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표현이 뜻밖에 아주 적절하게 그 상황을 묘사한 용어로 자리 잡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과학계에서 자신의 의견과 반대되는 이론을 우스꽝스럽게 경멸하듯 표현했는데, 이것이 후에 과학용어로 자리 잡은 경우가 있다. 예술계에서도 어떤 작가를 놀리려고 별칭을 지었는데, 이게 그에게 가장 적당한 아호가 된 사례가 있다.

'레드 레터(red letter) 크리스천'도 이와 비슷하다. 신약성경에서 예수님이 하신 말씀을 다른 말씀과 구분하기 위해 붉은 색으로 편집해 강조한 것이 있다. 이를 두고 미국에서 짐 윌리스(Jim Wallis)를 인터뷰하던 라디오 방송국 진행자가 예수님의 말씀을 중시하는 사람들을 지칭하는 표현으로 썼다. 그는 윌리스에게 "당신은 레드 레터 크리스천 중 한 명"이라고 했고, 이것이 어느덧 기독교 사회학 용어로 자리 잡았다.

서로 자기가 인간 메시아라고 주장하거나 육신을 쓴 하나님이라고 궤변을 늘어놓는 온갖 사이비·이단 교주들의 주장에는 공통점이 있다. 저들은 기독교 역사에서 레드 레터 크리스천이 별로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교주들에게 특별히 성령님이 강림하셔서 예수님의 말씀대로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라고 저들을 하나님이 메시아로 세웠다고 한다. 저들은 자신들이 진정한 레드 레터 크리스천으로, 이의 증거가 저들에게 임한 예수님의 영 혹은 성령이라고 한다.

▲정이신 아나돗학교 대표간사ㆍ아나돗공동체 위임목사
▲정이신 아나돗학교 대표간사ㆍ아나돗공동체 위임목사

교주들이 추종자들에게 많이 강조하는 지침 가운데 하나는 <마태복음 10:36~37>을 왜곡한 것이다. 사람의 원수가 자기 집안 식구라고 강조하며 사랑의 대상을 예수님에서 교주들로 대체한다. 그 뒤 교주들보다 부모와 자식을 더 사랑하지 말라고 강조하면서, 때론 가출을 부추긴다.

이는 레드 레터 크리스천과 완전히 다르게 성경을 해석한 것이다. 레드 레터 크리스천은 자신의 위치를 예수님의 말씀을 따르는 사람으로 둔다. 이들은 성경을 읽을 때 붉은 글씨로 편집한 예수님의 말씀을 읽으면서 자신들을 그분과 동격으로 설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사이비·이단 교주들은 저들을 예수님과 동격으로 설정한다. 심지어 어떤 교주들은 자신들이 육신을 입은 하나님이기에 예수님보다 더 높은 존재라고 한다.

사이비·이단 교주들이 주장하는 것은 역사적인 예수가 저들에게 살아서 현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주장을 펼치는 저들의 언행은 레드 레터와 전혀 상관없다. 예를 들어 예수님이 하셨던 말씀을 저들은 거의 지키지 않는다. 그런데도 저들은 역사적 예수의 현존이 자신들이라고, 특별히 동방의 한국에 그 실체가 나타났다고 주장한다.

사이비·이단 교주들은 레드 레터로 드러난 2000년 전의 유태인 예수를 철저히 거부한다. 저들은 성경이라는 뿌리를 철저히 무시한 채 저들이 쓴 연극 대본으로 예수 역할극(role play)을 공연한다. 그러면서 이것이 진정한 역사적 예수의 현존이라고 속인다.

만약 오케스트라에서 연주하는 사람이 지휘자의 지휘를 무시하면 어떻게 될까? 무대에 올라간 연극배우가 연극 대본을 무시한 채 자기에게 떠오르는 생각으로만 연기하면 어떻게 될까? 교주들은 저들이 계획한 연극의 틀을 어느 정도로 맞추기 위해서 대본에 없는 대사를 자신들이 먼저 애드리브로 할 테니, 상대역을 맡은 배우도 거기에 맞춰 알아서 연기해 달라고 사전에 요청한다. 이것이 없으면 사이비·이단 교주들의 거짓 연기가 파행으로 끝나기에 사전에 추종자들에게 어떻게 대응 연기를 하라고 반드시 강요해 서약을 받는다.

이 때문에 현대에서 예수 역할극을 하고 있는 교주들의 행위는 모노드라마가 아니라 집단 사기극으로 전개 된다. 저 사기극에 대해 바울은 한마디를 했다. 누구든지 저런 엉터리 연극을 핑계 삼아 친척이나 가족을 돌보지 않는 사람은, 예수님에 대한 믿음을 저버린 사람일 뿐 아니라, 때로 믿지 않는 사람보다 더 나쁜 사람이 된다고(디모데전서 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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