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배 고문·논설위원
▲ 김영배 고문·논설위원

겨울은 끝나 가지만 이전투구의 계절인 선거철이 깊어져 간다. '우리나라엔 정치가 없다'는 모정치인의 말처럼 이 나라에 진정 정치가 있기나 한 것인가.

동서양을 막론하고 정치에도 '대도'가 있다. 천하에 정치의 대도를 말한다면 누가 공맹에 더하랴. 일찍이 공자는 '정치란 정의(政者 正也)'라고 권력자의 면전에서 말했다.

정치란 사람이 사람답게 살고 싶은 나라를 만드는 것이다. 공자도 '가까운 사람을 기쁘게 하면, 멀리 있는 사람도 찾아 온다(近者說 遠者來)'고 도망자가 많은 나라의 제후에게 일갈했다. 당적 바꾸기를 밥먹듯이 하고, 매일 핏대 올리며 싸우는 정치 지도자들의 모습들을 보면서 국민들의 정치혐오가 도를 넘었다는 느낌이다.

싸움판의 대의민주주의가 과연 더 필요할까. 정보화시대에 국민이 대표를 뽑지 않고 직접 나라를 다스린다면 어떨까. 권력을 쫒는 철새 도래지를 없애고 들판을 갈아버린다면 말이다. 

우리 정치판을 보면 과연 즐거운가. 축제 분위기인가. 그들이 사람답게들 사는가. 국민의 수범이 되는가. 글로벌시대라 오늘도 많은 사람들이 우리나라를 찾아온다. 이 사람들이 과연 우리 나라에 살고 싶을까 자문해 본다. 오직 챙피한 계절일 뿐이다.

서울 성동을에 출사표를 던진 진수희 전 의원. 부드러운 칼라에 합리적이고 대국민 친근성 있는 의원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선거 사무소 개소식에는 김태호, 나경원 의원을 비롯해 유인촌 전 장관 같은 유명인사들이 참석했다. 정치 문외한인 필자가 보기에도 소위 '친이계'라고 불리는 인사들 같다.

이회창 전 대선후보도 서울 마포에 출마한 젊은 정치인 지원을 위한 자리에 나타났다고 한다. 안대희 예비후보 마포 지역에는 이용훈 전 대법원장도 얼굴을 보였다.

'정치는 생물'이란 말이 맞긴 맞나보다. 비유가 걸맞지는 않지만, 오래 안보여 타계한 줄 알았던 거물인사들이 고목나무에 물오르듯이 생생히 나타나 다시 볼 수 있어 새롭긴 하다.

아무리 잘 볼려고 노력해도 우리 정치풍토는 너무도 썩었다. 일찍이 당나라 시인 동백규가 읊었던 저 유명한 시처럼 우리의 저급한 정치풍토가 오랑캐 땅인 호지와 뭐가 다르겠는가.

오늘을 사는 국민의 마음은 '오랑캐 땅엔 화초가 없으니 봄이 봄같지 않다(胡地無花草 春來不似春)'는 왕소군의 심정과 별반 다르지 않다. 이 땅에 정치란 꽃이 피지 못하니, 정말 봄다운 봄을 느낄 수가 없다(韓地無政治 春來不似春). 천지가 너무도 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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