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아홉 번째 거부권 행사
진상규명 없는 지원책은 무의미 여론

▲ 국무회의에서 이태원 참사 특별법 재의요구안이 의결된 30일 오전 방기선 국무조정실장이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이태원 참사 특별법 관련 정부 입장과 피해지원 종합 대책을 설명하고 있다. 회견장에 설치된 한 노트북에 윤석열 대통령이 참석한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가 중계되고 있다. ⓒ 연합뉴스
▲ 국무회의에서 이태원 참사 특별법 재의요구안이 의결된 30일 오전 방기선 국무조정실장이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이태원 참사 특별법 관련 정부 입장과 피해지원 종합 대책을 설명하고 있다. 회견장에 설치된 한 노트북에 윤석열 대통령이 참석한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가 중계되고 있다. ⓒ 연합뉴스

이태원특별법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다. 정부는 30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야당이 단독으로 처리한 이태원특별법에 대한 재의요구안을 의결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국무회의 모두 발언에서 "명분도 실익도 없고, 국민의 분열과 불신만 심화시킬 우려가 있다"며 "정쟁이나 위헌의 소지를 정당화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로써 159명이 숨진 대형참사에 대한 국회 차원의 진상규명은 불가능하게 됐다.

이태원 희생자 유족들은 그동안 이태원특별법의 시행을 요구했다. 서울시청 분향소에서 희생자를 상징하는 159배에 이어, 지난 22일에는 1만5900배를 진행했다. 29일에는 참사현장에서 대통령실까지 몸을 던지는 오체투지까지 감행했지만, 유족들의 요구는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유족뿐 아니라 송두한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도 여러 차례 이태원특별법의 공포를 촉구했지만 공허한 외침에 그치고 말았다.

이로써 윤 대통령은 국회에서 의결한 법안에 대해 아홉 번째로 거부권을 행사했다.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거부권 행사다.

윤 대통령은 그동안 간호법, 노랑봉투법, 쌍특검법 등에 대해 '정치공세'라며 거부권을 행사했다. 다른 법안은 차치하더라도 부인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특검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한 것은 대통령의 권한을 '사적으로' 사용한 것이라는 비판을 받기 충분하다.

▲ 10·29이태원참사 유가족들이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이태원참사 특별법 재의요구안 의결에 항의하고 있다. ⓒ 연합뉴스
▲ 10·29이태원참사 유가족들이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이태원참사 특별법 재의요구안 의결에 항의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태원 참사는 공권력과 행정기관의 부실한 대응으로 많은 인명이 희생된 참사다. 그런데 최종 책임자는 물론 관련자들까지 제대로 된 처벌이 이뤄지지 않은 사안에 대해, 대통령의 독단적 권한으로 진상조사조차 원천 봉쇄한 것은 과도한 권한 행사가 분명해 보인다.

정부는 진상조사 대신 유족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과 추모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결국 '지원금'으로 문제해결에 나서겠다는 의미다.

정부와 여당은 이태원특별법의 몇 가지 독소조항을 문제삼고 있지만, 여전히 논란은 있다. 동행명령, 고발권, 출국금지 요청권 등 사실상 특검에 준하는 권한이 부여되고, 조사범위조차 정해지지 않았다는 점이 지적됐다.

반면 유족과 야당측에서는 수사권이나 기소권도 없는 특조위가 동행명령같은 최소한의 권한마저 없다면 조사의 실효성을 잃게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국회에서 넘어온 법안이 문제가 있다면 다른 방식으로 그것을 보완할 방안은 없는지 진지한 검토조차 없이 거부권을 남발한다면, 우리 사회에 과연 정치는 존재하는 것인가.

정치편향이 극단적으로 심화하면서 우리 사회는 이제 정치인이 테러의 대상이 되는 끔찍한 부조리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과연 이런 병리현상을 언제까지 두고 볼 것인지.

60%가 넘는 부정적 평가는 왜 개선되지 않고 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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