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한국토지주택공사 발주 단지들의 무량판 구조 조사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 국토부
▲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한국토지주택공사 발주 단지들의 무량판 구조 조사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 국토부

정부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철근 누락 아파트 입주 예정자들에게 계약해지권을 보장하고 기존 입주민들에게 적절한 수준의 손해배상을 할 예정이다.

당정은 건설 분야의 잘못된 관행과 위법행위에 대해 철저히 조사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 근본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LH는 전국 본부장을 긴급 소집해 '반카르텔 공정건설 혁신계획' 회의를 열고 부실 공사 예방 방안을 내놨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김정재 의원(국민의힘·경북포항)은 "책임자 처벌은 물론 입주자대표회의와 협의해 입주자가 만족할 수 있도록 상응하는 손해배상을 할 예정"이라며 "재당첨 제한이 없는 계약해지권 부여를 적극 추진하겠다"고 2일 밝혔다.

◆ 전관업체 LH와 계약 규모 43조, 9개 업체 부실 '커넥션'

LH 수의계약에 관한 감사원 자료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21년 3월까지 LH 퇴직자가 재직하고 있는 업체와 LH가 맺은 계약 규모는 43조1148억원에 이른다.

이 가운데 입찰을 거치지 않고 상대를 정하는 수의계약 비율은 30%가 넘었고, 전관 업체와 계약한 금액은 6854억원에 달한다.

같은 기간 LH 3급 이상 퇴직자 604명 가운데 304명이 LH와 계약한 회사 153곳으로 재취업했다.

실제로 설계 오류가 드러난 10개 단지 가운데 최소 9개 아파트의 설계에 전관 업체가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에서 LH 설계 용역 심사 당시 LH 내부 심사위원과 입찰에 참여한 업체의 LH 전관이 사전에 연락을 주고 받은 뒤 LH에 알리지 않았던 사실도 적발됐다.

LH 지침엔 모든 심사위원은 입찰 업체와의 사전 접촉 여부를 LH에 알리도록 돼 있다. LH가 전관 특혜를 줬다고 해석될 여지가 있다.

건설업계에선 입찰에 참여한 회사가 'LH 전관'이 없으면 컨소시엄에 포함되기 힘들다는 소문도 돌고 있다. 앞서 이한준 LH 사장도 이같은 내용을 언급하며 철근 누락 사태 배경에 LH 전관 특혜가 있음을 강조했다.

2021년 6월 LH는 한 차례 관련 규정을 손 봤다. LH 발주 사업의 설계회사 심사에 LH직원이 관여할 수 없게 했고 2급 이상의 직원은 퇴직 후 유관분야의 취업을 제한하는 조치를 취했다.

철근 누락이 드러난 아파트 15곳 가운데 12곳은 2021년 이전에 착공됐다. LH 전관 특혜 의혹이 점점 커지는 이유다.

▲ 한국토지주택공사가 발주한 아파트에서 전단 보강근 누락이 발견되자 전관 특혜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 LH
▲ 한국토지주택공사가 발주한 아파트에서 전단 보강근 누락이 발견되자 전관 특혜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 LH

◆ 전관 특혜가 엉터리 설계 이유인가

건설 관계자들은 LH 전관이 일감 수주에 결정적 역할을 했을 것이라고 추측한다. 직접 설계나 감리에 나서기보다 기존 인맥을 활용해 입찰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는 것이다.

인맥이 두터운 전관을 영입할 때 큰 비용을 투자한 설계나 감리 업체들이 기술 분야 투자에 소홀히 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예산이 한정된 소규모 업체에서 전관에 많은 보수를 지급할 경우 숙련된 기술자 채용에 한정적일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LH에서 일한 적이 있는 한 감리사는 "LH에서 퇴직한 직원 모시기 경쟁이 치열했다"고 말했다.

◆ 직권조사 나서는 공정위, 반카르텔 본부 신설하는 LH

공정거래위원회는 LH 철근 누락 사태에 대해 입찰 담합이나 현장에서 하도급업체 갑질 등의 행위가 없었는지 조사할 방침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LH 철근 누락과 관련된 혐의점이 있는지 검토하고 있다"며 "검토 결과에 따라 직권조사 진행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LH도 건설업계의 잘못된 관행을 근절하기 위해 '반카르텔 공정건설 추진본부'를 설치할 전망이다. 설계부터 감리까지 이르는 건설 전 과정에 대해 부정부패를 막겠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연간 발주액이 10조원을 넘는 거대 공기업에서 추진하는 반카르텔 본부가 실효성이 의심된다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이미 LH에선 고위임원이 퇴직 후 재취업할 때 관련 신고를 하고 취업 심사를 받아야 하지만 현재 전관 특혜 논란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한준 LH 사장은 "국민의 보금자리로서 가장 안전해야 할 LH 아파트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한 것에 대해 진심으로 사죄드린다"며 "LH 건설공사 전 과정에서 전관 특혜 의혹을 불식시키겠다는 각오로 고강도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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