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장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할 경우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소홀히 한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를 1년 이상 징역이나 10억원 이하의 벌금을 물리게 한다.

2022년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의 핵심 내용이다. 상시 근로자 50명 이상이나 공사금액 50억원 이상의 사업장에 적용된다.

오는 27일부터 50명 미만(50억원) 사업장에도 확대 될 예정이지만 '유예'를 놓고 정치권과 노동계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상황이다.

법이 시행된 후 기업은 사고 예방에 전권을 부여한 안전보건최고책임자(CSO·Chief Safety Officer)를 선임해 산업재해 대응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CSO는 기업의 안전보건과 관련된 조직·인력·예산 운용을 맡아 안전 사고를 예방하는 역할을 한다.

세이프타임즈가 기업 등의 중대재해 실태를 점검하고 CSO를 탐구하는 연중 기획을 시작한다. [편집자]

■ SK하이닉스 CSO 김영식 제조·기술 담당 부사장

SK하이닉스의 CSO는 김영식 부사장이다. SK하이닉스는 기존 안전개발제조담당과 사업담당 조직을 폐지했다. 

SK하이닉스는 2022년 연말 인사 개편을 통해 당시 제조·기술담당 김영식 부사장을 안전보건최고책임자로 선임했다. 

김 부사장은 1967년 12월생이다. 

2017년 반도체 포토기술그룹장(상무), 2018년 제조기술담당임원(상무)을 거쳐 2021년부터 제조기술담당 부사장을 맡고 있다. 

■ 노동자 질식 사고

2015년 4월 경기 이천의 SK하이닉스 반도체 공장 유기화학물질 연소실 내부에서 노동자들이 질식사고를 당해 3명이 숨지고 4명이 부상을 입었다. 이들은 SK하이닉스 협력업체 노동자들로 신축 공장의 배기시설 점검 작업을 하고 있었다.

이 사고로 SK하이닉스에 과실치사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벌금 500만원이 선고됐다. SK하이닉스 상무 A씨 등 관계자 3명에 금고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이 확정됐다.

사고를 당한 노동자들이 작업한 공간은 밀폐돼 있어 산소 결핍 문제가 예상됐지만 SK하이닉스는 산소농도측정 등의 예방조처에 미흡했다고 법원은 판단했다.

■ 반도체 공장 직업성 암

2017년 7월 SK하이닉스 청주공장 노동자 B씨는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업무상 질병으로 산업재해 승인을 받았다. 악성림프종을 앓고 있었던 B씨는 SK하이닉스 반도체 노동자에게 직업성 암으로 산업재해가 인정된 첫 사례였다.

B씨는 1995년 LG반도체 청주공장에 입사해 장비엔지니어로 일했다. 10년 뒤 악성림프종 진단을 받고 항암치료를 이어오다 근로복지공단에 산재 신청을 한 지 2년 4개월 만에 승인을 받았다.

그동안 삼성전자 반도체 노동자 산재에 가려져 SK하이닉스 반도체 노동자 건강 문제는 잘 알려져 있지 않았다.

하지만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우원식 의원(더불어민주당·노원을)에 따르면 2017년부터 5년동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같은 소자업체에서 발생한 산재가 반도체 업종 가운데 31.2%(493건)로 가장 많았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이 2009년부터 10년동안 반도체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추적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반도체 생산라인 가운데 '클린룸'에서 일하는 엔지니어와 오퍼레이터 등에게서 혈액암 발생 비율이 일반 노동자보다 높았다.

현재 SK하이닉스는 지원보상위원회를 통해 옛 현대전자, LG반도체 노동자들과 협력업체 직원의 직업성 질환을 보상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 화학물질 누출 사고

2015년 4월 이천공장에서 질소 가스 누출사고가 발생, 협력업체 노동자 3명이 숨지고 4명이 다쳤다. 2016년 가동을 앞두고 건설하고 있던 공장의 배기장치를 시운전하고 점검하던 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했다. 

2021년 4월엔 불산 누출 사고가 발생했다. 이천공장에서 발생한 이 사고로 노동자 1명이 화상을 입고 2명은 불산을 흡입해 병원에 옮겨졌다.

같은 해 10월에는 반도체 제조 공정에 사용되는 액화물질 테오스(TEOS)가 누출됐다.당시 신속하게 직원들이 대피했고 환자도 발생하지 않았지만 대전노동청은 이를 중대한 결함으로 판단했다.

중대산업사고 예방센터 운영규정엔 화학사고를 △중대산업사고 △중대한 결함 △그 밖의 화학사고 등 3가지로 분류하게 돼 있다.

이 가운데 중대한 결함은 노동자나 지역 주민이 입은 피해는 없지만 사고 유형이 심각하다고 판단될 때 지정된다.

■ 신호수 사망 사고

지난해 5월 이천사업장 안에서 통근버스가 신호수로 일하던 하도급업체 노동자 C씨를 치었다. C씨는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다음날 숨졌다.

당시 통근버스 기사가 사업장에 있는 차고지에서 버스를 몰고 나오다가 C씨를 발견하지 못하고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사고로 고용노동부는 중대재해 위험성 평가에서 SK하이닉스에 '미흡' 판정을 내렸다. 통근버스 승하차 지점의 인원이 많았고, 신호수 보호조치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노동부는 SK하이닉스에 작업 안전조치 계획을 보완할 것을 지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