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춘만 종합뉴스부장ⓒ 세이프타임즈
▲ 김춘만 종합뉴스부장

핼러윈 데이는 12세기 켈트족에서 유래해 서유럽에 퍼져나간 후 미국에서 크게 유행한 축제다.

귀신 분장은 고대 켈트족의 삼하인(samhain)축제에서 죽은 사람이 산사람을 알아채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핼러윈 데이에 미국 어린이들은 "과자를 안주면 장난 칠거야"라며 이웃집 문을 두드린다.

이때 귀신이나 기괴한 분장을 하는데 바로 고대 삼하인 축제에서 비롯된 것이다. 켈트족은 그들의 새해인 11월 1일에 축제를 벌였지만 핼러윈 데이는 10월 31일에 지킨다.

요즘 핼러윈 데이에 젊은이들이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심지어 초등학교나 유치원생들도 귀신 분장을 하고 등교하는 것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보수적인 어른들은 대부분 눈살을 찌푸리지만 아이들은 개의치 않는다. 지도하는 선생님들도 일종의 아이들 문화로 치부해 버린다.

그러나 지난 29일 밤 서울 이태원에서의 압사사고는 단순히 아이들 놀이나 문화로 치부하기는 어려운 면이 많다.

이번 사고에 대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한국의 핼러윈 데이 문화를 변질된 축제로 보도했다.

WSJ는 "한국의 핼러윈 데이는 아이들이 사탕을 얻으러 가는 날이 아니다. 20대를 중심으로 코스튬을 차려입고 클럽에 가는 날"이라고 했다.

전적으로 공감할 수는 없지만 어느 정도는 일리가 있는 말 같다. 미국 아이들의 천진한 놀이가 우리나라에서는 왜 이런 어처구니없는 사고로까지 이어졌는지 생각해 보게 된다.

우리나라 젊은이들이 왜 낯선 서양문화인 핼러윈 데이에 열광하는가.

표면적인 이유는 미국영화의 유입으로 인해 핼러윈문화를 접할 기회가 많아진 것이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다른 데 있다.

첫째, 젊은이들이 즐길 만한 우리만의 문화가 없다는 것이다. '단오' 등 전통 문화가 있지만 오히려 낯선 문화가 되어버렸다.

'밸런타인 데이'나 '화이트 데이'대신 견우와 직녀가 만나는 '칠월칠석'도 있다. 이때 찹쌀떡을 선물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그러나 기성세대도 찹쌀떡보다는 초콜릿이나 사탕을 챙긴다.

둘째, 노는 법을 모르는 젊은이들이 되어 버렸다. 창살 없는 감옥이나 마찬가지인 10대를 거치며 분출구가 막혀버린 아이들이 새로운 외국문화에 쉽게 열광한다.

외신은 '변질'이라고 하나 우리나라 젊은이들의 입장에서는 일종의 탈출구인 셈이다. 사색하고 성찰하며 삶을 관조하는 법을 가르치는 곳도 없다. 온통 회색빛 입시학원만 가득할 뿐이다.

셋째, 젊은이들이 갈 곳이 없다. 술집이나 클럽 외에는 마땅한 곳이 없다. 젊은이들만의 특화된 프로그램을 찾기도 힘들다. 있다 해도 적극적으로 나서서 홍보하지도 않는다. 교육부는 입시만 책임지는 기관으로 전락한지 오래다.

넷째, 청소년 시기 놀이문화에 대한 교육이 없다. 지금은 세상과 담쌓고 대학가면 실컷 놀라고 가르친다.

그러나 어떻게 놀아야 한다는 것에 대한 가르침은 없다. 어릴 때부터 나름대로의 놀이문화가 없던 아이들은 어른들의 문화에 어설프게 빠져든다. 젊은이들이 사회 초년부터  특히 술에 의존하는 이유가 된다.

이번 사고 피해자의 대부분은 10대에서 20대라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철없는 아이들의 일탈로 치부한다. 그러나 그들에게 제대로 된 놀이문화를 제공하지 못한 것은 기성세대의 책임이다.

이번 사고로 인해 정부는 모든 지방자치단체의 축제를 재검토하겠다고 한다. 지금은 그런 참견이 중요한 게 아니다. 이번 사고가 발생한 근본 원인부터 따지고 반성해야 한다.

젊은이들이 더 이상 외국의 문화를 변질되게 흡수하는 비극이 있어서는 안 된다.

이제는 어른들의 문화를 아이들에게 강요하지 말자. 어른들의 틀 속에 아이들을 가두지도 말자. 미적분이 세상을 분해하고 쌓아가는 것이 아니다.

아이들이 자유롭게 사색하고 창조적으로 사고하는 기틀을 만들어야 한다. 이때 새로운 문화는 창출되고 새로운 미래는 성찰되며 새로운 세상은 축적돼 나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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