통제를 하라는 얘기는 없었다"고 말을 바꿨다.

충북도 관계자는 "홍수경보라고 해도 지하 차도 중심에 물이 고여야 교통 통제를 시작한다"며 "그러나 오송 지하차도는 제방이 무너져 순식간에 침수됐기 때문에 통제할 겨를이 없었다"고 말했다.

경찰도 오전 7시 5분쯤 미호강이 넘칠 것 같다는 신고를 수차례 받고 이를 흥덕구청에 전달했지만 정작 지하차도는 통제되지 않았다.

◆ 안일한 재난 대응 의식

▲ 한 시민이 이번 침수 참사의 원인이 된 청주 미호강 미호천교 아래의 유실된 제방을 가리키고 있다. ⓒ 연합뉴스
▲ 한 시민이 이번 침수 참사의 원인이 된 청주 미호강 미호천교 아래의 유실된 제방을 가리키고 있다. ⓒ 연합뉴스

행정안전부는 2019년 침수 위험이 있는 전국의 지하차도 145곳을 3개 등급으로 분류하고 호우특보가 발령되면 출입을 통제하게 했다. 하지만 홍수경보가 발령된 미호강변의 궁평2지하차도는 아무런 조처가 취해지지 않았다.

충북도 도로관리사업소가 별도의 매뉴얼을 만들어 운영했기 때문이다.

충북도 관계자는 "자체 매뉴얼엔 지하차도 중앙이 50㎝ 잠겨야 도로가 통제되도록 돼 있어 사전 통제를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침수 속도가 느린 빗물 고임에 대해서만 대비가 있었지 하천 범람에 따른 침수는 예상하지 못했단 뜻이다.

안일한 상황인식은 지하차도 인근 미호강에서 행복청이 2018년 2월부터 진행한 교량(미호천교) 확장과 임시제방 가설 공사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공사 편의를 위해 행복청은 원래 있던 둑을 허물고 임시제방을 쌓았다. 높이는 원래 제방(12.9m)보다 3m가량 낮은 10m였다.

행복청은 계획홍수위(9.3m)보다 높아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했다지만 결과적으로 기후위기에 따른 강우 패턴의 변화를 간과한 것이었다. 나흘간 300㎜가 넘게 쏟아진 비로 불어난 물은 제방을 쉽게 넘었고 물길이 트이자 임시제방도 삽시간에 쓸려나갔다.

◆ 앞으로 수해 대응 방안은

▲ 미호천 제방 유실로 침수된 청주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 군 장병들이 투입되고 있다. ⓒ 연합뉴스
▲ 미호천 제방 유실로 침수된 청주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 군 장병들이 투입되고 있다. ⓒ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은 17일 새벽 열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기후변화 상황을 늘상 있는 것으로 알고 대처해야지 이상현상이니까 어쩔 수 없다는 식의 인식은 완전히 뜯어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기후변화로 기상예측이 점점 더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이에 맞춘 대책이 준비됐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재난안전분야 관계자는 "기후변화는 이제 일상"이라며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아이디어를 받아 위험에 대비할 수 있는 참여형 재난안전관리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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