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 직접 주문해봤더니 '에어컨 37.6kg' 버젓이 배달
매뉴얼 "중량 초과 입고 불가" … 실수 아닌 고의 '의혹'
택배기사·노조 "무거운 것 천지 … 중량규정 금시초문"
보도 3개월 경과 '정정기사·1억원' 손해배상 전격 요구

▲ 강현오·홍용준·이선승(사진 아래 왼쪽부터) 쿠팡로지스틱스 공동대표이사가 세이프타임즈 보도가 허위보도라며 정정보도와 1억원의 배상을 요구했다. 쿠팡은 개별판매단위 1개 기준 가로+세로+높이 합이 250㎝를 초과하거나 무게가 30㎏을 초과하면 창고에 입고할 수 없다고 밝혔지만 실제는 다른 것으로 확인됐다. ⓒ 쿠팡
▲ 강현오·홍용준·이선승(사진 아래 왼쪽부터) 쿠팡로지스틱스 공동대표이사가 세이프타임즈 보도가 허위보도라며 정정보도와 1억원의 배상을 요구했다. 쿠팡은 개별판매단위 1개 기준 가로+세로+높이 합이 250㎝를 초과하거나 무게가 30㎏을 초과하면 창고에 입고할 수 없다고 밝혔지만 실제는 다른 것으로 확인됐다. ⓒ 쿠팡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쿠팡)는 지난 14일 본지 8월 7일자 <'사람 잡는' 쿠팡 '무조건 배송 시스템'> 제하의 기사에 대해 언론중재위원회(언중위)를 통해 정정보도와 1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조정신청서를 보내왔다.

세이프타임즈는 3개월 전 해당 기사를 통해 "쿠팡 퀵플렉스 기사들이 폭염 속 중량 제한 없는 배송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고 보도하며 쿠팡이 다른 택배업체들이 일반적으로 적용하고 있는 '1회 30㎏ 이하 배송' 등 무게 제한이 없는 탓에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의 간접고용 노동자(퀵플렉스 기사)들이 '안전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다고 꼬집었다.

쿠팡은 이에 대해 "사실을 왜곡·과장한 허위보도"라며 "언급된 30㎏이 넘는 물품의 배송 사례는 판매자의 실수로 일어난 일일 뿐 쿠팡 및 신청인(공동 대표이사 홍용준·강현오·이선승)의 정책과는 전혀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 쿠팡이 언론중재위원회를 통해 세이프타임즈에 허위보도 증거자료라고 보낸 공급자 입고 매뉴얼. 쿠팡은 30㎏ 이하의 상품만 배송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 쿠팡
▲ 쿠팡이 언론중재위원회를 통해 세이프타임즈에 허위보도 증거자료라고 보낸 공급자 입고 매뉴얼. 쿠팡은 30㎏ 이하의 상품만 배송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 쿠팡

쿠팡은 또 "쿠팡은 상품 입고 시 30㎏을 넘는 중량물을 제한하는 규정을 두고 있어 퀵플렉스 배송기사들이 다른 택배업체와 달리 중량 제한 없는 과도한 노동에 시달린다는 보도 내용은 허위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다만 공급자 또는 판매자의 실수로 30㎏이 넘는 물품이 배송되는 경우가 발생할 수는 있다"며 "이는 규정이 없어서 발생하는 것이 아닌 공급자 등의 실수로 인해 드물게 발생할 수 있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규정을 두고 있기 때문에 배송 기사의 과도한 노동을 보도한 것은 허위사실 적시'라는 주장을 하고 있는 셈이다.

▲ 쿠팡이 언론중재위원회를 통해 세이프타임즈에 보낸 자료를 보면 30㎏ 초과 물품의 배송 사례가 실제 발생할 수 있다고 인정하고 있다. ⓒ 쿠팡
▲ 쿠팡이 언론중재위원회를 통해 세이프타임즈에 보낸 자료를 보면 30㎏ 초과 물품의 배송 사례가 실제 발생할 수 있다고 인정하고 있다. ⓒ 쿠팡

하지만 세이프타임즈는 이를 '쿠팡의 과도한 억지주장'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쿠팡이 '중량물 제한 규정을 두고 있는 것'과 '실제 배송 현장에서 규정이 이행되지 않고 있는 것'은 인과관계가 없는 별개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쿠팡이 규정의 '유무(有無) 여부'를 문제 삼고 '터무니없는 말꼬리 잡기'로 언론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노동자 안전'을 지적한 언론에 국내 굴지의 대기업이 막강한 재력을 이용, 비판에 대한 재갈을 물리려는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닌지 의심이 들지 않을 수 없다.

▲ 쿠팡이 직접 매입해 판매하고 있는 이동식 에어컨 상품 설명서를 보면 중량이 33㎏이라고 적시돼 있다. 쿠팡이 주장하는 '공급자의 단순한 실수'가 아닌 고의적으로 중량을 초과한 제품을 버젓이 판매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 쿠팡
▲ 쿠팡이 직접 매입해 판매하고 있는 이동식 에어컨 상품 설명서를 보면 중량이 33㎏이라고 적시돼 있다. 쿠팡이 주장하는 '공급자의 단순한 실수'가 아닌 고의적으로 중량을 초과한 제품을 버젓이 판매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 쿠팡

특히 쿠팡이 본지 보도 이후 3개월 동안 단 한 차례도 기사에 대한 정정, 항의 등 일체의 민원을 제기하지 않고 있다가 전격적으로 언론중재위에 제소했기에 의구심이 증폭된다.

◇ 쿠팡 "30㎏ 초과 물품 배송 안한다" … 결국 거짓말

심지어 쿠팡이 '허위 또는 실수'라고 주장하고 있는 '30㎏ 초과 물품 배송'도 세이프타임즈가 실제 확인한 결과 사실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실수'를 가장한 공공연한 물품 판매가 의심되는 대목이다.

유통업계 1위인 쿠팡의 모럴해저드가 심각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쿠팡이 주장하는 '드물게 발생하는 실수'가 너무 자주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본지는 언중위 출석요구서를 접수한 후 16일 쿠팡이 로켓배송으로 판매하고 있는 신일 프리미엄 이동식 에어컨 제품(33만9450원·무게 33㎏)을 주문했다. 제품 구입은 세이프타임즈 법인카드로 결제했다.

배송은 말 그대로 '로켓'이었다. 이동식 에어컨은 다음날인 17일 오전 11시 세이프타임즈 편집국이 위치한 서울 성북구 종암동 3층 사무실로 정상적으로 배달됐다. 택배기사 1명이 힘들게 배송하는 모습을 편집국 기자들이 처음부터 지켜봤다.

▲ 세이프타임즈가 쿠팡에서 직접 주문한 이동식 에어컨 무게를 측정한 결과 규정 30㎏에서 7.6㎏이 초과된 37.6㎏을 기록하고 있다. ⓒ 세이프타임즈
▲ 세이프타임즈가 쿠팡에서 직접 주문한 이동식 에어컨 무게를 측정한 결과 규정 30㎏에서 7.6㎏이 초과된 37.6㎏을 기록하고 있다. ⓒ 세이프타임즈

문제는 이 제품(에어컨) 판매 페이지에 중량이 33㎏라고 버젓이 적혀 있다는 점이다.

본지는 취재의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 쿠팡에서 직접 저울(5만410원)도 구매했다.

택배기사가 배달한 제품을 세이프타임즈 기자 2명이 편집국으로 옮겨 무게를 측정한 결과 37.6㎏이라는 충격적인 중량이 표시됐다. 상품설명서에 기재된 중량보다 4.6㎏이 더 나왔다.

결국 쿠팡이 30㎏가 훨씬 넘는 물품을 '버젓이' 무게까지 표기해놓고 판매해 왔다는 것이 사실로 확인된 셈이다. 이로써 쿠팡이 배송기사들의 안전은 외면한 채 무리한 노동 수위를 방치하고 있다는 비판을 면치 못하게 됐다.

쿠팡이 진실을 보도한 언론에 3개월 동안 일체의 반론도 없다가 느닷없이 '허위보도를 했다'며 피해 배상 명목으로 1억원의 막대한 금액을 요구한 배경에 의구심이 생길 수밖에 없다. 

▲ 세이프타임즈 기자 2명이 쿠팡이 본지에 배송한 이동식 에어컨의 무게를 측정하기 위해 힘겹게 옮기고 있다.  ⓒ 세이프타임즈
▲ 세이프타임즈 기자 2명이 쿠팡이 본지에 배송한 이동식 에어컨의 무게를 측정하기 위해 힘겹게 옮기고 있다. ⓒ 세이프타임즈

쿠팡은 일반적으로 회사 관계자가 언중위에 출석하는 관례를 벗어나 김기정 변호사를 법률대리인으로 선임, 언론사의 정상적인 보도에 대해 '무언의 협박'을 가하고 있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부정적인 기사를 쓰는 언론사에 재갈을 물리기 위해 정상적인 중재 목적이 아닌 언론중재법을 악용한 '무조건 소송'을 위한 사전포석으로 해석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실제 쿠팡 퀵플렉스 노동자들은 "쿠팡 택배엔 무게 제한이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 쿠팡의 한 물류창고에 배송을 앞두고 있는 무거운 상품들이 보인다. 쿠팡은 납품기준(포장상태 가로+세로+높이 합 250㎝)을 초과한 제품은 창고에 입고할 수 조차 없다고 밝혔다. ⓒ 독자 제보
▲ 쿠팡의 한 물류창고에 배송을 앞두고 있는 무거운 상품들이 보인다. 쿠팡은 납품기준(포장상태 가로+세로+높이 합 250㎝)을 초과한 제품은 창고에 입고할 수 조차 없다고 밝혔다. ⓒ 독자 제보

◇ 쿠팡 "30㎏ 초과 창고 입고 불가" … 또 거짓말

더 심각한 것은 쿠팡이 본지를 통해 '쿠팡 창고에 입고될 수 없다'는 제품이 버젓이 배송을 앞두고 있는 것이 확인돼 충격을 주고 있다.

쿠팡은 개별판매 단위 상품 1개 기준(포장재 포함) 가로+세로+높이 합이 250㎝를 초과하거나 그 무게가 30㎏ 초과인 경우에는 창고에 입고할 수 없다고 못 박고 있다.

하지만 세이프타임즈 독자가 제보한 쿠팡 A창고 내부 사진을 보면 이같은 기준이 있는지조차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이미 세이프타임즈에 30㎏가 넘는 에어컨이 배송된 것은 물론 A창고에도 기준을 위반한 물건이 쌓여 있는 것으로 의심된다.

특히 쿠팡이 로켓배송으로 판매하고 있는 매트리스 제품들은 대부분이 납품기준(포장상태 가로+세로+높이 합 250㎝)을 벗어난 '규격 위반'으로 확인됐다.

▲ 쿠팡이 로켓배송 납품기준(포장상태 가로+세로+높이 합 250㎝)을 무려 75㎝ 초과 위반한 가로+세로+높이 합 325㎝의 매트리스 제품을 버젓이 판매하고 있다. 쿠팡이 주장하는 '공급자의 단순한 실수'가 아닌 고의적으로 규격 위반 제품을 판매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 쿠팡
▲ 쿠팡이 로켓배송 납품기준(포장상태 가로+세로+높이 합 250㎝)을 무려 75㎝ 초과 위반한 가로+세로+높이 합 325㎝의 매트리스 제품을 버젓이 판매하고 있다. 쿠팡이 주장하는 '공급자의 단순한 실수'가 아닌 고의적으로 규격 위반 제품을 판매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 쿠팡

전국택배노조 쿠팡지회 관계자는 세이프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쿠팡 배송 기사들은 중량 제한 규정이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다"며 "매트리스, 냉장고 등 무거운 물건은 천지인데 무게 제한이 있다는 규정에 대해선 쿠팡에서 안내받은 적도, 주변에서 들어 본 적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30㎏ 초과 배송 사례는 판매자 실수라는 쿠팡 주장에 대해) 판매자 실수라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며 "쿠팡이 입고나 출고를 하면서 (중량) 확인을 안 하고 있는데, 규정이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 세이프타임즈가 쿠팡이 주장하는 30㎏ 규정을 준수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로켓배송을 통해 주문한 에어컨과 저울. ⓒ 세이프타임즈
▲ 세이프타임즈가 쿠팡이 주장하는 30㎏ 규정을 준수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로켓배송을 통해 주문한 에어컨과 저울. ⓒ 세이프타임즈

쿠팡의 이같은 행태는 고용노동부 인력운반 중량 권장 기준에도 위배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 기준에 따르면 36~50세 남성 배송 노동자는 시간당 2회 이하 배송 작업 시 27㎏, 시간당 3회 이상 배송 시 13㎏으로 중량을 제한하도록 하고 있다.

쿠팡은 2020년 40대 '쿠팡맨'이 과로사했을 당시에도 과도한 배송 무게를 둘러싼 논란이 일었다.

세이프타임즈가 쿠팡이 보유하고 있다는 배송규정이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을 실제 확인함에 따라 '노동자 안전'을 위해 관계 당국의 현장 조사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고조되고 있다. 

◇ 쿠팡은 어떤 회사 

쿠팡은 '유통업계 1위, 국가대표 브랜드'라는 소비자들의 인식과 달리 실제는 한국을 중심으로 전자상거래 사업을 하는 '미국의 플랫폼 기업'이다.

한국 법인 '쿠팡 주식회사'의 모기업 'Coupang Inc.'는 미국에 법인과 본사를 두고 뉴욕증권거래소(NTSE)에 상장돼 있다.

이사회 의장 겸 최고경영자(CEO)로서 경영을 총괄하고 있는 창업자 범 킴(Bom Kim·한국명 김범석)은 '한국계 미국인'이다.

한국 쿠팡은 자회사로 △쿠팡풀필먼트서비스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 △CPLB △쿠팡페이(쿠페이) △쿠팡플레이 △쿠팡이츠 △씨피엔터테인먼트 등을 두고 있다.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는 2018년 설립한 쿠팡 배송 전문 자회사로 홍용준·강현오·이선승 3인 각자대표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홍용준 대표는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 출신으로 CLS 컴플라이언스, 안전보건, 인사 등을 전담하고 있다다.

강현호 대표는 회계·재무·물류 오퍼레이션 등 다양한 분야에서 경험을 쌓은 전문가로서 2016년 쿠팡에 합류, 지난 3월부터 CLS 운영부문 대표를 맡고 있다.

이선승 대표는 로켓배송 초창기인 2014년 쿠팡에 합류해 고객중심 경영과 배송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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