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3월 4일 홍제동 주택화재는 방화로 인한 연립건물의 붕괴사고였다. 소방관 6명이 순직하고 3명이 부상을 입었다. 소방관들은 열악한 화재현장에서 국민생명을 구하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불길 속으로 뛰어들어 순직하거나 부상을 당해 불구자가 됐다.

소방관도 국민이기에 그들의 생명도 귀중하다. 경각심과 타산지석으로 삼기 위해 15년의 안타까운 사고를 화재현장 열역학적 성상을 되짚어 본다.

화재가 났을 때 초기진화와 대피시간 등 소위 '골든타임'은 대략 5분 정도다. 화재를 직접체험하게 되면 패닉(panic)을 초래해 우왕좌왕, 혼란의 블랙홀에 함몰되게 마련이다. 건축물의 실내에서 불이 나면 발화로부터 큰 불로 번지기까지는 서서히 진행한다. 

어느 정도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대류와 복사에 의해 일정 공간안의 천장 면에는 열과 가연성가스가 축적된다. 발화온도에 이르게 되면 순식간에 폭발적으로 전체가 화염에 휩싸이는 '플래시오버(Flash over)' 가 생긴다. 플래시오버가 발생하기까지 시간이 '골든타임'인 것이다.

▲ 오상환 논설위원ㆍ재난과학박사

화재현장에서 소방대에 화재신고가 신속히 이루어지지 못하는 지체시간 때문이다. 소방대는 5분 출동을 목표로 훈련하지만 도로의 불법 주정차 차량들에 의해 5분내 출동이 난해한 것을 감안하면 소방대가 현장에 도착해 진압작업을 개시하는 시점에는 골든타임을 벗어나 화재가 확산된 상황이다. 

그렇기에 골든타임을 감안해 소방대 출동이전에 자체적으로 초기진압과 인명을 대피할 수 있는 방재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폐쇄된 공간에서 화재가 진행되면 산소가 부족하거나 훈소(焄燒 ㆍSmoldering) 상태에 된다. 출동한 소방대가 갑자기 출입문을 열면 산소가 일시적으로 다량 공급돼 연소가스가 순간적으로 발화, 강력한 폭발현상이 발생하는 역화, 즉 백 드래프트(Back draft)현상이 발생해 소방관에게 치명적인 손상을 입히기도 한다.

화재현장의 건축물 골조는 화재 열 기류에 의해 팽창한다. 팽창된 골조는 출동한 소방대의 방수에 의해 다시 신축현상이 일어난다. 이때 골조의 철근, 모래, 자갈, 시멘트 등은 각각 신축팽창계수가 상이해 골조의 응집력이 파괴돼 붕괴현상을 초래한다.

홍제동 주택화재사고 현장에서의 건물붕괴는 이같은 열역학적 현상과 무관치 않다. 소방대원이 화재진압과정에서 건물안으로 진압할 때는 신중을 기해야 하는 이유다.

2001년 9월 11일, 미국에서 벌어진 항공기 납치 동시다발 자살 테러로 뉴욕의 110층 짜리 세계무역센터(WTC) 쌍둥이 빌딩이 무너졌다. 9ㆍ11 테러에 출동한 소방관 300여명을 비롯한 수천명의 귀중한 생명을 잃었다. 이는 다량의 항공유를 적재한 항공기가 충돌하면서 폭발현상으로 충돌한 층의 실내온도는 대략 섭씨 2000도에 이르렀을 것으로 추측된다. 

고온에 의해 저층에 이르기까지 철골이 열전도에 의해 철골이 피로한계(疲勞限界)에 도달해 건물이 붕괴된 것으로 추정된다.

일반적으로 철골은 섭씨 500도를 넘어 700~800도에 이르면 엿가락처럼 휜다. 이같은 사례들을 반면교사 삼아 화재현장에서의 열역학적 화재성상을 숙지해야 한다.

■ 오상환(76) 논설위원 = 평생을 소방기술 현장을 지켜오고 있는 원로다. 61세에 최고령 소방기술사 필기시험에 합격해 화제를 모았EK. '중졸 소방기술사'라는 특이한 이력의 오 위원은 63세에 고졸검정고시를 거쳐 2004년 서울과학기술대 안전공학과 1학년을 중퇴하고 독학사로 '대졸간판'을 땄다. 기술계에 보기드문 만학도인 오 위원은 서울시립대교에서 방재공학석사(2007)와 재난과학박사(2014) 학위를 취득해 또 한번 화제가 됐다. 현재 선엔지니어링 종합건축사 사무소 상무로 재직하며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상주 감리를 하는 '현역 최고령 소방기술사'다. 세이프타임즈 창간멤버로 고문 겸 논설위원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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