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침수참사가 일어난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서 119 구조대가 지난달 18일 수색작업을 하고 있다. ⓒ 세이프타임즈 DB
▲ 침수참사가 일어난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서 119 구조대가 지난달 18일 수색작업을 하고 있다. ⓒ 세이프타임즈 DB

지난달 '역대급' 호우로 충북 오송과 경북 예천에서 수십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최근 들어선 '살인더위'에 비닐하우스 작업을 하던 농민들이 온열 질환으로 목숨을 잃는 사건들이 일어나고 있다. 여름철 '기후재난'이 전세계에 걸쳐 일어나고 있다.

여름이 중반을 지나고 있는 가운데 고온과 폭우, 산불로 지구가 시름하고 있다고 AP통신은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러한 기후이변은 전례가 없으면서도 놀랍지 않은 일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나사의 기후과학자 개빈 슈미트는 "미국과 유럽, 중국 등 각지에서 전례 없는 변화들이 진행되고 있다"며 "이것이 놀라운 일은 아니다"고 AP에 말했다. 이어 "석탄과 석유, 가스 사용으로 인한 지구온난화와 엘니뇨의 영향은 올해의 남은 기간과 내년까지도 이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프레데릭 오토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 기후과학자는 "반복되는 이상고온현상의 원인을 조사하는 일은 지루하지만 기후변화가 현재의 재난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 보여주기에 중요하다"고 말했다.

▲ 최고기온 36도를 기록한 1일 서울 광화문 앞에 차들이 지나가고 있다. ⓒ 민경환 기자
▲ 최고기온 36도를 기록한 1일 서울 광화문 앞에 차들이 지나가고 있다. ⓒ 민경환 기자

◆ 기록적 고온

올해 6월은 관측 이후 가장 뜨거운 6월로 기록됐다. 과학자들은 7월 역시 전 세계적으로 그리고 인류 역사상 가장 더운 한달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미 애리조나주의 주도 피닉스의 기온은 지난 6월 20일부터 지난달 30일까지 사상 처음으로 31일 연속 43.3도(화씨 110도)를 넘어섰다. 이전 최장 기록은 1974년 기록된 18일 연속이다. 이 기간 최저기온이 32도(화씨 90도) 밑으로 내려가지 않는 최장 기록 역시 갈아치웠다.

텍사스주의 엘 파소 역시 기온이 37도가 넘어가는 날이 44일을 기록해 지역 학교들은 방학을 한달 앞당기기도 했다. 캘리포니아주의 마이애미는 습도마저 높아 체감기온이 46일 연속 37도를 넘었다.

중국 베이징도 고온 기록을 다시 썼다. 지난 6월 최고온도 40도 이상을 3일 연속 기록했고 7월엔 35도를 넘긴 날이 27번 있었다. 중국 북부 신장위구르자치구 산바오에선 지난 7월 16일 최고 52.2도를 찍으며 중국 역대 최고 기온을 기록했다.

유럽도 뜨겁긴 마찬가지다. 지중해에 있는 이탈리아의 섬 사르데냐의 최고기온은 47도, 그리스의 기테이오는 46도나 됐다. 스페인은 지난달 중순까지 온열 질환으로 1000명에 가까운 노인들이 숨졌다.

남반구에 위치해 겨울을 보내고 있는 아르헨티나의 북부 지역에선 지난 6월 32도가 넘는 기온이 4일 동안 이어졌다.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최저기온이 20도 밑으로 내려간 건 지난달 내내 단 하루였다.

▲ 인도 뉴델리의 야무나 강 주변 저지대에 홍수 피해로 고립된 사람들에게 국가재난대응군 요원이 지난달 14일 구호 물자를 배포하고 있다. ⓒ AP연합뉴스
▲ 인도 뉴델리의 야무나 강 주변 저지대에 홍수 피해로 고립된 사람들에게 국가재난대응군 요원이 지난달 14일 구호 물자를 배포하고 있다. ⓒ AP연합뉴스

◆ 일상 된 폭우

지난 6월말부터 지난달 중순까지 장마로 충북 오송 지하차도 참사와 경북 예천 산사태 등 전국에서 49명이 숨지거나 실종됐다. 1만명 이상의 사람들이 재산 피해를 입었고 도로와 하천제방 등 사회기반시설, 문화재, 농경지와 가축 등의 피해도 따랐다.

1일엔 중국 베이징과 허베이성 등 수도권에 제5호 태풍 '독수리' 상륙으로 사흘 동안 폭우가 쏟아져 20명이 숨지고 33명이 실종됐다.

폭우로 베이징 13개 구에서 4만4673명의 이재민이 발생했고 12만7000여명이 긴급 대피했다. 허베이성에서도 이재민 54만703명이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6호 태풍 '카눈'이 일본 오키나와 동남쪽 북서 태평양 바다에서 북상하고 있어 중국 당국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호주 퀸즐랜드주의 아웃백은 7월 평균 전체 강수량의 13배에 달하는 비가 하루 만에 쏟아졌다. 인도 델리에선 폭우로 인한 홍수와 산사태로 수천명이 대피했고 전국에 걸친 폭우로 최소 100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에선 갑작스런 호우로 버몬트, 코네티컷, 펜실베니아 등의 주에서 아이들이 휩쓸려 가는 등 사고가 발생했다.

▲ 한 농민이 지난달 24일 그리스 로도스 섬에 난 산불을 바라보고 있다. ⓒ AP연합뉴스
▲ 한 농민이 지난달 24일 그리스 로도스 섬에 난 산불을 바라보고 있다. ⓒ AP연합뉴스

◆ 대형 산불

그리스와 스페인은 비가 오지 않아 산불 대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카나리아 제도에서 화재로 4000명이 대피했고 400명의 소방관이 투입됐다. 이스라엘에선 덥고 건조한 환경으로 지난 6월 초 160건의 산불이 발생했다.

캐나다에선 지난달 말 기준 600여건의 산불이 통제 불능인 상태로 진행중이다. 한국보다 넓은 12만3000㎢의 면적이 영향을 받았고 산불이 진행 중인 만큼 피해는 불어날 것으로 보인다.

◆ 여전히 '뜨거운' 예보

미국해양대기청(NOAA) 기후예측센터의 기후과학자 맷 로젠크랜은 "앞으로 3개월 동안 평년기온을 웃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의 이상기후는 뜨거운 바다에서 비롯된 엘니뇨 현상과 관련이 있다"며 "허리케인이 대서양과 멕시코만 부근을 지나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통상 9월에 발생하는 태풍과 허리케인은 '재해'다. 허리케인이 발생해 바다의 수온을 낮춰주길 바랄 만큼 현재의 이상기후 현상이 심각하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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