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 안산의 한 마을에 3·1 독립만세 운동을 기리는 작은 공원이 마련됐다. ⓒ 김춘만 논설위원
▲ 경기 안산의 한 마을에 3·1 독립만세 운동을 기리는 작은 공원이 마련됐다. ⓒ 김춘만 논설위원

지난 5일 요미우리 신문 보도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한국이 WHO제소를 취하하면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를 풀겠다고 한다. 아울러 일제 강제동원(징용) 노동자 배상문제도 협상에 올릴 분위기다. 우리 정부의 대응이 주목된다. 순리대로 풀리면 좋겠지만 서두르면 손해 볼 수 있다. 아울러 지난 박근혜 정부처럼 강제징용 문제 졸속 타협도 염려된다. 냉철하고 정확한 분석과 유연한 자세가 어느때 보다도 필요하다.

그러나 요즘 윤석열 정부 특히 윤대통령의 행태를 보면 너무 서두르는 감이 있다.
약자가 강자의 횡포를 이해하고 용서한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강제 징용문제에서 일본은 충분히 사과했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사과는 때린 사람이 "미안하다고 해 두지"라며 돈 몇 푼 쥐어진 격이다. 일본은 전혀 달라 진 게 없다. 독도 문제도 그렇고 강제 징용문제도 그렇다. 반도체 장비 수출규제는 뺨 맞은 사람에게 보따리까지 빼앗겠다는 심사였다. 일본은 늘 그래왔다.

일본이 우리를 무시하는 것도 예전과 전혀 달라진 게 없다. 그런데 우리 정부만 달라지려 애쓰고 있다. 대한민국 국민 누구도 다시는 일본과 굴욕적인 외교를 할 생각이 없는데 말이다.

윤대통령은 지난 3·1절 기념사에서 "우리는 세계사 변화에 제대로 준비하지 못해 국권을 상실하고 고통받았다"고 했다. 그것도 유관순 기념관에서 말이다. 유관순 열사가 벌떡 일어나 통곡할 일이다. 우리는 고려시대 대몽항쟁때 10년을 넘게 버틴 나라다. 세계를 호령했던 중국 대륙이 순식간에 무너지고 페르시아 제국과 유럽이 불과 수 년 만에 점령당했을 때다. 그 때도 세계사는 흘렀고 열강들의 부침도 있었다.

근대화 시기에 쇄국정책을 말했다면 그것도 오산이다. 일본이 메이지 유신으로 서구문명을 일찍 받아들였지만 쇄국정책은 섬나라 일본의 전통 정책이다.

잘못은 힘을 가졌다고 이웃나라를 무참이 강탈한 자에게 있다. 그것을 당한자의 잘못으로 치부하면 안 된다. 남의 나라를 침략하는 게 세계사의 변화에 대응하는 자세는 아닐 것이다. 더욱이 당시 우리나라와 일본의 관계가 나빴던 것도 아니다. 오로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우리나라를 강제 병합한 것이다.

이때도 우리 국민들은 끊임없이 저항했다. 3·1 독립 만세운동이 대표적이었고 독립군들도 곳곳에서 대일항쟁을 벌였다. 일본의 항복이 조금만 늦었다면 독립군이 출전해 우리도 승전국으로 당당한 지위를 누릴 수 있었다. 그 점이 지금도 못내 아쉽다.일본은 여러가지로 우리에게 득 보다 실을 안기고 있다.

▲ 김춘만 세이프타임즈 논설위원
                                                    ▲ 김춘만 세이프타임즈 논설위원

윤석열 정부는 일본과 화해를 못해 조바심마저 내는 분위기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문제 중 하나인 북한과는 척(斥)을 두고 있다. 선제공격이라는 큰일날 발언도 마다하지 않는다. UAE 방문 시 북한이 우리의 주적이라고도 했다. 굳이 외국에서 할 말은 아니다. 이때 이란이 UAE의 주적이라는 쓸데없는 말도 덧붙여 화를 자초했다.

북한과는 강대강으로 치닫고 결단내는 관계가 아니다. 우리가 정작 화해와 협력을 서둘러야 할 나라는 일본이 아니라 북한이다. 북한과의 협력은 강대국의 눈치에서 벗어나는 좋은 방법이기도 하다. 동시에 경제와 인구문제도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다. 물론 일정기간 고통을 감내해야 하지만 말이다.

일본도 우리 이웃임은 맞다. 그들이 이웃 되기를 자처하지 않는 한 우리가 급할 이유는 없다. 그들은 가해자 임이 분명하고 우리 국민들의 감정도 살펴야 하기 때문이다. 경제적으로도 우리는 이미 일인당 명목 GDP에서 일본을 앞서고 있다. 일본이 쥐고 있는 카드도 많지 않다. 과거 그들의 기술이 독점적이었다면 지금은 흔한 대체재에 불과하다. 고개를 숙일 필요가 전혀 없다는 말이다.

흔히 하는 말로 국제관계는 영원한 적도 우군도 없다 한다. 우리와 일본 관계도 마찬가지다. 역사는 일본을 다시 이웃으로 돌려 놓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는 역사가 판단할 문제다. 3·1절에  국민들 가슴에 자긍심 대신 자존심 구기는 발언을 통해 얻어질 수 있는게 아니다.

역사는 냉정하고 침착하게 우리와 일본의 변화를 주시하고 있다. 위정자들의 말 몇 마디로 바뀔 문제가 아니란 말이다. 자칫 하다 일본에게 계속 끌려 다니는 우(愚)를 범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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