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건설사 가운데 최대 사상자 발생
노동부, 중대재해처벌법 '정조준' 주목

▲ 현대건설(대표 이한우) 공사현장에서 하청 노동자가 토사에 매몰돼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 세이프타임즈
▲ 현대건설(대표 이한우) 공사현장에서 하청 노동자가 토사에 매몰돼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 세이프타임즈

현대건설(대표 이한우)이 시공한 사업장서 중대재해가 끊이지 않고 있다.

7일 세이프타임즈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5년간 18명의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고 올해만 3차례 사고로 3명의 하청 노동자가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반복되는 노동자의 죽음에도 불구하고 원청인 현대건설의 관리책임은 제자리걸음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현대건설이 시공하는 사업장서 발생한 가장 최근 중대재해는 지난달 27일 서울 은평구 대조1구역 재개발 현장 힐스테이트 메디알레서 발생했다.

되메우기 작업 공정에서 신호수로 일하던 60대 하청 노동자 A씨가 쏟아진 토사에 매몰돼 사망했다. 어처구니 없는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 노동부 중대재해 처벌 '정조준' 하나

고용노동부는 은평 현장에 대해 산업안전보건법 및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를 수사하고 있다. 경찰 또한 업무상 과실치사 가능성도 열어두고 조사를 병행하고 있다.

사고 과정에서 △무전기 미소지 △작업자 위치 미확인 △낙하물 보호구조 미설치 등 '안전조치 부실' 에 각종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세이프타임즈가 이같은 의혹에 대해 문의했지만 현대건설은 "수사중이라 확인해줄 수 없다"고 밝혔다.

올해 들어 현대건설은 △서울 동대문 제기4구역 철거 중 건물 붕괴(3월 14일) △경기 파주 힐스테이트 더운정 콘크리트 낙하(3월 15일) 등으로 노동자가 잇따라 사망했다. 모두 현대건설이 원청인 사업장으로 피해자는 하청노동자였다.

  ▲ 현대건설 2020~2025년 상반기 사고사망자 (출처: 이학영 의원실, 2025 현대건설 지속가능경영보고서)
  ▲ 현대건설 2020~2025년 상반기 사고사망자 (출처: 이학영 의원실, 2025 현대건설 지속가능경영보고서)

◆ '구조적 실패·반복된 관리 공백' 비판 

세이프타임즈 취재 결과 2020년 이후 현대건설 시공현장에서 사망한 노동자는 모두 21명으로 잠정 집계됐다. 같은 기간 10대 건설사 가운데 가장 많은 수치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건설업의 반복재해는 단일 현장 문제가 아니라, 시스템적 통제 실패로 해석해야 한다"고 분석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최근 발간한 2025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통해 산업재해가 막대한 손실이 발생한다고 자평했다.

보고서는 "노동자 1명 사망시 평균적으로 20억원의 산업재해 손실비용이 발생한다"며 "중대재해에 포함되지 않는 산업재해 발생시 1당 1억200만원이 손실비용으로 발생한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안전보건 준수 의무를 다하지 못할 경우 각종 벌금과 제재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중대재해 발생 시 소송·조업 중단으로 인해 상당한 규모의 비용 지출과 영업 손실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자체 분석했다.

현대건설은 이같은 분석을 기반으로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해 △중대위험 반복 지적 협력사 제재 강화 △안전 리스크 개선 미이행 협력사에 대한 조치 △적절한 피해자 구제 검토 등을 보고서에 명시하고 있다.

이는 은평 사고 발생 이전에 발간된 보고서로 시행된 구체적 조치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20억원의 손실이 발생한다는 자체분석을 내놓고도 정작 실효성 있는 대책은 미온적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 현대건설 관계자들이 365안전패트롤팀 발대식을 열고 안전을 다짐하고 있다. ⓒ 현대건설 
▲ 현대건설 관계자들이 365안전패트롤팀 발대식을 열고 안전을 다짐하고 있다. ⓒ 현대건설 

중대재해 책임 소재 명확히 구분하고 처벌 강화 해야

더불어민주당 문진석 의원(국토교통위)은 지난달 27일 건설안전특별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법안은 발주자·시공자·감리자 등 건설 전 과정에 관여한 주체들에게 형사·행정상의 책임을 명확히 부여하는 것이 골자다.

문진석 의원은 "건설현장에서 발생하는 사고를 줄이기 위해 발주자, 시공자 등 상대적으로 권한이 큰 주체가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 한다"며 "사고 대가가 예방 비용보다 크다는 인식을 확산하고 안전관리에 우선 투자를 유도해 건설사고 위험성을 낮추겠다"고 말했다.

서울과기대 안전공학과 박종일 교수는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처벌법은 함께 작동해야 한다. 법 조항이 모호하거나 처벌 강화만 초점이 맞춰지면 기업들은 억울함을 호소하며 면책 논리만 찾게 된다. 실효성을 높이려면 현장에서 실제 적용 가능한 하위 규정 마련이 필수"라고 말했다.

이어 "중대재해처벌법의 실효성을 높이려면 원청이 안전한 작업환경을 제공했는지, 적정한 대가를 지급하고 하청을 맡겼는지 등 실질적 책임 여부를 명확히 따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진보당 정혜경 의원(환노위)은 "영국·미국·일본 등은 중대재해에 무거운 벌금, 민·형사상 책임, 행정처분 등 강력한 제재로 산재 사망을 대폭 줄였다"며 "국내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윤석열 정권 기간 기업의 책임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후퇴했다. 반드시 법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 '노조법 2·3조 개정안'은 이번 임시국회에서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 위험의 외주화를 막기 위해서는 원청의 사용자성과 책임을 명확히 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 현대건설 중대재해 예방시스템 있는지 '의문' 

▲ 지난 3월 노동자 사망 사고가 난 제기4구역 철거 현장에 남아있는 현대건설 환경·안전규범 플래카드. ⓒ 세이프타임즈
▲ 지난 3월 노동자 사망 사고가 난 제기4구역 철거 현장에 남아있는 현대건설 환경·안전규범 플래카드. ⓒ 세이프타임즈

현대건설은 이번 은평 사고에 대해 "관계 기관 조사에 성실히 임하고 있다"며 "안전강화와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 중"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지난 3월 제기 4구역·파주 힐스테이트 더운정 사고 당시와 동일한 입장이다.

사고는 반복됐고 경고는 수없이 이어졌지만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현대건설은 이같은 경고에 대해 스스로 보고서에 남겨뒀다.

"하청은 죽었고 시스템은 작동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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