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6일 경남 지역을 통과한 태풍 힌남노로 인해 경주의 한 집 담장이 무너졌다.ⓒ 세이프타임즈
▲ 지난 6일 경남 지역을 통과한 태풍 힌남노로 인해 경주의 한 집 담장이 무너졌다. ⓒ 세이프타임즈

여태까지 보지 못한 태풍일 것 이라던 힌남노는 지난 6일 정오 무렵 포항을 지나 소멸됐다. 이로써 1주일 간에 걸친 '힌남노 공포'도 바람과 함께 사라졌다.

태풍 힌남노는 발생 시점부터 공포감을 안겨 줬다. 2003년 경남에 상륙해 역대급 피해를 안긴 태풍 매미, 2016년 부산 마린 시티를 아수라장으로 만들었던 차바를 합친 규모라는데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천만다행으로 예상했던 것만큼의 피해는 남기지 않고 지나간 것 같다. 물론 크던 작던 피해는 발생했고 당사자에게는 크게 심란한 문제임에 틀림없다. 이분들의 아픔과 황망함은 함께 공감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번 태풍은 '역대급 허풍'이라는 조롱섞인 비난도 받고 있지만 그래도 준비를 철저히 해 그나마 피해를 줄인 것도 부인할 수 는 없다. 그러나 태풍 힌남노에 대한 언론, 특히 메이저 언론의 보도는 이번에도 많은 문제점을 드러냈다.

미리 대비한다는 순기능은 잘했다 쳐도 가십성 유튜브를 무색하게 하는 일부 언론 보도는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특히 태풍이 본격적으로 제주를 지나던 지난 5일 모케이블 방송은 태풍이 어느 지역을 '강타할 것'이라는 식으로 보도했다.

아직 오지도 않은 태풍을 붉은 바탕에 검은 글씨로 '강타'로 표기하며 공포심을 유발시켰다. 어느 때 어느 지역을 지날 것 이니 대비를 철저히 하라는 순화어도 있는데 말이다.

창원에 있는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 침수사고 보도도 다소 편향적이다. 태풍이 상륙하는 당일 아파트 관리인이 새벽순찰을 하다 지하주차장이 침수될 수 있으니 차를 빼라는 방송을 했다.

아파트로부터 150m정도 떨어진 하천이 아직 범람위기가 아니라 판단한 듯 하다. 아파트 주민 7명이 차를 빼러 내려왔고 그때 하천이 갑자기 범람해 지하주차장을 순식간에 침수시켰다. 안타까운 일이다.

그런데 일부 언론은 관리인의 성급함만 지적했다. 관리인으로서 임무에 충실했음도 함께 옹호한 것은 기사가 아니라 그 기사를 읽은 네티즌 들이었다.

또 다른 언론은 한 술 더 떴다. 방송을 듣고도 내려가지 않은 사람과 인터뷰하며 그들이 현명했음을 부각시켰다. 방송을 듣고 내려가 사고를 당한 사람들의 심정은 헤아리지도 않은채 말이다. 머리 글자만 봐도 알 수 있는 메이저 언론이다.

사진 도용도 예외가 아니다. 어느 유튜버가 방파제를 넘은 파도에 휩쓸리는 장면은 세간의 화제가 됐다. 이 사진은 KBS가 밤새 촬영한 영상인데 로고만 떼어내 SNS에 떠돌았다. 그런데 많은 유수 언론들이 영상 확인도 없이 이를 사용하는 일이 발생했다. 우리 언론의 민 낯을 한 번 더 보여주는 부끄러운 일이다.

우리가 언론을 세상을 움직이는 한 축으로 인정 해주는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그들의 권위를 인정하고 기사의 가치를 인정하며 구성원들의 인격을 인정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요즘은 이런 믿음을 주는 언론이 매우 드물다. 심지어 기사의 질과 희소성에 있어도 유튜브 만도 못한 언론이 많다. 젊은이는 물론 많은 중·장년층이 유튜브에 더 관심을 기울이는 이유 중 하나다.

태풍 힌난노 보도를 보면서 언론의 수준이 기사를 소비하는 소비자의 수준과 점점 멀어지는 기분이 든다. 격차가 커질수록 언론의 존재근거는 사라지게 된다.

힌난노 태풍은 언론에 대한 두 가지 오점을 남기고 떠났다. 하나는 내용없는 붙여 넣기 보도만 쏟아내다 태풍의 바람과 함께 사라졌고, 또 하나는 자극적이고 도발적인 보도로 바위덩이 하나 도로에 남기고 간 것이다.

저작권자 © 누구나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언론 세이프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