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기업 절반 이상이 기업지배구조보고서에 최고경영자(CEO) 경영권 승계 정책에 대한 공시 의무를 제대로 지키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5일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가 매출액 상위 500대 기업 가운데 올해 기업지배구조보고서를 제출한 205곳을 분석한 결과 최고경영자 승계 정책을 수립한 기업은 102곳(49.8%), 승계 정책을 운영하고 있는 기업은 96곳(46.8%)으로 집계됐다.
절반가량이 최고경영자 승계 정책을 마련해 운영하고 있지 않거나 내부적으로 규정이 있지만 이를 공개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3월 기업지배구조 의무공시 대상을 자산총액 1조원 이상 상장법인으로 확대하며 개정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단순히 상법과 정관상 대표이사 선임 절차만을 나열하는 등 형식적으로 기재하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에 따라 CEO 승계 정책 수립·운영, 후보자 선정·관리·교육 등 5개 항목의 주요 내용을 기재하도록 했다. 또 실행여부를 명확히 한 경우에만 원칙을 준수한 것으로 인정하기로 했다.
131개(63.9%) 기업은 CEO 후보자 선정과 관련한 내용을 보고서에 명시했다. 후보자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기업은 122곳(59.5%), 후보자 관리와 관련한 내용을 보고서에 담은 기업은 95곳(46.3%)이었다.
승계 관련 5개 항목을 모두 준수한 기업은 61곳에 그쳤다. 5개 항목에 대한 명확한 문서화나 기준 없이 모두 준수하지 않는 기업은 54곳이었다.
그룹별로는 LG, SK, 삼성이 높은 준수율을 보였고 현대차는 비교적 저조한 점수를 받았다.
LG그룹은 8개 계열사가 기업지배구조보고서를 제출했으며 CEO 승계와 관련해 평균 4.5개 항목을 준수했다.
SK그룹 8개 계열사는 평균 4.25개 항목을 준수했고 삼성그룹 11개 계열사는 평균 4.2개 항목을 준수했다.
현대차그룹 10개 계열사는 평균 2.9개 항목을 준수, 4대(삼성·SK·현대차·LG) 그룹 가운데 가장 저조한 준수율을 보였다.
현대차그룹은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현대모비스, 현대건설, 현대제철, 현대글로비스, 현대오토에버, 현대일렉트릭, 현대위아, 이노션 등 10개 계열사가 평균 2.9개 항목을 준수, 4대(삼성·SK·현대차·LG) 그룹 가운데 가장 저조한 준수율을 보였다.
박주근 리더스인덱스 대표는 "여전히 많은 대기업들이 최고경영자 선출 절차를 아예 마련하지 않거나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 게 현실"이라며 "형식적인 공시 여부만 따질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이행 여부를 점검하는 방안도 당국이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