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프타임즈 칼럼] 출가와 세뇌가출
[세이프타임즈 칼럼] 출가와 세뇌가출
  • 정이신 논설위원
  • 승인 2019.10.26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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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가를 시도했었다고 했다. 더 넓고 근원적인 자유를 찾아 산문(山門)으로 갔었다고 했다. 어떤 이유인지 몰라도 스님은 그녀의 출가를 허용하지 않았다. 산문에 들어올 사람이 아니라면서 그녀를 집으로 돌려보냈다. 그녀는 지금 무소의 뿔이 돼 세상을 혼자 거닐고 있다.

종교적 자유를 위해 가족을 벗어나는 경우가 있다. 모두 깊은 고뇌를 곁들인 결단이니 누구도 그 일을 시도한 당사자가 되기 전에는 그들의 행동에 대해 이러저러한 구설을 입에 올릴 수 없다. 그러나 이를 빙자해서 가출을 유도한 경우는 다르다. 본인의 자발적인 결단도 아니고 속아서 중독된, 유사종교에서 제시한 마네킹과 같은 환영의 조속한 실현을 위해 가족을 등진 경우를 종교적 결단이라고 할 수 없다. 저들이 가출해 따르기로 한 유사종교의 교주는 이런 결단을 하지 않고 있기에 이는 분명히 사람을 속여서 가출시킨 것이다.

▲정이신 아나돗학교 대표간사ㆍ아나돗공동체 위임목사
▲정이신 아나돗학교 대표간사ㆍ아나돗공동체 위임목사

기독교상담을 하면서 겪었던 일이다. 주일 늦저녁 무렵 상담했던 사람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에 있는 휴게소라고 하면서 자기를 좀 데리러 와 줄 수 없느냐고 필자에게 부탁했다. 긴박한 목소리로 배터리가 거의 떨어져 전화 통화를 길게 할 수 없다고 했다.

휴게소에서 만난, 초라했던 그의 행적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아들이 자신을 존속살해범으로 신고해서 전국에 지명수배가 됐는데, 경찰을 만나 오해를 풀었고, 그 과정에서 혼자 휴게소에 남겨졌다고 했다. 어찌된 영문인지 자초지종을 그에게 들어야 했다.

딸이 유사종교에 빠져 집에도 잘 안 들어오기에, 부모가 딸과 따로 이야기를 나누려고 장소를 마련하고 그곳으로 옮기면서 일부러 휴대전화기를 집에 뒀단다. 연락이 안 되자 유사종교에 중독된 아들이 아버지를 엄마와 딸을 죽인 존속살해범으로 신고해서 경찰과 함께 집을 급습했었단다. 녹화된 CCTV에 멀쩡하게 걸어 나가는 가족의 모습이 찍혀 있었지만 경찰은 직접 확인을 원했단다. 자신은 이런 사실을 모르고 움직이다가 경찰에 검문을 당했단다.

보편종교는 출가하지만 유사종교는 가출시킨다. 만약 스스로의 결단에 의해 출가한 것이라면 당당하게 자신의 출가를 알릴 것이다. 그러나 필자가 겪은 사례는 자신이 보기에도 꽤 애매한 가출을 감행한 것이기에 자신의 행적을 제대로 알리지 못했고, 아들에 이어 딸까지 가출했다. 그리고 이를 막으려는 부모의 노력을 존속살해범이라는 해괴한 죄목으로 신고해서 자신의 아버지를 그렇게 초라한 지경으로 몰아갔다.

유사종교는 늘 주장한다, 그가 스스로 결단해서 집을 나온 것이라고. 그런데 스스로 결단해서 집을 나간 것이라면 당당하고 공개적으로 그런 사실을 밝힐 수 있어야 한다. 불가의 스님들이 출가한 후 자신의 출가 사연을 밝히지 않고 숨기는 경우는 거의 없다. 본인이 선택한 종교적 책무 앞에 그들은 당당하게 자신에 얽힌 인연의 업을 말한다. 신부나 수녀가 된 경우도 마찬가지다. 종교적 결단을 위해 스스로 선택한 길 앞에 그들은 당당하다.

유사종교에 중독돼 가출한, 세뇌가출의 경우 그리는 궤적이 다르다. 스님들이 쓴 출가기는 있어도 유사종교에 중독된 이들이 쓴 가출기는 없다. 유사종교중독으로 인한 가출이 사회적으로 정당하지 못한 행위이기에 저들은 이를 숨긴다. 보편종교에서는 가정을 벗어나는 특정한 종교행위를 감행할 경우, 그 이유를 가족에게 설명하고 양해를 구하라고 한다. 가정이 종교가 지켜야 할 중요 공동체이기에 그 공동체에서 이탈하려는 이유를 가족에게 알리라고 한다. 이때 이를 받아들이는 것은 본인과 가족의 몫이 된다.

보편종교처럼 위장한 유사종교는 이를 거부한다. 기독교상담을 해보니 자식이 어디에 숨어 있는지도 모르는 채 울음으로 상한 속을 달래는 부모가 한둘이 아니다. 과연 저들은 자신들의 정당한 의사로 집을 나간 것일까. 가출한 그들을 전부 만나서 물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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