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상권 작가·칼럼니스트
▲ 한상권 논설위원

견리망의(見利忘義), 눈앞 이익에 눈이 멀어 의리를 저버리는 것을 말한다. 여기에서 의리란 왕과 신하 간의 의리일 수도 있고, 친구와 벗 간에 의리, 가족 간에는 피로 이어진 생명의 의리가 될 수도 있다.

그중 집단을 이룬 공간에서 공익을 위해 설립 운영하는 공공기관이나 공기업이 갖춰야 할 '공공의 의리'는 현세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중요한 가치가 된 지 오래다. 

직원 땅투기 의혹이 한창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 60조원이 넘는 부채를 안고도 직원 8명 중 1명에게 억대 연봉을 지급하고 있는 한국전력공사, 130조원의 부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임직원과 자녀에게 1000억원이 넘는 장학금을 뿌리는 한국수력원자력과 또 다른 발전사들, 지방 공공기관 혁신도시 아파트를 '특별공급' 받고 임직원 3분의 1이 벌어들인 시세차익이 4000억원인 것을 보면서 견리망의라는 사자성어가 머릿속에 남는 이유는 무엇일까.

엄태영 의원은 국정감사 자료를 통해 한국전력과 6개 발전회사가 누적적자가 130조원에 달하면서도 임직원 장학금으로 1000억원을 쓰고 있다고 지적했다.

엄 의원은 특히 "2020년 결산 기준 누적부채가 무려 59조7000억원이 넘어 경영악화에 적신호가 켜진 한국전력은 최근 5년 동안 장학금 지원금으로 457억4000만원을 임직원 자녀들에게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한국수력원자력은 351억1000만원을 지원했다"고 말했다.

이어서 한국서부발전 등 7개 기관의 총 누적부채(2020년 결산 별도기준) 128조7000억원, 최근 5년간 총 장학금 지원금액 1000억원 내역도 공개했다.

엄 의원은 "눈덩이처럼 쌓여가는 영업손실은 아랑곳하지 않는 공공기관의 방만경영과 도덕적 해이는 매년 지적되고 있는 사안"이라며 "국가경제 발전을 위해서 반드시 뿌리 뽑아야 하는 당면적 과제"라고 우려했다.

경영 문제뿐만이 아니다. 지난 13일 세이프타임즈는 KGC 한국인삼공사의 파견근로자 임금 편법 착취 의혹을 다룬 기사를 단독으로 보도했다. 

이어 지난 16일에는 인삼공사 노무관리자가 국민권익위원회에 공익제보한 내부고발 사실까지 보도하면서 파문이 일파만파 퍼져 결국 청와대 국민청원에까지 등장하기에 이르렀다. 인삼공사 관계자는 "파견업체와의 계약을 성실히 이행했다"며 "파견업체가 요청한 수삼파견 청구서에 대해 청구금액을 100% 지급했다"고 말했다.

민영화 이후에도 버젓이 공기업 간판을 달고 영업을 하고 있는 인삼공사. 정부가 관할하는 공장에서 만드는 진짜 '관제품'이라는 유래가 있는 '정관장' 브랜드 인사공사가 소비자를 우롱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살펴 볼 대목이다. 

물론 계약서에 따라 인삼공사는 임금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그러나 그게 공적 책임을 지는 기관의 결론이 될 수는 없지 않은가. 문제는 계약조건에서 취약한 곳은 또 없는지 상호 점검하고 보완해야 할 공적 의무를 다했는지이다. 이것은 기관을 운영하는 도덕적 책임을 다하는 모습일 수도 있다. 신성한 근로의 대가가 불법이 아니라는 텍스트에 매몰되어 어느 어두운 손에 여과되어 버려서도 안된다. 우리는 큰 것을 바라는 게 아니다.

LH 사태로 이미 지칠 대로 지친 국민에게 눈높이와는 다른 또 다른 공공행정을 보면서 과연 우리 사회에 공공의 의리는 존재하는 것인가에 대한 원초적 질문을 던지게 된다. 위법하지 않다고 해서 그것이 사회적으로 통용되는 신의에 부합하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불법이 아니니 문제없다고 말하는 사회 지도층의 발언은 그래서 거북하게 들렸던 게 아닐까. 국민 권익 신장을 위해 설립 운영하는 기관이 그 취지에 알맞게 국민을 바라보는 세종과 같은 애민(愛民) 경영은 정말 어려운 것인가.

MZ 세대로 대표되는 신세대는 공기업의 방만 경영을 어떻게 바라볼지 궁금하다. 그들이 던지는 질문에서 유독 많이 확인되는 것이 바로 '공정한가?'이다. 제아무리 이해타산이 맞아떨어져 효율성과 이익에 치우치는 자유경제 사회라고 해도 도덕적 가치는 중요하다. 지구라는 작은 행성에서 70억명이 몸을 부대끼고 살아가는 요즘, 우리 삶 속에서 기울어진 운동장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를 아끼지 않는 것이 시대의 흐름이기 때문이다.

연말이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제목은 '공기업 경영악화에도 성과급 잔치'다. 수조원의 적자에도 사회통합 경영평가만 좋으면 받게 되는 문제점은 해결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언론 보도대로 '방만경영'이라는 불명예 실체는 별개로 하더라도, 공공의 이익을 영위하기 위한 여러 공기업, 공공기관은 공익의 귀속 대상인 국민에게 눈속임은 없는지 솔직해야 한다.

코앞에 이익과 철밥통을 지키기 위해 눈이 멀어 정작 책임져야 할 '공공의 의리'를 져버리지는 않고 있는지 바라볼 깊은 성찰의 시간이 아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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