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사고가 발생했습니다. 그날은 연중 정비작업을 하는 기간이었습니다.

장치산업의 공장은 거대한 구동기계들이 많았습니다. 2인 1조가 돼 기계를 닦고 조이고 기름치는 정비작업을 했습니다. 1명은 기계에 붙어 마지막 점검과 크리닝을 하고 있었습니다. 다른 1명은 컨트롤룸에서 정상작동 여부를 확인하는 작업중이었습니다. 두 사람의 교신은 무전기로 했습니다.

컨트롤룸에 있던 작업자가 묻습니다.

"다 되었나? "

기계에서 작업하던 작업자가 답을 합니다.

"아니 좀 더 해야 돼."

이 말을 들은 컨트롤룸 작업자가 무심코 스위치를 누릅니다. 순간 기계가 작동을 했고, 거대한 스크류 밑으로 작업자의 팔이 어깨선까지 딸려 들어갔습니다. 스크류는 지름이 30㎝가 넘고 길이도 1m가 넘는 거대한 쇳덩어리입니다.

119구조대, 경찰, 노동부 등등 다 들어왔고 작업자를 빼내야 하는데 방법이 없었습니다. 그 상태로 40여분이 지났고 작업자는 의식도 약해지고 있었습니다.

▲ 민경섭 논설위원
▲ 민경섭 논설위원

체온유지를 위해 담요를 덮어주고 계속 이야기를 걸었습니다. 최후의 방법으로 쇳덩어리 스크류를 용접기로 절단하기로 했습니다. 작업자 안전조치를 하고, 장시간 걸려 스크류를 절단했고 작업자를 빼 내었습니다.

다행히 차분하고 의식도 괜찮았습니다. 인근 대학병원으로 후송했습니다.

퇴근하면서 회사 간호사에게 이야기했습니다.

"혹시라도 병원에서 팔을 절단해야 한다고 하면 바로 전화를 줘요. 절대로 절단해서는 안됩니다."

저녁 9시경 전화가 왔습니다. 응급조치는 했지만 절단을 해야 한다고 해서 서울의 S병원으로 이송하도록 했습니다.

S병원의 인근 봉합전문 협력병원에서 새벽 4시부터 오전 11시까지 수술을 했습니다. 다행히도 잘 되었고 장기에 걸친 치료와 이후에 2차례 수술을 더 하면서 큰 힘을 줄 수는 없지만, 절단을 피하고 본인의 팔로 생활할 수 있게 됐습니다.

당시 경비업무는 외부업체에 아웃소싱된 상태였지만 이 작업자를 본사 소속으로 평생 경비 일을 할 수 있게 했습니다.

아직 더 해야 한다는 말을 듣고 무심코 스위치를 누르는 것이 일반인에게는 잘 이해가 가지 않지만 실상은 드물 게 있는 일입니다. 필자 역시 재직기간 동안 이러한 어처구니없는 일을 수 차례 경험하기도 했습니다. 사망사건까지도.

말 따로 하고 행동 다르게 하는 경우가 그런 경우입니다. 만에 하나 있을지도 모르는 이러한 무의식 행동을 방지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적당한 긴장감과 주의력을 유지하도록 해야 합니다. 또한 반복적으로 훈련해야 합니다.

체조하면서 안전구호를 소리내 외치게 합니다. 머리로 의식하면서 한 번, 입으로 외치면서 한 번, 자기 목소리를 들으면서 한 번, 옆사람 목소리를 들으면서 또 한 번 …

마치 군대에서 유격훈련할 때 조금 과하다 싶게 유격체조를 하도록 해 몸을 유연하게 만들어 사고와 부상에 스스로 대처할 수 있게 하고 마지막 번호를 하지 않도록 해 적당한 긴장감과 주의력을 주고.

사고가 안 나면 좋겠지만 사고가 난 후에는 사후조치가 중요합니다. 위 사례에서는 무엇보다도 가능성 높은 전문병원으로 이송해 결국 자기 팔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한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자기 팔과 의수는 천지차이일 겁니다. 결혼도 안한 외아들을 둔 노모께서 놀라지 않게 사고 알림에 최대한 신중을 기했으며 계속 일을 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조금이나마 위로가 됐으면 하는 마음에서의 회사차원 조치입니다.

항시 가장 어렵고 위험한 치명적인 위협요인 두 개가 있는데 하나는 화재이고, 다른 하나는 안전사고입니다. 화재는 우리 공장을 송두리째 태워 엄청난 재산상 손실을 가져오지만, 시간과 돈이 들 뿐이지 해결은 되고 다시 복구하면 됩니다.

하지만 우리의 신체는 아무리 많은 돈을 들여도 원상복구가 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안전이 화재보다 우선하고, 더 많은 노력을 들여야 하고, 항상 가족을 생각해 나 자신을 철저하게 보호해야 하는 겁니다.

■ 민경섭 논설위원 =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충북대학교 MBA 인사조직을 전공했다. 중견기업부터 대기업까지 4개 회사에서 33년간 기업 전반의 업무를 경험했다. 37세에 임원으로 승진해 22년간 실무형 임원으로 근무한 전문 경영인이다. 중소·중견기업의 변화와 성장, 턴어라운드(흑자 전환)를 이끄는 전문가로 기업의 성장과 혁신을 주도했다. 저서로는 실무형 임원이 본 오너리스크 솔루션을 담은 '바른경영'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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