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서기 논설위원·경영학박사
▲ 은서기 논설위원·경영학박사

화폐란 무엇인가. 사전적 의미로는 '상품의 교환 가치를 나타내고, 지불수단과 가치의 척도 및 저장과 축적의 수단이 되는 금화, 은화, 주화, 지폐, 은행권 따위의 돈'을 말한다. 돈이 모든 것을 결정해버리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화폐의 가치는 상상을 초월한다.

화폐는 사물의 가치를 결정하기도 하고, 화폐가 있어야 원하는 물건을 살 수가 있고, 저축하거나 주식, 부동산 등 실물에 투자해 재산을 늘릴 수 있게 해준다. 그래서 화폐가 한 사람의 삶의 위치나 한 사회의 위치를 결정하기도 한다. 인간 욕망의 집결지이기도 하다.

역사적으로 화폐는 그 시대의 상황에 따라 발전해 왔다. 인류는 돌, 조개껍데기, 쌀, 소금, 카카오 콩 등 실물화폐로 물물교환을 했다. 다음으로 금·은·동으로 만든 금속화폐에 이어 종이 화폐를 사용하게 됐다.

세계 최초의 종이 화폐는 중국 송나라 때 교자다. 100세기 말경 상인들이 예탁증서의 형태로 금속화폐를 대신하는 임시용도를 발행한 게 시작이다. 종이 화폐는 현재 화폐 시스템의 중심으로 자리 잡고 있다. 흔히 현금자산을 말한다.

다음으로 신용카드, 어음, 수표와 같은 신용화폐가 등장했다. 신용화폐는 신용을 기반으로 한 화폐로 현금을 대용하는 수단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신용화폐는 현금을 대체할 수는 없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한편 2009년 정체불명의 프로그래머 사토시 나카모토에 의해서 만들어진 세계 최초의 p2p(peer to peer) 기반의 암호화폐 등장은 우리 사회에 많은 파동을 던지고 있다.

대표적인 암호화폐인 비트코인은 기존 중앙은행의 화폐 체계에 대한 불신이 확대되면서 이상적인 화폐제도를 만들려는 동기에서 출발했다.

이런 암호화폐는 중앙집중형 금융시스템의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개인들이 계정을 쉽게 만들고 있고, 거래수수료가 발생하지 않는 장점이 있다. 특히 송금, 소액결제 등에 매우 유리하다.

그러나 해킹에 취약하고, 거래시간이 많이 소요되고, 가격의 변동성이 너무 커서 화폐로 사용하는 데 한계점이 있다.

4차 산업혁명 기술의 발전과 디지털 경제의 가속화로 '디지털 화폐' 도입에 대한 논의가 국내외에서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그 중심에 중앙은행이 발행을 검토하고 있는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CBDC·Central bank digital currency)가 있다. CBDC는 기존 실물화폐와 달리 가치가 전자적으로 저장되며 이용자 간 자금 이체 기능을 통해 지급 결제가 이루어지는 화폐를 말한다.

이는 민간에서 발행하는 암호화폐와 구별되는 법정통화(legal tender)로서 실물화폐와 동일 교환 비율이 적용돼 가치변동의 위험이 없고 중앙은행이 발행함으로 화폐의 공신력이 담보되는 특징이 있다.

세계 주요 국가들도 CBDC 관련 움직임이 활발하다. 미국은 '디지털 화폐 발행을 고려해야 한다'고 미 하원들이 입장을 내고 있다.

유럽연합(EU)은 디지털 유로 발행에 대한 공개를 공식 선언하고 디지털 유로 보고서를 발간했다. 영국은 CBDC 보고서를 발표하고 리스크 없이 발행 가능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스웨덴은 세계 최초로 디지털 화폐 'e크로나'를 시범 테스트했고, 내년 중으로 도입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일본도 범용 CBDC 실험 수행계획을 발표했다.

CDBC에 가장 적극적인 국가는 중국이다. 중국은 2014년부터 연구에 착수해 지난해 10월 베이징, 선전, 쑤저우, 청두 등 도시에서 CBDC인 디지털 위안화 시범사업을 진행했다.

전자결제, 핀테크, 모바일 뱅킹 등 정보통신기술(IT)의 발달로 현금 사용량이 갈수록 줄어들고, 코로나19 출현으로 비대면 거래가 늘어나면서 현금 없는 사회로 급속하게 변화하고 있다.

세계는 이미 디지털 화폐 주도권을 잡기 위한 싸움이 시작되었다. 디지털 화폐는 우리 인류문화를 또 한 번의 빅가치(Big Value)를 제공하며 진일보시킬 것이다.

한편 CBDC 등장은 은행이 예대마진 영업을 사실상 마감하게 함으로써 은행 산업에 엄청난 변화가 올 것으로 본다. 지폐를 발행하는 조폐공사의 기능이 사라지며, 신용카드 산업도 축소될 것으로 본다. 또한 카카오페이, 네이버 페이 등 전자지불 산업도 사라질 것이다. 한편 비트코인과 같은 암호화폐(코인)는 매력도가 크게 떨어질 것이다.

화폐의 흐름이 빨라지고, 투명해지고, 편리하게 사용이 가능한 디지털 화폐는 은행이 없어도 금융거래가 가능해지는 시대를 가속 시킬 것이다. 지금까지 은행이 고객과 만나는 접점은 '계좌'였다면 디지털 화폐 시대가 열리면 계좌가 사라지고 스마트폰의 디지털 지갑을 통해 화폐가 유통된다.

세상은 이미 디지털 경제로 바뀌어 가고 있다. 사물의 가치를 결정하는 방식, 물건을 사는 방식, 재산 증식의 방식이 달라지고 있다. 디지털이 삶의 방식을 바꾸고 있다. 종이 화폐도 디지털로 변화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디지털 화폐, 타이밍을 잡는 자가 역사의 물줄기를 바꾸기 때문이다.

■ 은서기 논설위원·디지털평론가·경영학박사 △저서 <이제 개인의 시대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언어품격> <삼성 은부장의 프레젠테이션> <1등 프레젠테이션 비법> ⓒ 세이프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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