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가 가진 속성 가운데 하나인 기호체계에는 그 사회에서 여러 사람이 공통으로 인정한 잣대가 들어 있다. 그래서 언어의 역사성과 사회성을 이야기하는 학자들은 이구동성으로 '언어는 한 사회가 가진 종합적인 약속의 집약체'라고 한다. 따라서 이 잣대를 무시하고 내 마음대로 특정 단어를 사회에서 통용되는 의미와 전혀 다른 것으로 바꿔 사용하면 혼선이 생긴다.

예전에 유럽에서는 감자를 '땅 속에서 나는 사과'라고 했었다. 처음 본 과일의 이름을 파인애플(pineapple, 소나무ㆍ솔+사과: 솔방울 모양의 사과)이라고 지었듯이, 사과를 모든 과일을 대변하는 단어로 썼다. 또 르네상스 때는 창세기에 나오는 선악과를 사과로 그렸었다. 이것이 지금도 선악과라고 하면 사과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된 계기가 됐다.

어휘가 세분화되면서 이런 표현은 더 이상 쓰지 않는다. 식물분류에 대한 새로운 기준이 제시됐고, 이에 따라 과일도 사과라는 단어로 더 이상 많은 것을 지칭해 쓰지 않는다. 이런 용례는 과학에도 적용됐다. 어느 정도의 길이와 무게를 1cm, 1g으로 정해야 하는지 과학계에서 오랜 숙의 과정을 거쳐 표준을 정했다. 따라서 과학을 연구하는 학자는 논문을 발표하기 위해 이 표준을 지켜야 한다. 그렇지 않은 논문은 기준을 무시한 것이기에 통용되지 못한다.

▲정이신 아나돗학교 대표간사ㆍ아나돗공동체 위임목사
▲정이신 아나돗학교 대표간사ㆍ아나돗공동체 위임목사

구원이 절대 인간의 힘으로 이뤄질 수 없다고 고백하면서 시작한 종교가 기독교다. 이 관점으로 보면 모든 이가 예수님 안에서는 평등하고, 어떤 이가 자신은 많은 공적이 있어 앞섰다고 자랑해도 그것은 하나님 앞에서 도토리 키 재기에 불과하다. 기독교는 이것을 신앙의 표준잣대로 받아들였고 그렇게 살겠다고 고백하며 시작했다.

이 잣대를 지켜가기 위해 기독교는 구약성경에서 일반명사로 썼던 '기름 부음, 사명을 받은 사람'을 뜻하는 히브리어 메시아(마쉬아흐)를 헬라어 그리스도(크리스토스)로 번역하면서 이를 고유명사로 바꿨다(히브리서 1:1∼2). 초대교회 성도는 예수님의 가르침을 복기하면서 그분 외에는 다른 이가 메시아가 될 수 없다고 했고, 재림주도 부활 승천하신 그분이 강림하시는 것이기에 인간이 될 수 없다고 했다. 이는 유대교와 다른 시각이다.

사이비ㆍ이단들이 잘 쓰는 방법은 이 경계를 허물고 '인간이 메시아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이 주장은 겉보기에 인간의 능력을 인정하는 아주 매력적인 해석법처럼 들린다. 그러나 이런 사고방식 안으로 들어가 보면 거기에는 이미 완성된 인간 메시아가 따로 있다. 그리고 모든 사람은 저를 위해 헌신해야 하는 구조가 의무적으로 주어진다.

사이비ㆍ이단 교주들은 대부분 완성된 인간인 메시아로 추앙받는다. 그래서 저들에게는 세상의 어떤 윤리나 법이 적용되지 않는다. 이미 완성됐기에 세상에서 말하는 비윤리적인 일을 저질러도 죄가 되지 않는다. 저들에게 죄가 있다면, 이는 완성된 저들을 알아보지 못한 세상 사람들이 죄 없는 저들의 죄를 억지로 만든 것이다.

성경에 따르면 하나님이 직접 인간의 몸으로 오신 이가 메시아인데(요한복음 1:14), 창조주가 아쉬울 것이 없는 분이기에 스스로를 낮춰 온 인류를 위해 한 분이 희생하셨다. 즉 메시아는 인간의 구원을 위해 자신을 대속제물로 드린 분이다. 그러나 인간이 메시아가 된 경우는, 메시아로 추앙받는 사람을 위해 온 인류가 헌신해 저를 떠 받들어 줘야 한다. 이를 위해, 거짓 메시아들을 위해 저들의 비리를 눈감고 덮어줘야 하는 이상한 조직이 만들어져야 한다.

사이비ㆍ이단 교주들은 자신들의 언행으로 인해 문제가 생길 경우 모든 책임을 저들 추종자인 제자들의 잘못이라고 하거나 세상의 오해라고 강변한다. 그러면서 저들은 예수님처럼 직접 십자가를 지지 않는다. 그런데 저들이 말한 메시아는 성경에 없다. 그렇다면 저들이 말한 '인간이 메시아가 될 수 있다'는 말의 근거는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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