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마지막 날 조용하던 서울의 아침이 사이렌과 긴급재난 문자로 인해 소란했다. 공습경보를 알리는 사이렌은 1분간 계속됐고 문자에는 '대피하라'는 오싹한 문구가 담겨있었다. 심지어 네이버 등 인터넷까지 불통이어서 많은 사람이 '전쟁'을 직감했단다.
그러나 혼란은 5분을 채 넘기지 않았다. 행정안전부는 곧바로 '오발령'이라는 문자를 보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적지 않은 서울시민이 평화로운 아침을 공포에 떨어야 했다.
긴급재난문자 발령 원인은 당일 새벽에 북한에서 발사한 정찰위성 발사로켓(북한주장)때문이었다. 북한은 로켓 발사에 대해 사전공지를 했고, 많은 국민들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발사 위치가 남쪽이라 재난문자를 보냈다 해도 이는 과잉대응임을 부인할 수는 없다.
오세운 서울시장은 "과잉 대응은 맞지만 오발령은 아니다. 안전에는 과하게 대응하는 게 맞다"고 했다. 일견 맞는 말이다. 아직도 OECD 평균을 넘는 산업재해 등 많은 사고가 안전불감증에서 비롯된다. 한 번 더 살피고 철저하게 대비하는 것은 의례가 아니라 필수다.
그러나 경계 경보는 성격이 다르다. 국민들의 감정과 일상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번 문자에는 왜 대피해야 하는지 설명도 없다. 막연히 경계 경보 발령이라 한다. 아울러 어디로 피하라는 말도 없다. 가까운 지하철 역사나 민방공 대피소등으로 피하라는 말은 있어야 했다.
물론 긴급 재난문자를 구구절절이 적을 수는 없다. 그러나 최소한 이 정도의 문구는 들어가야 한다.
'북한의 로켓발사로 인해 경계경보를 발령합니다. 지하철역사나 민방공 대피소 등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시기 바랍니다.'
이후 필요한 정보는 계속해서 제공해주면 된다. 가능하다면 '경계수준이니 큰 동요 없기를 바란다'는 안심문구도 괜찮다. 시민들을 안정시키는 건 재난대책본부의 또 다른 임무다.
전쟁이라는 게 기분 나쁘다고 어느 날 갑자기 일어나는 게 아니다. 요즘에는 국지전이라 하더라도 전세계가 몇 달 전 길게는 몇 년 전부터 정세를 읽고 있다. 그전에 물밑 교섭도 있고 강대국의 압력도 있다. 그래도 안되면 전쟁으로 해결하는 것이다. 물론 강대국은 예외지만 말이다.
이번 해프닝을 계기로 노무현 대통령이 2006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에서 한 연설이 다시 조명된다.
"북한에서 동해안으로 미사일을 쐈습니다. 우리나라를 공격할게 아니라는 의도는 다 압니다. 그런데 정부가 앞장서서 국민 여러분 큰일났다고 동요를 시킵니다 … 전쟁은 오랜 기간 준비가 있어야하고 또 예후도 있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전쟁 나는 건 아니거든요 … "
지금은 1983년 이웅평이 미그기를 몰고 왔던 시대가 아니다. 그때도 인천이 공습 받고 있다는 등 터무니없는 방송이 있었지만 '그땐 그랬지' 하며 묻어둘 수 있다. 그러나 21세기를 살고 있는 지금 전쟁과 안보로 국민들을 불안하게 하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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