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30kg넘는 택배 보도한 세이프타임즈 상대로 무리한 소송전 전개
일류 물류회사로 거듭나려면 소중한 자산인 배송노동자부터 돌아봐야

▲  홍용준 쿠팡 CLS 대표가 지난달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경제사회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증인으로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연합뉴스
▲ 홍용준 쿠팡 CLS 대표가 지난달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경제사회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증인으로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연합뉴스

지난 10월 13일 군포에서 쿠팡 물품을 배송하던 60대 택배 노동자가 새벽 배송을 하다 쓰러져 숨졌다. 사망 원인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고인의 머리맡에는 배송 중이었던 택배 상자 3개가 놓여 있었다.

숨진 노동자는 쿠팡 퀵플렉스 소속으로 쿠팡의 물류배송 자회사인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씨엘에스)가 간접고용 방식으로 운영하는 배송 직군이다.

노동자 사망사건이 발생하자 쿠팡CLS 대표가 국회 국감장에 불려 나왔다. 하지만 홍용준 쿠팡CLS대표는 이 자리에서 의원들의 추궁에도 단 한 마디의 사과도 하지 않았다. 홍 대표는 숨진 노동자가 "쿠팡 노동자가 아닌 군포 소재 배송전문업체와 계약한 개인사업자"라는 주장만 되풀이했다.

홍 대표는 한 걸음 더 나가 "새벽 노동에 종사하는 배송직들의 근로조건이 열악하지 않다"거나 "오히려 새벽 노동을 좋아하는 노동자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른 바 김용균법(산업안전보건법 전부 개정안)은 하청근로자 사망사고에 대한 원청책임을 강화한 법안이다. 이런 법 체계를 보완하기 위해 중대재해법도 만들어졌지만, 우리 산업현장에서 '죽음의 외주화'는 여전하다.

쿠팡CLS 대표가 국회의원들의 추궁에도 아무런 법적 책임이 없다고 주장할 수 있는 이유도 우리 산업현장의 구조적 문제점이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는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쿠팡의 이런 자신감은 언론에도 작용하고 있는 것인가. 쿠팡은 문제점을 지적하는 언론사에 대해 소송까지 제기하는 무리수까지 두고 있다.

▲ 강현오·홍용준·이선승(사진 아래 왼쪽부터) 쿠팡로지스틱스 공동대표이사가 세이프타임즈 보도가 허위보도라며 정정보도와 1억원의 배상을 요구했다. 쿠팡은 개별판매단위 1개 기준 가로+세로+높이 합이 250㎝를 초과하거나 무게가 30㎏을 초과하면 창고에 입고할 수 없다고 밝혔지만 실제는 다른 것으로 확인됐다. ⓒ 쿠팡
▲ 강현오·홍용준·이선승(사진 아래 왼쪽부터) 쿠팡로지스틱스 공동대표이사가 세이프타임즈 보도가 허위보도라며 정정보도와 1억원의 배상을 요구했다. 쿠팡은 개별판매단위 1개 기준 가로+세로+높이 합이 250㎝를 초과하거나 무게가 30㎏을 초과하면 창고에 입고할 수 없다고 밝혔지만 실제는 다른 것으로 확인됐다. ⓒ 쿠팡

쿠팡은 자사의 배송시스템의 문제점을 보도한 세이프타임즈 기사를 문제 삼아 언론중재위원회 제소와 함께 1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쿠팡은 "30㎏이 넘는 택배는 구조적으로 물류센터에 입고가 불가능하다"고 주장하면서, 만일 그런 일이 있었다면 "공급자의 실수로 인한 예외적인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런 쿠팡의 주장은 논리적으로도 맞지 않는다. 30㎏이 넘는 화물이 물류센터에 입고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고, 이런 택배가 이뤄진 것이 공급자의 '실수'라면 쿠팡의 물류관리가 엉망이라는 사실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쿠팡의 주장대로라면 물류센터에 입고하지 않고도 공급자 멋대로 소비자에게 물품을 배달할 수 있다는 것인데, 만일 실수로라도 이런 배송이 이뤄진다면 유통이 돼서는 안되는 '불법적인' 물품도 쿠팡을 통해 배달이 가능하다는 말이 된다.

또한 "30㎏이 넘는 택배는 입고조차 불가능하다"는 쿠팡의 주장은 점점 설득력을 잃고 있다. 세이프타임즈는 쿠팡을 통해 37㎏이 넘는 이동식 에어컨을 직접 배송받았고([속보] 쿠팡은 거짓말쟁이 30㎏ 이상 배송 안 한다더니, 11월 20일자 세이프타임즈 보도) 이후에도 세이프타임즈에는 이런 사실을 뒷받침하는 제보가 계속해서 접수되고 있다([속보] 쿠팡 퀵플레스 "30㎏ 초과 자주 옵니다", 11월 27일자 세이프타임즈 보도).

▲ 세이프타임즈가 안전불감증 쿠팡 제보센터에 접수된 내용을 확인한 결과 쿠팡은 1장에 30㎏에 달하는 화강암·현무암 재질의 화단 경계석까지 버젓이 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27일 기준 6개가 남아 있던 제품이 28일 현재 1개로 줄어든 것으로 보아 하루 동안 5개 제품이 판매된 것으로 보인다. ⓒ 쿠팡
▲ 세이프타임즈가 안전불감증 쿠팡 제보센터에 접수된 내용을 확인한 결과 쿠팡은 1장에 30㎏에 달하는 화강암·현무암 재질의 화단 경계석까지 버젓이 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27일 기준 6개가 남아 있던 제품이 28일 현재 1개로 줄어든 것으로 보아 하루 동안 5개 제품이 판매된 것으로 보인다. ⓒ 쿠팡

배송물품 가운데는 심지어 현무암으로 된 '화단 경계석'도 있다. 30㎏이 넘는 '돌덩어리'를 개인이 운반하고 있다는 의미다. 공사장에서나 쓰이는 이런 물품이 어떻게 택배를 통해 배달되는지도 의문이다. 또한 이런 화단 경계석은 한 개만 주문해서는 쓰임새가 없는 물품이라는 점에서 여러 개가 한꺼번에 주문됐을 가능성이 높고, 그렇다면 단순한 30㎏ 초과 물품은 이미 아닌 셈이다.

제보 내용이 모두 사실이라면 여러 경로를 통해 쿠팡의 주장은 무리한 주장이라는 것이 확인되고 있는 셈이다.

획기적인 배송모델로 우리 사회에서 가장 강력한 물류회사로 자리잡은 쿠팡은 수익만을 생각할 단계를 넘어 '사회적 책임'도 고려해야 할 거대 기업으로 성장했다. 이제는 쿠팡의 가장 소중한 자산이라고 할 수 있는 '택배 노동자'를 돌아봐야 할 시점이다.

쿠팡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언론사를 상대로 소송전을 벌이는 것보다는 문제점을 개선하려는 노력을 먼저 하는 것이 순서다. 그래야만 진정한 '일류 물류회사'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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