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자산의 대표주자인 비트코인(BTC) 가격은 2022년 11월 1만5000달러에서 2024년 10월 6만달러로 상승했다.
두 달도 안돼 9만8000달러 수준으로 더 올라 연일 사상 최고가를 갈아 치우며 10만달러 돌파 초읽기에 들어갔다.
비트코인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비트코인 반감기 효과와 트럼프 정부의 암호자산시장에 대한 친화적인 정책 기대 때문이라고 대체로 설명한다.
하지만 간과한 부분이 있다. 숨어있는 이유가 또 있다. 바로 미국 정부의 국익이다.
달러화 공급으로 살펴보면 증명이 된다. 법정화폐인 달러도 하나의 상품이다. 공급이 확대되면 이에 따른 가치하락은 불가피하다. 미국을 중심으로 각국 정부는 2008년 금융위기, 2019년 코로나19를 계기로 유동성 공급을 크게 확대했다.
미국의 2000년 1월 총통화(M2)는 4조6700억달러였다. 지난 9월에는 21조2000억달러로 증가했다. 24년간 무려 4.53배로 증가했다. 한국의 총통화도 2000년 1월 674조7000억원에서 지난 9월에 4070조7000억원으로 증가, 미국보다 더 높은 6.03배를 나타냈다. 원화 약세 이유이기도 하다.
같은 기간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는 2000년 1월 168.8에서 2024년 9월 315.3으로 1.87배 높아졌다. 총통화의 증가에 비해 물가상승률이 낮았다. 유통혁신과 중국의 저가 공산품 공급이 그 역할을 했다.
총통화 증가는 과도한 수준의 미국 정부 부채로 이어졌다. 이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달러를 발행해야 한다. 이는 통화공급이며 법정화폐 가치하락은 불가피하다.
지난 10월 기준 미국 정부 부채는 36조달러 수준이다. 미국 달러 환율을 1400원으로 계산하면 원화로 5경원 수준이다. 부담하는 이자율을 10년 만기 국채이자율과 유사한 4%를 계산하면 연간 이자는 2000조원이 넘는다. 다행히 저금리 시기에 발행한 국채가 많아 아직 2000조원을 넘지 않는다.
우리는 미국의 경제가 매우 견조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미국 경제의 GDP(국내총생산) 증가분보다 미국 정부 부채 규모가 더 빠르게 증가한다는 것을 주시해야 한다. 미국의 좋은 경제가 정부 부채에 의해 지탱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미래에도 큰 문제가 기다리고 있다. 트럼프 정부는 미국 우선주의와 함께 재정정책을 적극적으로 사용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갑자기 경제가 더 좋아지고 세입이 확대돼 국가세금으로 재정지출을 충당할 것으로 보기 어렵다.
오히려 재정지출 확대를 위해 미국 국채 발행의 확대와 정부부채의 확대로 연계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미국 국채 발행과 정부부채의 확대 그리고 총통화 공급 확대는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며 지속될 새로운 환경이다. 우리가 피할 수 없는 환경이며 받아들여야 한다.
비트코인과 미국 국채 발행이 어떻게 연계돼 있을까? 결론적으로 비트코인 시장이 확대되면 미국 국채의 수요가 확대된다. 왜일까?
암호자산 시장에는 달러 등 특정자산의 가치에 연동한 스테이블 코인이 있다. 스테이블 코인은 암호자산 시장에서 사실상 달러처럼 사용된다. 스테이블 코인 발행사는 스테이블 코인을 발행하고 달러화를 받으면 그 자금으로 국채를 매입한다.
비트코인의 가격 상승으로 스테이블 코인 시장이 확대되는 것은 미국 국채의 수요가 확대된다는 의미로 정부 부채가 많은 미국 정부에게 반가운 소식이다.
다음으로 미국 정부가 비트코인을 국가 전략자산으로 현재 20만개 보유에서 100만개로 늘린다면 비트코인 가격 상승은 미국 정부로서 정부부채를 지탱할 확실한 투자자산 하나를 더 확보하는 추가적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참고로 최근 유입이 크게 증가하는 비트코인 현물ETF도 비트코인을 100만개 보유하고 있으며 이는 비트코인 전체 물량의 5% 수준이다.
요약하면 미국 달러화 공급이 빠르게 진행되는 가운데 전체 물량이 2100만개로 확정된 비트코인의 가격 상승이 역시 얼마나 빠르게 더 많은 수요를 끌어들여 국채 수요를 뒷받침할 것인가가 관심사가 된다. 미국의 트럼프 정부는 이런 상황에서 미국 정부를 위해 암호자산 시장을 활용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이미 공급한 총통화, 앞으로 공급할 수 밖에 없는 총통화를 보면 비트코인의 가격 상승이 이상하지 않다. 그리고 트럼프 2기는 적극적으로 새로운 환경을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 신동국 세이프타임즈 논설위원·경제금융연구소 연구위원 △숙명여대 기후환경에너지학과 객원교수 △ 저서: 반은퇴, 청소년을 위한 돈이 되는 경제교과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