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표 단식장에 한 명도 찾지 않은 여당 정치인들
정치혐오만 낳은 끊임없는 정쟁 국민들만 피해자

▲ 문재인 전 대통령이 19일 오후 서울 중랑구 녹색병원을 방문해 입원 중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만나고 있다. ⓒ 연합뉴스
▲ 문재인 전 대통령이 19일 오후 서울 중랑구 녹색병원을 방문해 입원 중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만나고 있다. ⓒ 연합뉴스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단식이 20일을 넘겼다. 보다 못한 문재인 전 대통령까지 나서 단식을 만류했지만, 이 대표는 단식을 중단하지 않겠다는 단호한 입장이다.

이재명 대표의 단식에 대한 입장은 찬반이 명료하다. '명분이 없다'거나 '체포 동의안을 피하려는 꼼수'라는 평가가 있다. 반면 지지층에서는 야당 대표가 '목숨'까지 거는 것은 윤석열 정부의 비민주적인 폭압 정치 때문이라 주장한다.

이 대표의 단식 명분이 어떻든 정치파트너인 야당 대표가 그것도 국회에서 단식을 이어가고 있다면, 꼭 대표가 아닌 여당 누구라도 한 번쯤은 말리는 시늉이라도 하는 것이 도리다.

여당 내부에서 이런 의견이 있었지만 단 한 명도 단식장을 찾지 않았다. 이 대표가 병원으로 옮긴 마당에 이제는 방문 타이밍조차 놓쳐 버린 셈이다.

▲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지난 18일 국회에서 본회의 출석을 위해 입장하던 중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연합뉴스
▲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지난 18일 국회에서 본회의 출석을 위해 입장하던 중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연합뉴스

여기에 한동훈 법무장관은 '처벌을 피하려 단식을 한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야당 대표의 단식을 폄하하고 조롱한다. 정치 중립을 지켜야 하는 국무위원이 취할 태도는 아니다.

이 대표의 단식 기간 중 두 차례 소환조사를 한 검찰은 영장을 청구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체포동의안을 기다렸다는 듯 그것도 해외순방 중에 재가했다.

'냉혹하다'는 낱말이 떠오를 수밖에 없다.

외국의 언론에서도 이 대표에 대한 영장청구 소식을 전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윤석열 대통령에게 근소한 차이로 패한 이재명 대표가 일련의 범죄수사 대상이 됐다고 보도했다. 한국의 정쟁이 이제는 국제적 망신거리가 됐다.

▲ 19일 오전 국회 의안과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 요청서가 접수되고 있다. ⓒ 연합뉴스
▲ 19일 오전 국회 의안과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 요청서가 접수되고 있다. ⓒ 연합뉴스

야당은 이제 격앙될 대로 격앙됐고, 국회 파행은 불을 보듯 뻔하다. 당장 이재명 체포동의안과 한덕수 총리 해임안이 20일 국회에 보고된다. 국무위원 후보자들에 대한 청문회가 있고, 대법원장의 인준 표결이 있다.

특히 몇 가지 문제가 드러난 대법원장 후보에 대한 인준이 가결될지 미지수다. 국회의원 과반 출석에 과반 찬성이 필요한 인준 표결이 통과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정기국회를 앞둔 국회의 모습이 암울하고 한심하다. 정치는 사라지고 증오만 남은 국회에 기대를 거는 국민들은 이제 없다.

고작 30%의 낮은 지지율로 야당과의 협치는 물론 여론까지 외면하는 일방통행을 계속해 온 이 정부의 오만한 정치행태는 이제 자신들을 지지하는 극렬 극우세력만을 끌어안을 태세다.

절반이 넘는 의석을 갖고도 여당과 검찰에 휘둘리며 아무런 견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계파 싸움까지 벌이고 있는 한심한 야당은 마땅한 대안조차 없다.

내년 총선에서 누가 승리하든 그 승리는 아무 의미가 없을지 모른다. 누가 다수 의석을 차지하든 지금 같은 행태가 바뀔 가능성은 없기 때문이다.

정치혐오가 낳는 것은 정치실종이고 그 불행한 결과를 떠안아야 하는 것은 국민이다. 국회가 만들고 있는 '증오'의 파장이 온 나라에 퍼지는 것이 가장 두렵다.

"가장 강하고 가장 폭력적인 증오는 언제나 문화 수준이 가장 낮은 곳에서 보게 될 것이다" -괴테

이 말을 이렇게 바꾸고 싶다. "가장 강하고 가장 폭력적인 증오는 언제나 '정치'수준이 가장 낮은 곳에서 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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