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상권 논설위원 ⓒ 세이프타임즈
▲ 한상권 논설위원

유난히 긴 장마와 집중호우는 강둑을 무너트리고 도시를 집어삼켰다. 예외없이 큰 비 한 번에 서울의 중심인 강남은 물난리로 도시 기능이 마비됐다.

연례행사는 아니더라도 몇 년에 한 번은 꼭 발생하는 물난리를 보면서 우리는 근본적인 해결보다는 유사한 대책만으로 다가오는 다음 재해를 준비한다.

보는 이를 지치게 하는 부분이다. 비가 쏟아지면 한 번씩 겪는 도심 속 물난리는 우리의 대책이 아직도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는 것을 말해준다.

교외 지역이나 농촌은 땅이 빗물을 흡수하고, 하수구로 내려보낼 수 있는 자연순환장치가 가동되지만, 도심은 온통 콘크리트 바닥뿐이니 인간이 손을 대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는다.

도시의 개발은 오히려 불투수층(不透水層·물이 스며들지 않는 층)이 강화되고 있는 현실이다. 물을 흘려보내는 배수장치의 점검이 시급하다.

장마철도 아닌데 쏟아지는 강력한 폭우가 최근 들어 잦아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파트 주차장 앞, 멧돼지를 쫓아다니는 경비 아저씨와 소방관은 이제 주업무가 헷갈릴 정도가 됐다.

인간은 이미 동물들의 영역을 침범했고 그들의 행동반경을 좁혀 놔버렸다. 우리와 공유돼서는 안 되는 바이러스는 그렇게 자연으로부터 왔는지도 모른다.

역사상 전례없는 인류의 자연 침범, 그리고 바이러스에게 역대 최고의 전성기를 제공하는 생태계 파괴, 인구 밀집, 지구 온난화, 이 모든 것은 인간이 만들어냈다.

많은 학자들은 생태계와 환경의 파괴로 인한 우리 삶의 변화는 우리가 예전과는 완전히 다른 삶을 살아갈 것이라고 입 모아 경고한다.

사스, 메르스, 돼지열병, 코로나19 등 새로운 바이러스의 등장 주기도 빨라지고 있다. 자연의 고통이 바로 우리의 고통이 되어가고 있다.

아직도 생태계의 변화와, 기후 변화가 우리에게 가져다주는 고통을 가볍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이제는 현실을 바로 봐야 한다.

흘러갈 길이 막혀버린 물길과, 어디서 파생되었는지 알 수 없는 바이러스의 침범, 유례없는 미증유의 사태는 우리가 얼마나 나약한 존재인지를 보여주고 있다.

필자는 평범한 시민이자 하나의 사회 구성원일 뿐이다. 환경운동가도 아니고 생물학자 역시 아니다.

다만, 최근 벌어지고 있는 환경의 경고와 다양한 바이러스의 역습을 보면서 남의 일이라고 손사래를 칠 수 없다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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