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건물 화재를 사다리차를 이용해 진화 하고 있다.
▲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건물 화재를 사다리차를 이용해 진화 하고 있다.

설마와 대충대충. 빨리 빨리 문화와 경제 제일주의가 낳은 '안전불감증'이 결국 제천스포츠센터 화재참사가 됐다. 우리는 또 이웃 29명을 떠나보냈다.

대통령과 국무총리, 행정안전부장관, 여야 대표 등 정치 지도자들이 현장을 방문해 유족을 위로했지만 '국민의 눈'은 사진을 찍기 위해 다녀간 전시행정으로 보일 뿐이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야 하는 책무가 정부에 있지만 안전적폐는 겹겹이 쌓여있다. 정쟁에만 몰두한 결과라고 단언한다.

무사안일주의, '강 건너 불 구경하는' 안전불감증이 우리 의식 속에 팽배해 있다. 위정자들은 표를 의식해 선심정책에만 몰두하고 있다. 국민안전에는 무관심한 것이 현실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 속담처럼 외양간이라도 고쳐야 참사를 막을 수 있다.

제천 화재참사를 비롯해 늘 '인재'로 종지부를 찍는 사건을 볼 때 마다 문제점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이대로 두면 대형 참사는 계속될 것이 자명하다.

건축물의 드라이비트 시공을 비롯한 불쏘시개 내외장재는 불연성 내외장재로 시공해야 한다. 완벽한 수평·수직 방화벽을 구축하고 양방향 피난로를 확보하는 것이 시급하다. 필로티 구조의 주차장 천장면의 스틸로폼 가연성단열재를 불연성으로 교체하는 것도 서둘러야 한다. 주차장 1층 출입구의 갑종방화문 등 건축방재 시스템도 완벽히 구축해야 한다.

규모의 크고 작음을 불문하고 건축물의 안전을 위해 건축법을 강화해야 한다.

소방설비가 초기진화를 담당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완벽히 갖추어야 한다. 공동주택의 스프링클러설비는 16층, 11층,  6층 이상으로 화재참사가 발생할 때마다 땜질처방됐다. 이제부터는 모든 건축물에 적용해야 한다. 다세대주택은 물론 원룸과 개인주택에 이르기까지 스프링클러 소화설비를 갖추도록 제도를 강화해야 한다.

규정을 강화하면 대부분의 기존건축물에 대한 소급적용이 불가능한 것이 문제다. 이들 건축물에 대한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참사는 또 발생할 수 밖에 없다. 부실한 건축물은 안전진단을 통해 시정 권고를 시급히 내려야 한다. 소요되는 비용을 국가가 지원하는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 

▲ 오상환 논설위원ㆍ재난과학박사
▲ 오상환 논설위원ㆍ재난과학박사

화재안전 기준은 공동주택 스프링클러헤드 10개가 동시에 분사 작동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초기 진화에는 1~2개만 작동해도 진압이 가능하다. 이미 설치된 생활용수 배관을 겸용하면 소요비용이 저렴한 간이 스프링클러설비 구축도 가능하다.

또 문제가 있다. 제천 화재참사에 출동한 소방관들은 목숨을 걸고 구조업무에 전념했지만 일부 언론과 정치인들은 이들에게 억울한 누명을 씌우고 있다. 효율적인 인명구조와 화재진화를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지 못한 책임은 국가가 져야 한다. 처음 출동한 4명의 소방관이 하늘에서 내려온 신이라도 되는 듯 억지 주장을 펴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분초를 다투는 긴박한 출동시에 '도면을 소지하지 않았다'고 소방대에 책임을 추궁해서는 안될 말이다.

방화안전 책임자인 건축주와 소방안전관리자의 무능과 부실도 드러났다. 소방안전관리업무는 소방기계·소방전기·건축·화공·안전분야의 경험과 공학적 지식이 풍부한 엔지니어가 해야 한다. 건축과 소방방재시스템을 숙지하는 것은 기본이다. 유사시에 초기진압은 물론 고객을 안전하게 피난 시키는 최초의 현장 지휘관이다. 

그럼에도 불구, 단기간의 소방안전교육을 받고 투입된 문외한이 부지기수다. 소방안전관리자의 자격기준을 강화해야 한다.

국회도 제대로 된 입법을 해야 한다. 각 정당의 비례대표는 막말 잘하며 튀는 정치인을 인재라고 영입해서는 안된다. 분야별 재난전문가를 영입, 국정에 참여토록 해야 한다. 이공계 출신의 공학적 재난전문가가 정치에 입문하기 힘든 상황에서 비례대표제를 활용, 재난전문가들이 재난안전정책을 거시적으로 개혁해야 한다. 

소방청을 소방안전부로 승격해야 한다. 재난 컨트롤타워를 인문이나 법조계 출신의 '재난 문외한'을 기용해서는 안된다. 최소한 재난분야에서 만큼은 당리당략에 따른 보은성 낙하산 인사는 더이상 안된다. 현장경험이 축적된 재난전문가를 등용해야 한다. (참사에 희생되신 영혼들의 명복을 빌며 슬픔에 잠겨있는 유가족에게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 오상환(76) 고문ㆍ논설위원 = 평생을 소방기술 현장을 지켜오고 있는 원로다. 61세에 최고령 소방기술사 필기시험에 합격해 화제를 모았다. '중졸 소방기술사'라는 특이한 이력의 오 위원은 63세에 고졸검정고시를 거쳐 2004년 서울과학기술대 안전공학과 1학년을 중퇴하고 독학사로 '대졸 간판'을 땄다. 기술계에 보기드문 만학도인 오 위원은 서울시립대교 대학원에서 방재공학석사(2007)와 재난과학박사(2014) 학위를 취득한 화제의 인물이다. 선엔지니어링 종합건축사 사무소 상무로 재직하며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상주 감리를 하는 현역 최고령 소방기술사다.
저작권자 © 누구나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언론 세이프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