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기술이 인간의 노동과 삶에 큰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노동의 방식이 변하고 있다. 노동(勞動)은 사람들이 필요한 것들을 얻기 위해 노력하는 활동이다. 사람들이 살아가기 위해서는 의식주인 먹을 것, 입을 것, 살 곳뿐만 아니라 필요한 게 많다. 노동은 이렇게 필요한 것을 사람에게 제공한다. 또한 사람은 노동을 통해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고 성취감을 느낀다.

노동에는 육체노동, 정신노동, 감정노동, 창조노동 등이 있다. 사람은 어떤 형태든 노동을 하며 살아간다. 육체노동(肉體勞動·manual labor)은 사람이 몸을 써서 하는 일, 특히 기계나 동물을 이용한 일과 대비되는 의미의 일이다.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대부분의 육체노동은 동물이나 기계가 대체해 왔다.

정신노동(精神勞動·mental labor)은 주로 두뇌를 써서 하는 노동으로 일반 사무업무가 여기에 해당한다. 정신노동에는 단순·반복적인 업무도 있고, 고도의 생각과 집중이 필요한 업무도 있다.

감정노동(憾情勞動·emotional labor)은 실제적 감정을 속이고 전시적 감정으로 고객을 상대해야 하는 노동을 말한다. 백화점의 판매직 사원, 여객기 승무원, 콜센터의 상담원 등이 대표적이다. 자신의 감정과 기분을 통제해 고객을 언제나 친절하게 대해야만 하는 노동이다.

창조노동(創造勞動·creative labor)은 이제까지 없었던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일을 말한다. 정치, 경영, 문학, 예술, 연구 등이 대표적이다.

▲ 은서기 논설위원·경영학박사
▲ 은서기 논설위원·경영학박사

그런데 RPA(Robotic Process Automation)가 일하는 방식을 변화시키고 있다. RPA는 사람이 반복적으로 처리해야 하는 단순 업무를 로봇 소프트웨어로 자동화하는 기술을 말한다. 단순하지만 복잡한 컴퓨팅 작업을 인공지능(AI) 도움을 받아 정확하고 빠르게 처리할 수 있는 기술이다. RPA가 우리 일상 업무에 빠르게 자리 잡고 있다. 특히 정신노동의 단순·반복 업무부터 급격하게 대체할 태세다.

KT는 챗봇 기반 RPA인 마이스마트 비서인 '마비서'와 전표를 대신 처리하는 '전대리'를 도입했다. 로봇 프로세스 자동화(RPA)가 비서 역할을 하고, 직원 대신 전표를 처리한다.

SK텔레콤의 RPA '콥봇'은 사원 번호를 가진 엄연한 직원으로 24시간 일한다. 전국에 깔린 수만 개 통신장비의 임차료·전기료 등 연간 10만 건이 넘는 데이터를 처리한다.

포스코ICT는 주요 회의·강연·세미나에 AI 음성인식 솔루션을 적용했다. 참석자의 주요 발언, 회의 자료로 제공된 동영상 콘텐트 등이 텍스트로 변환된다. '받아쓰기' 기능뿐 아니라 음성 명령을 인식해 실행하는 것도 가능하다. 회의록을 별도 작성할 필요가 없다.

RPA기반 AI행원은 통장개설, 청약, 예·적금, IRP, 대출 등 은행 업무 관련 상담을 한다. AI행원이 실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아니지만 음성합성, 영상합성, 음성인식, 자연어처리 기술이 적용돼 실제 은행원과 같은 상담을 체험할 수 있다.

한편 기업들은 업무 효율성 증대를 위한 경영 혁신의 방안으로 직원들의 단순·반복 업무를 줄이고 핵심적이고 창의적인 업무에 몰두할 수 있도록 RPA의 개발과 적용을 확대해 가고 있다. 이런 RPA는 기존에 직원들이 하던 단순· 반복 업무에서 조사·분석·상담 등 복잡한 업무까지 하나씩 하나씩 대체해갈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AI가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는 영역이 확대되면서 많은 일자리가 사라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새로운 노동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맥킨지는 "상당수 인력이 자동화되겠지만 의료 서비스 제공자, 엔지니어, 과학자, 데이터 분석가 등 전문가는 계속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제 세상은 육체노동을 기계가 대체했듯이 정신노동과 감정노동 영역도 AI가 대체할 것이다. AI가 대체할 수 있는 수준의 노동과 경쟁하겠다고 나선다면 개인은 결국 일자리를 잃을 수밖에 없다. 기업도 마찬가지로 AI가 잘 할 수 있는 일에 사람을 투입한다면 생존하기 어렵다. 생존하기 위해서는 정신노동과 감정노동에서 창조노동 영역으로 나가야 한다.

디지털과 AI가 노동의 양상을 바꾸고 있다. 단순 작업을 반복하는 수준을 넘어 창의적 능력을 발휘하는 노동에 대한 요구로 말이다. RPA가 업무의 비효율성을 제거해줌으로써 사람들이 더 가치 있고 창조노동에 집중할 수 있게 해주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창조노동을 하는 개인과 조직만 살아남게 될 것이다.

■ 은서기 논설위원·디지털평론가·경영학박사 △저서 <이제 개인의 시대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언어품격> <삼성 은부장의 프레젠테이션> <1등 프레젠테이션 비법> ⓒ 세이프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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