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조각된 9.19 군사합의 완충장치조차 없어진 한반도
끊임없는 군비경쟁과 전쟁위협 긴장완화 방안 모색해야

▲  지난 6일 오전 인천 옹진군 대연평도 망향전망대에서 바라본 북한 장재도에 포문이 보이고 있다. ⓒ 연합뉴스
▲ 지난 6일 오전 인천 옹진군 대연평도 망향전망대에서 바라본 북한 장재도에 포문이 보이고 있다. ⓒ 연합뉴스

새해 벽두 연평도에서 울린 포성은 13년 전의 악몽을 떠올렸다. 긴급하게 대피한 주민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지난 5일 북한은 장산곶 일대에서 해안포를 200여발 넘게 발사했다. 북한의 포탄은 NLL 이북 7㎞까지 근접했다. 우리 군도 맞대응에 나섰고, 북한의 포사격은 7일까지 사흘간 이어졌다.

북한의 도발이 잇따르면서 우리 군은 이제 바다는 물론 육지에도 완충구역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고 선언했다. 지난해 11월 북한이 9.19 군사합의를 파기한다고 선언한 이후 우리도 같은 입장이 되면서 9.19 군사합의는 휴지 조각이 돼버렸다.

완충장치마저 사라진 한반도의 긴장은 이제 최고조에 이른 듯하다. 북한의 계속된 군비 확장과 미사일 도발에 맞서 남한과 미국은 강력한 군사훈련으로 맞대응하고 다시 북한의 도발이 이어지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위기가 일상화하고 있는 형국이다.

▲ 지난 2019년 6월 3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판문점 자유의 집에서 열린 북미 단독정상회담에서 만나 대화하고 있다. ⓒ 연합뉴스
▲ 지난 2019년 6월 3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판문점 자유의 집에서 열린 북미 단독정상회담에서 만나 대화하고 있다. ⓒ 연합뉴스

2019년 북미 정상회담에서 비핵화 협상이 결렬된 이후 북한은 9.19 군사합의를 3600여회나 위반하며 끊임없이 도발을 이어왔다.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는 더 나빠지고 있다. 한·미·일에 대응하는 북·중·러의 연대는 갈수록 강해지고 있다. 남북관계가 나빠질 때 중재 역할을 해왔던 중국은 이제 미국과의 경제, 군사적 대립으로 북한의 입장에 동조하고 있다.

대만과의 긴장관계까지 더해지면서 중국은 한반도 문제에 상대적으로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 러시아와 북한의 관계는 더 밀접해졌다.

우크라이나와 1년 넘게 전쟁을 벌이고 있는 러시아는 북한을 통해 전쟁 무기를 조달하고 있다. 러시아는 반대급부로 미사일과 위성 등 첨단 기술을 제공하는 정황도 포착되고 있다.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대 생산 공장을 둘러보며 전략미사일 전력을 과시했다.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중요군용대차생산공장'을 현지 지도했다고 5일 보도했다. ⓒ 연합뉴스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대 생산 공장을 둘러보며 전략미사일 전력을 과시했다.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중요군용대차생산공장'을 현지 지도했다고 5일 보도했다. ⓒ 연합뉴스

북한은 제조한 미사일을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성능시험까지 하고 있다. 기술력을 실제 전장에서 검증하고 있는 것이다. 기술력의 검증은 무기체계의 발전을 가져올 것이다.

남한이 북한에 비해 월등한 군사력을 갖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북한의 '비대칭 전력'이 이런 방식으로 강력해진다면 여기에 대비한 군사력 강화는 불가피하고, 결국 군비경쟁에 허덕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 이후 아주 분명한 외교노선을 걷고 있다. 미국과의 동맹강화가 그것이다. 일본과 무리한 관계 개선에 나선 것도 결국 미국과의 군사·외교적 동맹강화를 위한 포석이다.

그러면서 북한은 물론 중국과 러시아 등 한반도에 막강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국가들과의 관계는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결과적으로 한·미·일 대 북·중·러의 군사동맹 블록이 공고하게 만들어졌다.

북한은 강력한 지원세력을 얻게 됐고, 반대로 한국은 군사동맹의 블록 안에 갇혀 자율적 외교 노선을 걷는 데 아주 제한적인 상황을 맞게 됐다. 한반도 문제가 미국의 정치적 변동성에 크게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수동적 입장에 놓인 것이다.

군사적 긴장 완화의 길은 멀어 보인다. 과연 남북간의 군사적 긴장 관계는 우리 한국에 어떤 도움을 줄 것인가. 외국인들이 바라보는 한반도의 불안정성은 우리 경제에 아무런 관련성이 없을까.

▲ 신원식 국방부 장관이 지난해 12월 21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연합뉴스
▲ 신원식 국방부 장관이 지난해 12월 21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연합뉴스

그런데 이런 긴장 상황에서 국방을 책임지는 국방부 장관의 국가관이 걱정되는 것은 너무 뜬금없는 의문일까.

대통령의 불호령으로 부랴부랴 수거하기는 했지만, 국방부는 올해 '독도가 분쟁지역'이라는 제정신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정신교육교재를 발간했다. 실수라고 했지만, 과거 신 장관의 SNS에는 '영유권 분쟁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라고 적시한 사실이 있고, 국회의원 시절부터 홍범도 장군의 동상철거를 주도한 전력도 있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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