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휴양지 미국 하와이에서 대형 산불이 발생, 최소 53명이 죽고 수천명이 대피했다.
11일 CNN 등 외신에 따르면 산불은 8일부터 발생해 섬 곳곳으로 퍼지고 있다. 하와이주 마우이 카운티는 9일 긴급 공지를 통해 위험지대 주민들에게 대피명령을 내렸다.
카운티 당국은 마우이섬을 강타한 재앙적인 산불로 최소 53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산불은 허리케인 '도라'의 영향으로 강풍을 타고 삽시간에 번지면서 피해가 커지고 있다. 실비아 루크 하와이 부지사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시속 70~80마일(약 113~129㎞/h)에 이르는 돌풍으로 인해 더욱 악화됐다"고 밝혔다.
태평양 바다로 뛰어들어 살아남은 생존자들은 '지옥'에서 탈출했다고 말했다. 미국 해안경비대는 물에서 17명, 해안에서 40명을 구조했다고 밝혔다.
마우이 카운티 관계자는 목요일 아침까지 화재는 80% 진압됐다고 밝히면서도 "사망자들의 신원 확인을 곧바로 기대하긴 힘들다"고 말했다.
조시 그린 하와이 주지사는 사망자가 36명이었던 집계에서 상당히 증가할 것을 예상했다고 밝혔다.
그린 주지사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몇 년 동안 이와 같은 인명피해는 없었다"고 말했다.
"불타버린 수백 채의 가옥들에 진입하면 미처 탈출하지 못한 사람들의 유해를 발견하게 될 우려가 크다"며 "1700개 이상의 건물이 파괴됐다"고 추정했다.
◇ "폭탄이 터진 것 같다"
빌 위어 CNN 수석 기후 특파원은 "마우이 마을에 폭탄이 터진 것 같다"고 보도했다.
산불로 인한 피해를 처음으로 전한 언론인 중 한 명인 그는 "모든 상징적인 건물은 평평해지거나 불에 그을린 뼈대만 남았다"고 말했다.
생존자들은 "불길이 너무 빨라서 건물 전체가 몇 분 만에 불타버렸다"고 말했다. 이번 하와이 산불은 캘리포니아 역사상 가장 파괴적이었던 2018년 파라다이스 산불을 떠올리게 한다.
위어는 "도심은 완전히 폐허가 됐다"며 "라하이나 마을이 있던 곳엔 생명이 없고 연기와 그을음이 자욱하다"고 전했다.
◇ 불탄 라하이나는 하와이 옛 수도 … "하와이의 역사가 사라졌다"
마우이를 습격한 산불은 하와이에서 가장 유서 깊은 마을 가운데 하나이자 한때 왕국의 수도였던 라하이나를 불태웠다.
라하이나는 하와이 사람들에게 큰 문화적 의미를 지닌다. 라하이나는 하와이를 통일했던 카메하메하 왕조의 수도이기도 했다.
다비아나 맥그리거 하와이대 교수는 "이곳은 하와이의 진정한 정치적 중심지였다"며 "관광 지역이자 역사가 담긴 장소들이 사라졌고 이는 대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 하와이 원주민은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가족을 잃은 것 같다"고 슬퍼했다.
역사 보존 자문위원회에 따르면 라하이나 역사 지구에는 60개 이상의 유적지가 있다.
◇ "화재 100% 진압 안돼" … 실종자는 1000명 안팎
브래드 벤츄라 소방서장은 마우이의 화재가 아직 완전히 진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마우이 카운티 당국에 따르면 라하이나 화재는 80% 진압된 것으로 보인다.
당국은 하와이 섬 북부에 발생한 세 번째 대형 화재를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존 펠레티어 경찰서장은 "실종자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진 못하지만 1000명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와이 전역에서 전력과 인터넷이 중단돼 실종자를 찾기 위한 과정이 어려워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