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서기 논설위원·경영학박사 ⓒ 세이프타임즈
▲ 은서기 논설위원·경영학박사 ⓒ 세이프타임즈

[세이프타임즈 = 은서기 논설위원·경영학박사] 예전에 중국 사업을 한다고 중국 선전에 있는 한 호텔에서 장기간 투숙을 한 적이 있다.

호텔에 들어서면 로비에서 잔잔하게 울려 퍼지는 묘한 음악 소리와 아침 식사 후 레스토랑에서 제공하는 쓰디쓴 커피 맛을 잊을 수 없다. 그리고 일과를 마치고 호텔에 복귀해 비즈니스 라운지에서 가벼운 식사를 하며, 일과를 마무리하곤 했다.

그때 비즈니스 라운지 직원들이 음식 맛은 어떤지, 불편한 것은 없는지, 음료수가 더 필요한지 등 말을 걸어오는 모습이 지금도 기억에 생생하다.

그 당시 나에게 호텔의 의미는 비즈니스를 성사시키기 위한 공간이었다. 또한 일과를 마무리하는 공간이기도 했고, 피곤한 하루를 마감하는 휴식의 공간이기도 했다.

많은 시간을 호텔에서 보내면서 비즈니스를 했지만, 기억에 남는 것은 호텔과 나를 연결해주는 프런트 데스크 직원, 음식, 커피, 음악, 로비에 걸려있는 예술작품 등이었다.

호텔은 숙박, 음식, 인적서비스, 부대시설을 갖추고 고객의 욕구를 유발하고 충족시키기 위해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고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의 한 형태일 뿐이다.

호텔의 어원은 라틴어의 'hospitallis'란 형용사의 '환대'를 뜻하는 의미에서 라틴어의 호스피탈레(hospitale)로, 순례 또는 참배자를 위한 숙소의 의미다.

이후 여행자의 숙소 또는 휴식 장소, 병자를 치료하고 고아 노인을 쉬게 하는 병원이란 뜻의 호스피탈(hospital)과 호스텔(hostel)을 거쳐 18세기 중엽 이후에 지금의 호텔(hotel)로 바뀌었다.

어떻게 보면 호텔은 단순한 숙박업에 지나지 않지만 한 개인 개인에게는 수많은 사연을 만들어 주는 곳이기도 하다. 수도원을 중심으로 시작된 중세의 숙박시설 호스피탈레(hospitale)는 두 가지 기능을 수행했다고 한다. 하나는 부상자·병자·고아·노인을 숙박시키면서 보호하고 간호하는 치료시설로, 또 다른 하나는 여행객들이 편히 쉴 수 있도록 숙식을 제공하는 휴식 시설로서 말이다.

전 세계에서 수많은 사람이 호텔을 찾는 이유는 뭘까. 먼저 여행과 휴식을 위해 호텔을 찾는다. 사람들은 일상 업무에서 지치고 힘들 때 혼자만의 휴식을 위해 호텔을 찾는다. 또한 낯선 곳으로 여행을 위해 여행자로 호텔을 찾는다.

결혼식, 돌잔치, 환갑잔치, 동창 모임 등 어떤 기념을 하기 위해 찾는다. 축하도 해주고, 맛있는 음식도 먹으면서 아름답고 소중한 추억을 만들기도 한다.

또 하나는 비즈니스를 목적으로 호텔을 찾는다. 세미나, 컨퍼런스 뿐만 아니라 비즈니스를 성공시키기 위해서 고객을 만나거나 일을 위해 호텔을 찾는다. 이처럼 호텔은 1년 365일 수많은 사연이 모였다 흩어지는 곳이다. 지금도 수많은 사연이 만들어지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처럼 호텔은 단순한 공간이 아닌 사람들이 만나고 헤어지는 곳, 누군가에게는 비즈니스를 성사시키는 공간이 되고, 누군가에게는 치유의 공간이 되고, 누군가에는 새로운 출발의 추억의 공간이 되기도 한다.

특히 호텔 로비는 여행자에게 첫인상을 남기는 매우 중요한 공간이다. 호텔의 특성에 따라 공간을 다르게 구성해 고객을 유혹하기도 한다. 로비는 체크인-체크아웃이라는 호텔의 기본 기능을 넘어 회의실, 레스토랑, 예술작품 전시 등 다양하게 변신해왔다.

음악을 들려주거나, 묘한 향기를 느끼게 하고, 예술작품으로 꾸미고, 은은한 음악을 들려주고, 맛있는 음식을 서비스하는 등 사람들의 오감을 자극하여 더 많은 고객을 유혹하고 머물게 하는 공간으로 변신해 왔다.

그런데 이런 호텔이 '디지털'이라는 옷을 입고 디지털 호텔로 진화하고 있다. 이전에는 호텔에 들어서면 프런트 데스크에서 체크인 후 키를 받고 객실로 이동했다. 다시 말해 전통 호텔이 고객과 호텔을 이어주는 것이 '사람'이었다면, 디지털 호텔은 고객과 호텔을 이어주는 것을 '디지털'이 대체하고 있다.

즉, 프런트 데스크에서 체크인하는 대신 디지털로 체크인하고, 디지털 키를 스마트폰으로 받아 바로 객실로 이동한다. 중간에 사람이 사라졌다.

디지털 호텔은 비대면 서비스를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배달 로봇 서비스, 무인 환전 키오스크, 인공지능 스피커를 설치해 터치로 또는 음성으로 각종 서비스를 이용하게 한다.

호텔업계는 "예약과 프런트 인원만 줄여도 비용이 크게 감소한다"며 호텔 리어의 꽃이라고 불리는 예약과 프런트 업무의 입지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디지털 호텔은 호텔리어가 하는 일을 디지털 이 대체하면서 최소의 인력으로 호텔을 운영하게 하는 것이다.

특히 코로나19로 비대면 문화의 확산과 MZ세대들의 경우 자신만의 공간인 객실에 더 많은 가치를 두는 경향 그리고 운영비용 절감의 필요로 호텔의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DT·Digital Transformation)이 빨라지고 있다.

호텔이 디지털 옷을 입는 순간 운영비용이 절반으로 떨어지고, 이용자 불만도 줄어든다고 한다. 호텔경영자들은 이런 트랜드의 변화에 대해 어떤 결단을 내려야 할까. 호텔과 디지털 호텔의 경쟁, 과연 누가 승자가 될까.

■ 은서기 논설위원·디지털평론가·경영학박사 ◇ 저서 ▲이제 개인의 시대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언어품격 ▲삼성 은부장의 프레젠테이션 ▲1등 프레젠테이션 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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