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는 시대에 맞는 국가담론(國家談論)를 이야기하고 있는가? 국가담론이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과학 등 사회전반에 큰 영향력을 미치는 주제에 대한 국가차원의 담론을 말한다. 국가가 국민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강력한 통치수단이기도 하다.

한국은 건국 70여년이라는 짧은 시간에 '산업화'와 '민주화'를 성공적으로 이루어낸 세계적으로 드문 사례로 평가 받고 있다고 한다. 여기서 산업화, 민주화가 그 시대를 이끈 국가담론이었다.

한국은 이런 국가담론 속에서 성장하고 발전해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19년 한국의 명목 GDP는 1조6421억8000만달러로, OECD 회원국, 주요 신흥국 등 38개국 가운데 10위를 기록했다.

또한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이 매년 발표하는 국가경쟁력 순위에서 한국이 2019년 보다 5단계 오른 23위를 기록했다. 이렇게 국가경쟁력이 오른 것은 산업화와 민주화라는 과정을 거치면서 만들어 졌다.

4차 산업혁명의 물결이 몰려오고 있다. 한편 중국, 동남아, 인도 등 후발 국가들이 한국을 턱밑까지 쫓아오고 있다. 기존에 쌓아온 업적을 지키기 위해서 또는 앞서가기 위해서는 시대를 앞서갈 수 있는 새로운 국가담론이 필요한 시점이다.

산업화와 민주화의 열매를 따먹기만 하기에는 우리에게 시간이 많지 않다. 그렇다면 산업화와 민주화 다음에 우리가 추진해야 할 국가적 담론은 무엇이어야 하는가? 그것이 '선도화(先導化)'다.

먼저 산업화란 무엇인가? 산업화는 산업 활동의 확대과정이자 집중화 과정을 말한다. 공업의 발달로 농촌이 도시로 바뀌고, 농업이 공업으로 바뀌게 했다.

산업화는 경공업과 중화학 공업에서 첨단과학 산업, 정보통신 산업에 이르기까지 오늘의 한국을 경제대국 10위권까지 끌어 올리는 역할을 했다. 산업화의 산물인 삼성, 현대, SK, LG 등 대기업들이 아직도 건재하게 기업 활동을 하며 한국의 경제를 이끌어가고 있다.

산업화 시대에는 노하우(know-how)라는 가치가 중요했다. 산업화 세력의 중심에는 자본가와 일부 정부 엘리트들이 주도가 돼 경제발전을 이끌었다. 노동자는 시키는 일을 잘하면 됐다.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아는 것이 가장 중요한 가치였고, 모든 역량은 기술을 가르치는데 집중되었다. 산업화는 잘사는 나라를 만들어 보자는 기치아래 경제발전이라는 성과를 만들어 냈다.

그러나 산업화는 권위주의 폐해, 고용 없는 성장, 고용 양극화에 따른 빈곤, 비정규직의 급증, 사회적 불균형, 노동자의 인권침해, 인구집중에 따른 도시문제, 환경오염, 노사 간의 갈등 등의 많은 문제가 발생했다. 이런 모순들을 해결하기 위해 민주화가 일어나게 된다.

▲ 은서기 디지털평론가·경영학박사
▲ 은서기 디지털평론가·경영학박사

그러면 민주화란 무엇인가? 민주화는 인권과 민주주의를 원리를 사회 전역에 뿌리 내리게 함으로써 사회발전을 견인하게 하는 것이다. 4·19 혁명은 부패한 이승만 정권의 권위주의에 맞서서 학생과 시민이 주축이 돼 자유주의와 민주주의를 이루고자 했고, 5.18 광주항쟁은 권력을 장악한 신 군부에 맞서 민주주의를 성취하고자 했다. 6월 항쟁은 시민사회의 부활로 본격적으로 한국사회가 산업화에서 민주화의 길로 들어서게 된 계기가 됐다.

민주화 세력의 중심에는 학생운동 세력, 시민운동과 노동자 단체들이 주도가 돼 민주화를 이끌어 왔다. 이들은 평등. 정의, 공정, 인권을 외쳤고, 그에 따른 결과로 반듯한 나라를 만드는데 기여를 했다.

그러나 민주화 세력은 이념적 편향의 정책 추진, 평등 이념에 집착, 경제성장 가치의 외면, 일에 대한 도덕적 해이, 과거사 문제 등에 집착했다. 또한 한국은 고임금, 강성 노조, 생산성 저하로 기업하기 어려운 환경이 됐다.

현재 한국 사회의 주류는 산업화 세력에서 민주화 세력으로 교체됐다. 과연 그 세력은 제대로 하고 있는가? 오히려 사회적 편 가르기와 과거에 파묻혀 갈등만 유발하고 있고, 미래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 사회는 산업화 세력과 민주화 세력 간 대립의 틀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념갈등의 골은 점점 깊어지고, 이런 갈등에 따른 사회적 손실은 너무 크다.

시대에 뒤쳐진 산업화 세력, 이념에 젖어 혁신에 실패한 민주화 세력에게 대한민국을 맡기기에는 아슬아슬하다. 이제 산업화 세력과 민주화 세력을 뛰어넘는 새로운 '선도화 세력'이 나와야 한다.

선도화란 무엇인가? 선도화는 앞선 나라를 만드는 것이고, 미래를 위해 새로운 문화를 창출해 문화발전을 견인하는 것이다. 과거의 연장선에서 가는 게 아니라 새로운 모습으로 국가를 리빌딩(Rebuilding)하는 것이다. 선도화는 노와이(know–why)에 방점을 두고 끊임없는 질문을 통해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는 능력이 중요하다.

새로운 기준점을 우리가 정하며 나가야 한다.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시선을 미래에 두고 진영논리를 벗어나 사회를 통합할 수 있는 선도적 리더십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세계는 한치 앞을 볼 수 없는 초 경쟁시대에 접어들었다, 잠시라도 방심하면 언제 나락에 떨어질지 모른다. 선진국은 앞서가고, 신흥국은 거칠게 추격해 오고 있다. 산업화 시대의 빠른 추격자 정신으로만 그리고 민주화 시대의 이념적 접근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이제 한국은 창조적 파괴의 선도자로 거듭나야 한다.

산업화 세대가 '굶지 않는 것', '원 없이 배우는 것' 그리고 '조국근대화'를 외쳤다면 그리고 민주화 세대가 민주주의, 인권, 평등, 노동해방, 독재타도를 외쳤다면, 선도화 세대는 일류국가, 선진국. 누구나 행복한 사회 같은 담론을 외쳐야 한다.

산업화가 잘 사는 나라를 만들고, 민주화가 반듯한 나라를 만드는 것이라면 선도화는 앞선 나라를 만드는 것이다.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선도화 세력이 나서야 한다.

선도화 세력이란 각 분야에서 전문성과 현장경험을 가지고 선도적인 업적을 만들어 낸 사람들이다. 한국은 모든 분야에서 최고의 전문가를 보유한 세계에서 몇 안 되는 인적자원을 가진 나라다.

지금까지 한국은 산업화 세력과 민주화 세력에 의해서 발전해 온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 세력이 가진 힘만으로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이끌어가는 데는 한계가 있다. 이제 시대에 맞는 국가담론을 만들 때다.

■ 은서기 디지털평론가·경영학박사 △저서 <이제 개인의 시대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언어품격> <삼성 은부장의 프레젠테이션> <1등 프레젠테이션 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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