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부결됐다. 당초 압도적인 차이로 부결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결과는 찬성 139표, 반대 138표였다. 기권 9표, 무효는 11표다. 찬성표가 참석의원 과반을 넘지 않아 부결됐다.
민주당 의석이 169석이니 여당에서 전원 찬성표를 던졌다 해도 어림잡아 31표의 반란 표가 생겼다. 지난해 12월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 체포동의안 투표 때는 반대가 161표였다.
민주당은 당황했고 여당은 화색이 돌았다. 가까스로 구속을 면한 이 대표의 입지는 그만큼 좁아졌고, 여당과 검찰은 명분을 얻었다. 정의당은 일찌감치 찬성표를 예고했다. 체포동의안은 반대하지만 국회의원 특권을 없애기 위해 찬성한다는 논리였다. 가상한 생각이긴 하나 이유는 다소 황당하다.
체포동의안이 주목을 받는 것은 야당 대표로는 헌정사상 처음이기 때문이다. 1979년 김영삼 신민당 총재에 대한 의원직 제명 파동이 있기는 했다. 당시 여당인 민주공화당과 유정회 소속 의원들이 중심이 돼 김영삼의 국회의원직 제명을 변칙 통과시켰다. 이때 그 유명한 '닭의 목을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는 말이 나왔다. '나를 제명하면 박정희는 죽는다'고도 했는데 바로 그 해 그 말은 현실화됐다.
국회의원에 대한 정권의 탄압사례는 적지 않았다. 유신정권 시절 국회의원, 특히 야당에 대한 탄압은 절정에 달했다. 공공연한 협박으로 입법활동을 제지하는 것은 물론 구금과 감금도 서슴지 않았다. 국회의원에 대한 회기 중 불체포특권도 이러한 부작용에 대한 반작용에서 비롯됐다. 하지만 최근에 와서는 방탄의 의미가 강해져 그 의미가 많이 퇴색됐다.
실제로 민주정부가 들어선 이후로는 입법활동 저지에 맞서 이 특권이 행해진 일은 없다. 요즘은 '정적 죽이기'라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 그 판단은 국민이 한다. 관치 언론과 권력에 기댄 검찰이 정보에 혼란을 줄 수는 있다. 하지만 국민의 눈은 예리하다. 선거 때마다 입버릇처럼 말하는 '존경하는 국민'을 믿는다면 좀 더 솔직하고 당당해야 한다.
국회의원은 수많은 특권을 누린다. 회기 중 불체포특권도 그 가운데 하나다. 정작 뽑아준 국민들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예우다. 공항 귀빈실을 비롯해 어딜 가도 상석을 차지한다. 국회의원이 받는 세비도 만만치 않다. 사무실 운영비, 보좌관, 사무직원 임금까지 포함하면 대단한 특권이다. 무엇보다 그 특권부터 내려놓는 작업을 해야 한다.
이번 체포동의안 표결은 많은 것을 의미한다. 찬성하는 사람들은 역설적으로 그 특권을 내려놓겠다는 뜻도 있을 것이다. 반대하는 사람들은 아직까지 그 특권을 움켜쥐겠다는 의미도 있다. 물론 단편적인 시각이다. 체포동의안은 사안에 따라 다르게 판단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투표에서 정말 소신껏 표를 던진 의원들이 얼마나 될지 모른다. 대부분 당론이나 개인적인 호감도 작용했을 것이다.
정치는 자주 생물과 공학에 비유된다. 정치를 생에 비유하는 것은 살아서 움직인다는 뜻이고 공학이라 하는 것은 고차 방정식을 풀어야 하기 때문이다. 미지수 x를 어떻게 대입하느냐에 따라 그 값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좋게 말하면 과학이고 나쁘게 말하면 눈치보기다. 정치가 정치다워지고 나라가 나라다워지려면 먼저 특권부터 없애야 한다. 특권이 권력을 낳고 그 속에서 잉태한 권력은 반드시 부패하게 된다.
국회의원들은 이제 방탄 조끼를 벗어 던져야 한다. 또한 권력기관은 국회의원들의 입법활동을 최대한 보장해야 한다. 이는 민주주의를 구성하는 기본 가운데 하나다. 다시 말하지만 국민의 준엄한 판단과 감시를 잊지 말아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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