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태료 8만원 부과 대상지역 '성행' 여전
주민신고제 횟수·시간 제각각 주민 혼선
지자체 "신고처리 인력과 홍보부족 원인"

▲ 경기도 여주의 한 식당 앞. 소방시설 주정차금지 표시가 있지만 차와 오토바이가 주차돼 있다. ⓒ 안현선 기자
▲ 경기도 여주의 한 식당 앞. 소방시설 주정차금지 표시가 있지만 차와 오토바이가 주차돼 있다. ⓒ 안현선 기자

양심불량일까. 너무 바쁜 탓에 노면에 표시된 안내를 보지 못한 것일까.

주차가 불가능한 곳이 있다. 도로교통법 시행령 88조를 보면 안전표지와 적색 노면 표지가 된 소방시설 5m 이내에 불법 주정차를 할 경우 과태료 8만원이 부과된다.

소화전 주변 5m 이내는 '4대 불법 주정차'에 해당된다. 4대 불법 주정차는 상시 단속 대상으로 △소화전 주변 5m 이내 △교차로 모퉁이 5m 이내 △버스정류장 10m 이내 △횡단보도위가 해당된다.

세이프타임즈는 지난 8월 <세이프 포커스>를 통해 4대 불법 주정차에 대해 서울 용산 등 8곳 지역에서 집중 취재했다. (기사 바로보기)

하지만 최근 경기도 여주의 한 식당 앞. 보도블록에 엄연히 적색 경계석이 표시돼 있었지만 차량과 오토바이가 장시간 불법 주정차 된 것으로 확인됐다.

사람이 많고 신고가 많은 서울에 비해 지방의 도시들은 상인들의 민원을 감안해 단속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시민 최모(25)씨는 "주정차금지 표시가 있는지도 몰랐고, 5m 이내에 주차를 하면 안된다는 사실도 몰랐다"며 "화재 발생때 소화전의 중요성에 비해 홍보가 부족한 것 같다"고 말했다.

'직접 사진을 찍어 신고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아느냐'는 질문에 "처음 듣는다"고 말했다. 과연 '불법 주정차 주민신고제'는 제대로 시행되고 있는 것일까.

행정안전부는 지난 4월부터 안전신문고 앱을 통해 불법 주정차를 신고할 수 있는 주민신고제를 지자체에 권고했다.

이에 지자체들은 불법 주정차 근절과 시민 안전의식 높이기 위해 '불법 주정차 주민 신고제'의 본격 운영을 시작했다.

하지만 지자체별로 주민신고제의 적용 시기, 신고 접수 기준이 제각각 이어서 시민들은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 

경기도 고양·안양·김포시 등은 4대 불법 주정차 신고 횟수에 제한을 두고 있다. 고양·안양시는 1인 1일 3회로 제한된다. 김포시는 1일 5회로 한정하고 있다.

국민신문고에는 이처럼 지자체의 소극행정을 비판하는 민원이 올라와 있다.

민원인은 "1일 3회라는 규정은 수많은 불법주정차 차량 가운데 3건만 골라서 신고하라는 것이 아니냐"며 "고양은 100만명이 넘는 대도시인데 불법주정차 신고 가능 구간이 48곳 밖에 되지 않고 신고 횟수도 3회 제한한 것은 황당하다"고 글을 올렸다.

이에 대해 행안부는 "불법 주정차에 대한 단속과 과태료 부과 권한이 도로교통법상 지자체에 부여돼 있다"며 "주민신고제 역시 별도 법령 제정이 수반되지 않아 직접적인 조치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신고 횟수에 제한을 둔 한 자치단체 관계자는 "하루에 수십건에 달하는 신고를 담당할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부과된 과태료에 대해 불만을 가진 시민을 응대하는 것도 쉽지 않고, 상권 위축을 우려하는 상인이 단속에 불만을 제기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다양한 민원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지만 시민들은 대체적으로 제도에 긍정적인 분위기다. 행안부가 전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시민 10명 가운데 7명은 불법 주정차 주민신고제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 행안부가 조사한 주민신고제 설문 결과. ⓒ 행정안전부 자료
▲ 행안부가 조사한 주민신고제 설문 결과. ⓒ 행정안전부 자료

조사에 따르면 '불법 주정차 상태가 심각하다'고 응답한 사람은 89.9%에 달했다. 불법 주정차로 인해 통행의 불편을 겪었다는 대답도 89.3%로 나왔다.

'4대 불법 주정차 주민신고제가 필요하다'고 답한 시민은 70.5%, '제도 확대가 필요하다'고 답한 경우는 84.8%에 달했다. 

많은 시민들이 불법 주정차 주민신고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반면 제도 자체에 대한 인지도는 50% 정도에 불과했다.

여주시 교통지도과 관계자는 "주민신고제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가 중요하다"며 "여주시는 접수된 신고건이 과태료 부과 요건이 아닌 경우에도 계도장을 보내고 있어 시민들에게 불법 주정차에 대해 꾸준히 알리고 있다"고 말했다.

김계조 행안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은 4일 보도자료를 통해 "국민들은 불법 주정차 문제가 심각하고 개선할 필요성이 있다고 인식하면서도 정작 현실에서 실천하지 않는다"며 "앞으로 지자체와 단속과 홍보를 더욱 강화해 4대 구역 만큼은 반드시 지켜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주민신고제가 시작된지 32주차에 접어들었지만 전국적으로 46만527건의 신고가 접수된 것을 보면 홍보가 부족하고 시민들의 의식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제도의 미흡한 부분들이 안정화되기까지는 시간이 좀 더 필요한 것으로 분석된다. 4대 불법 주정차에 대한 시민 인식개선 효과가 나올지 주목된다.

전문가들은 "1분 1초가 중요한 사고 순간에 불법 주정차로 골든타임을 놓치는 일이 벌어지지 않아야 한다"며 "정부와 관계기관은 적극적인 홍보에 나서고, 시민들도 관심과 실천을 보여줘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 모퉁이와 횡단보도에 차량이 주차돼 있다. 주차된 곳은  4대 불법 주정차 신고대상이다. ⓒ 행안부
▲ 모퉁이와 횡단보도에 차량이 주차돼 있다. 주차된 곳은 4대 불법 주정차 신고대상이다. ⓒ 행안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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