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북의 한 지역농협 직원이 '직장 내 괴롭힘'을 호소하며 극단적 선택을 했다. ⓒ 세이프타임즈
▲ 전북의 한 지역농협 직원이 '직장 내 괴롭힘'을 호소하며 극단적 선택을 했다. ⓒ 세이프타임즈

전북의 한 지역농협 직원이 '직장 내 괴롭힘'을 호소하며 극단적 선택을 했다.

26일 유족 등에 따르면 2019년에 입사한 전북 장수농협 계장 고 이용문씨(33)는 지난해 1월 간부 권모센터장이 부임한 뒤 그로부터 지속적으로 모욕적인 말을 들어왔다.

권씨는 직원들이 모두 보는 앞에서 이씨에게 "왜 일을 그렇게밖에 못하냐", "머릿속에 뭐가 들어 있는지 모르겠다" 등 폭언을 해왔다.

이씨가 직원 주차장에 주차하자 "네가 뭔데 (이런 편한 곳에) 주차를 하냐"고 핀잔을 주거나 "너희 집이 잘사니까 랍스터를 사라"는 등의 압박을 주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견디지 못한 이씨는 지난해 9월 결혼을 3주가량 앞두고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지만, 다행히 늦지 않게 발견돼 목숨을 건졌다.

사고 후 농협은 괴롭힘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다. 하지만 농협은 가해자와 피해자의 업무를 분리하지 않은 채 조사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권씨의 괴롭힘으로 시작된 우울증 등으로 병원에 입원까지 했지만 권씨는 이씨의 인사를 받아주지 않는 등 괴롭힘을 지속했다.

결국 이씨는 지난 12일 자신이 일하던 농협 근처에 차를 세워둔 채 극단적 선택을 해 숨졌다.

이씨가 남긴 유서엔 "열심히 해보려 했는데 사무실에선 휴직이나 하라고 해서 (힘들었다)"며 "이번 선택으로 가족이 힘들겠지만 이 상태로 계속 간다면 힘들 날이 길어질 거라는 생각이 든다"는 등의 내용이 담겨있었다.

이씨 동생은 "형은 도지사 상을 받기도 할 만큼 열성적으로 일을 하던 직장인"이라며 "얼마나 괴로웠으면 이런 선택을 했는지 가족들은 한이 서렸다"고 울분을 토했다.

이어 "형은 괴롭힘을 당할 때마다 세세하게 노트북에 정황을 기록해뒀는데 이 사실을 알게 된 농협 측이 노트북을 무단으로 폐기하기도 했다"며 "사건을 제대로 규명하고 형을 괴롭힌 간부와 이 사건을 방관한 책임자들이 합당한 처벌을 받았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농협 측은 고용노동부 매뉴얼대로 이 사건에 대한 조사를 했다는 입장이다.

농협 관계자는 "이씨와 권씨를 포함한 직원들을 상대로 조사를 했고 이씨의 주장에 동의하지 못한다는 직원들 의견 등을 토대로 혐의없음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누구나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언론 세이프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